머리말 _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
수도원 사제가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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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안성철
부산에서 태어났다. 가톨릭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뉴욕대학교에서 홍보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일찍이 사제로서의 뜻을 세우고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하여 1994년 첫 서원을 했고 2000년에 종신서원을 했으며 2001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세례명은 미카엘이고, 수도명은 마조리노다.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을 역임했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마조리노 신부의 주크박스>를 진행했다.
목 차
수도원 수사들의 전혀 은밀하지 않은 사생활
세상살이에 서투른 수도원 수사들이 펼치는
우스꽝스럽고 유쾌하며 감동적인 100편의 이야기
수도원 수사를 생각하면, 고색창연한 건물에 스스로를 가둔 괴팍하고 우울한 사내들이 회개한답시고 자신의 등에 채찍질을 하는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유명한 소설 『장미의 이름』이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수도원 수사를 그렇게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도원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상당히 현대화되었고, 봉쇄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극소수의 수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사는 결코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래도 의문은 든다. 다 큰 남자만 득실거리는 수도원 공동체의 삶은 어떨까? 저자 안성철 마조리노 수사 신부가 이 책 『신부 생활』을 펴낸 이유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바오로 수도회 수사들의 삶을 “뻥 안 치고” 날것 그대로 담고 있다. 수도자와 성직자로서 경건하게 살아가는 그 이면에 세상살이에 다소 서툴고 미숙해서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저지르고, 세속에 덜 물든 덕분에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엿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아주 유쾌한 시트콤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실수투성이 삶에서 건져 올린 고매한 깨달음이 한 올 한 올 가슴에 쌓인다.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난 이들의 참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신부 생활』은 눅눅한 마음을 뽀송하게 말려주는 100편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개개인의 종교를 떠나, 나약한 인간 본성과 거룩한 신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도 끝내 진리를 찾아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여정은 여운과 잔상을 남긴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갖기 위해 내내 분주하고 바쁜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평안과 휴식을 선물한다.
출판사 서평
개구쟁이 구도자들의 좌충우돌 세상살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사십시오.”
수도원 부근에 눈썰매장이 문을 열었다. 수사들은 몇 날 며칠 원장 수사를 졸라서 기어이 눈썰매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걱정이 있다. 썰매는 돈을 주고 빌리면 되지만, 스키 장갑처럼 방수 기능이 있는 장갑은 비싸서 살 수가 없다. 가진 건 죄다 가죽장갑이나 털장갑뿐이다. 한 수사가 기막힌 묘안을 낸다. 작업용 목장갑에 설거지할 때 쓰는 고무장갑을 겹쳐 쓰면 방한과 방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들은 아이디어를 낸 수사를 칭찬하며 모두 눈썰매장으로 향한다.
상상해보자.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눈썰매를 옆구리에 낀 어른들이 일렬종대로 정상을 향해 가는 모습을. 아닌 게 아니라 아이들과 동행한 부모들은 ‘시설’에서 나온 어른들에게 순서를 양보한다. 오해에서 비롯된 친절이 당황스럽지만, 수사들은 어떤 아이보다 즐겁게 눈썰매를 즐긴다.
『신부 생활』은 어딘가 모르게 덜떨어져 보이는 수도원 수사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다. 수도자와 성직자로서 경건하고 근엄하게 살고자 하지만, 셈법에 약하고 영악하지 못해 어리숙하면서도 작은 일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에게 삶을 의탁한 수도자와 성직자, 세속에 동화되지 못한 주변인, 진리를 찾는 구도자 등 여러 가지 면면이 복합적으로 얽힌 대단히 새롭고 신선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들이 대체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수도원 수사들이 지닌 이 다양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해마다 각 수도회는 새로운 회원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지만, 물질문명의 수혜 속에서 자란 청년들을 금욕의 삶을 살아야 하는 수도회로 유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수도원은 무섭고 따분할 것 같아서 싫어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수도원에서 수사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지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살이에 서투른 수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해프닝들이 과연 저자의 속셈에 적절하게 부합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재미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이와 성인 사이의 폭 넓은 스펙트럼 그 어딘가에 위치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 일상을 지켜보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가실 줄을 모른다.
세상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 평화와 사랑을 빌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을 천국으로 만드십시오.”
수도자들이 일평생 수도원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봉쇄 수도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수도원에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금단의 구역이 많다. 가톨릭 전례에 따라 성소 주일로 지정된 시기에 딱 하루만 어린 신자들과 일반인에게 문을 연다. 세상의 많은 것을 누리고 일상을 향유하는 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 수도원은 대단히 폐쇄적이고, 평생 거기에서 먹고 자고 기도하고 수련하는 수사들 역시 속박된 존재로 비쳐진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런 삶을 택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안성철 마조리노 수사 신부의 말을 빌리자면, “진리 안에서 참된 행복과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다. 수도원이라는 공간과 수도자로서의 규율에 예속된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삶은 비종교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해 있으며, 오히려 물질과 탐욕의 손아귀를 뿌리침으로써 진리와 행복,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이 사랑을 회복하고 평안과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의 몸과 마음을 닦고 타인의 행복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삶이 어찌 거룩하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수사들의 생활에 환상을 부여하지 않는다. 셋만 모여도 엉뚱한 일을 벌이기 일쑤인 남자들의 장난기 가득하고 수다스러우며 우스꽝스러운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어린이를 발견하게 된다. 덜 욕심 부리고 덜 걱정하기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순진무구한 삶을 본다. 영리하게 처신해야 남보다 잘살고, 그게 옳은 세상살이라고 믿는 관념에 일침을 가한다. 수도원 수사들의 삶을 대하다 보면, 만족과 행복이라는 지점으로 향하면서도 낙원의 삶과는 점점 멀어지는 각박한 우리의 일상이 유난히 도드라져보인다. 『신부 생활』을 읽어 내려가면,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잘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된다. 뜻 깊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무엇을 취하고 내려놓아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