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조선 왕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다
“태조에서 순종까지, 왕의 사망 일기”
조선의 왕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의 관리를 받았다. 먹고 자는 것에서부터 크고 작은 병까지 왕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국가가 관리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명의라고 할 어의들과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할 대소신료들이 왕의 몸을 치밀하게 살펴 병을 진단하고 처방했다.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다. 천하를 손에 넣고 호령하며 안정적인 삶을 누렸고, 몸에 좋은 값비싼 음식과 희귀한 보약을 몸에 달고 살았던 왕치고 그 수명이 길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장수한 왕, 즉 60세를 넘긴 왕은 태조(74세)·정종(63세)·광해군(67세)?숙종(60세)·영조(83세)·고종(68세) 등 6명뿐이다. 반면 단명한 왕, 즉 40세 이전에 사망한 왕은 문종(39세), 단종(17세), 예종(20세), 성종(38세), 연산군(31세), 인종(31세), 명종(34세), 현종(34세), 경종(37세), 헌종(23세), 철종(33세) 등 11명이다. 조선 왕들의 평균수명을 보면 왕 노릇하기가 정말 힘들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타고난 성격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에 이른 나이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의문이 든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밝혀진 조선 왕들의 사망 원인은 당뇨병, 울화병, 불면증과 같은 성인병과 등창, 피부병, 성병과 같은 성인성 질환, 폐결핵이나 폐렴과 같은 선천성 유전병 등이다. 이 병들은 흔히 과식, 과음, 과색(過色)에 의한 것과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왕의 수명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왕권이 약해진 조선 후기에는 왕의 수명이 더 짧아지는 경향도 보인다.
조선 왕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수도 없이 많다. 저자들은 조선 왕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수많은 고문헌과 의학 서적을 살펴보았다. 조선 왕들의 사망 원인이 타고난 유전자 때문인지, 잘못된 식생활과 과음·과식이나 지나친 성생활로 인한 성인성 질환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조선 왕들의 건강을 해쳤던 생활 습관으로 무절제, 지나친 호의호식과 그에 비해 운동이 부족했던 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장수한 왕들은 적당한 운동과 소식과 채식 위주의 음식을 섭취했고, 반면에 고기를 좋아하고 과식과 과색을 즐겨했던 왕들은 장수하지 못했다.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는 조선 왕들의 일상과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로 인해 그들이 어떤 질병으로 사망했는지, 고질적인 식습관은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러한 식습관을 불러온 가족사와 개인적인 성품 등이 질병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도 살펴본다. 인간의 수명은 생활 습관이나 체질, 삶을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