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민 지음 | 씨아이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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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에서 오늘 우리의 불교학을 돌아보다
카슈미르는 북쪽과 동쪽으로 히말라야와 잔스카르 산맥이, 서쪽으로 피르 판잘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해발 2천의 고원의 계곡으로, 불타는 사마타를 배우고 비파샤나를 따르는 자들의 제일가는 처소가 될 것이라 예언하였고, 파르슈바 협(脇) 존자는 현성이 모여들고 선인이 노니는 곳이라 예찬하였다. 피르판잘 너머의 간다라 또한 우리는 불교미술의 고향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현장법사는 논을 지은 논사들과 성과(聖果)를 증득한 성자들로 인해 언제나 맑은 바람이 일었고 지극한 공덕도 사라지는 일이 없었다고 찬탄하였다.
실제 그곳은 불교 전등서에 세 번째 법장으로 기록된 마드얀티카(末田地)에 의해 개교한 이래 비바사사(毘婆沙師)의 본거지로 수많은 아비달마 논서가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전편찬회의(結集)가 개최되는 등 천여 년 동안 불교학의 산실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정리(正理)의 비바사론과 비유(譬喩)의 불교문학은 거의 다 그곳에서 제작되었다. 이는 이후 불교철학과 불교미술의 바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곳은 동아시아로의 불교전파의 전초기지였다. 초기 중국불교사를 장식한 이들은 모두 그곳과 관련 있다. 역경의 대 종장인 구마라집도 현장도 카슈미르에서 불교를 익혔다. 카슈미르의 학적 성향과 전통이 아유타로, 날란다로 전해졌고, 동아시아 불교의 초석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곳은 서북변방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유사 이래 페르시아, 그리스, 샤카 파흐라바, 월지(쿠샨), 흉노(에프탈리트), 그리고 가즈니와 무갈(몽골)에 이르기까지 외래 이민족들의 침입이 잦았고, 이미 천년 그 이전부터 힌두왕의 파불(破佛)과 이슬람의 도래로 불교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오늘의 그곳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표적인 분쟁지역 중의 한 곳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불교학은 고향을 잃었고, 또한 잊었다.
이 책은 권오민 교수가 현장 등 구법승들의 여행기를 길잡이 삼아 자신이 40여 년 읽어온 불교철학과 문학의 제 문헌이 제작된 카슈미르와 간다라, 펀잡의 불교현장을 찾아가는 여행기이자 오래전 그곳에서 꽃피웠던 불교의 역사와 철학과 전설, 그리고 오늘 우리 불교(학)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본 인문지리서이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