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 쥰쇼 저,김재현 지음 | 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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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달마불교에서 대승불교로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가교역할을 담당한 경량부의 역사와 사상을 대표적 아비달마 논서인 ??순정리론??과 ??구사론??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
1.
역사적으로 불교는 초기불교, 아비달마불교 또는 부파불교 시대를 거쳐 대승불교의 순으로 전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된 부파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교사에는 아비달마불교에 대한 연구 전통이 없었고 이를 소승불교라 폄하해왔다. 그러나 설일체유부의 유론有論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대승의 공론空論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아비달마불교를 배제한 불교교학 연구는 큰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서는 1989년 발간 당시에 동료 학자들로부터 “사계斯界의 제일인자에 의한 현시점에서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으로, 아비달마 불교 연구의 전통이 살아 있는 일본에서 이 분야의 권위자인 카토 쥰쇼(加藤純章) 교수의 『경량부의 연구(經量部の硏究)??를 완역한 것이다.
2.
본서는 크게 「제1장 경량부의 역사」, 「제2장 경량부의 사상」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장 경량부의 역사」에서는 경량부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인물, 책, 전설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서 조사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경량부의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1절에서는 주로 『구사론』, 『순정리론』의 성립에 관한 전승설을 조사하였다. 제2절에서는 경량부의 조사로서 유명한 꾸마랄라따가 규기가 전하는 것과 같은 ‘불멸 100년의 인물’이 아니라 기원 3세기 말부터 4세기 중반에 걸쳐 생존한, 설일체유부에 소속되어 있던 인물이라는 것을 밝혔다. 제3절에서는 『순정리론』의 상좌를 슈릴라타라 가정하고, 그가 세친의 스승이었다는 것을 밝혔다. 제4절에서는 경량부와 관계가 있다고 보이는 논사들의 연대를 가정해서 정하였다. 이것에 의하면 세친의 연대는 서기 350~430년, 그리고 슈릴라타는 서기 330~410년의 인물로 고증하였다. 제5절에서는 경량부는 소위 부파가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학파와 같은 것으로, 유부의 ‘삼세실유’설에 반대하고, ‘현재유체?과미무체’설을 주장하는 입장이 공통되고 있었을 뿐이고, 이 입장에 터 잡아 각 논사가 자기의 주장에 경량부라는 명칭을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고 보았다. 제6절에서는 먼저 종래 경량부 연구에 있어서 장애가 되었던 『이부종륜론』의 경량부를 다루고, 이것이 실제로는 『대비바사론』 이전의 부파라는 것, ‘경을 지식의 기준으로 삼고, 논을 지식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경량부는 아난다를 조사로 받들고, 그 성립은 상당히 뒤늦은 것이라는 것 등을 밝혔다.
「제2장 경량부의 사상」은 아비달마 불교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촉처觸處, 극미, 낙수樂受, 심心의 구조 등 12개의 주제들에 대한 경량부의 독특한 사상들을 설일체유부의 사상과 상호 비교하여 정리한 것이다. 특히 『순정리론』에서 상좌라고 명명된 경량부의 논사 슈릴라타의 사상을 『순정리론』 그 자체와 『구사론』 및 주석서들, 그리고 기타의 논서를 이용하여 밝히고자 하였다. 제1절에서는 촉처 중의 소조색所造色이 실유법實有法이 아니라는 상좌의 주장을 밝혔다. 제2절에서는 온蘊?처處는 가유假有이고, 계界만이 실유라는 예부터의 유명한 상좌의 주장이 상좌의 인식론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제3절에서는 낙수樂受라는 심소는 고수苦受의 결여태이고, 고수와 다르지 않다는 상좌의 주장을 해명하였다. 제4절에서는 상좌의 인식론을 조사하였으며, 제5절에서는 심과 육체의 관계를 다루었다. 제6절에서는 상좌의 ‘일체법은 의식意識의 경境이다’라는 주장이 유부의 ‘삼세실유’설의 논증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찰하였다. 제7절에서는 유부의 ‘삼세실유’설에 대한 상좌?세친?『성실론』의 반론을 다루고, 제8절?제9절은 유부의 ‘삼세실유’설에 기초한 특징적인 교의인 ‘무위법’, ‘심불상응행’에 대한 상좌의 반대 주장을 다루었다. 제10절에서는 상좌의 구생인俱生因의 부정이 상좌의 시대보다 별로 앞서지 않은 시기에 고안된 새로운 사상이라는 것을서술하였다. 제11절에서는 상좌의 연기설이 아마도 동시인과를 부정하는 입장에서 주장되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비리작의非理作意의 주장이 상좌의 새로운 발전설이라는 점을 고찰하였다. 제12절에서는 『순정리론』 자체에서는 상좌의 견해라고 기술되어 있지 않지만, 『구사론』의 주석서가 슈릴라타의 주장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일례를 들어 고찰하였다.
3.
본서가 기존의 경량부를 다룬 책과 차별되는 새로운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량부는 서기 4세기 중반 무렵에 활약했다고 생각되는 슈릴라타에 의해서 처음으로 사용된 명칭이고, 이것은 특정 부파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 ‘유부의 3세실유설에 반대하는 자’, ‘도리에 부합한 자’, ‘멋있는 자’라는 비유적 의미를 가진 것이며, 그 후에는 ‘현재유체現在有體?과미무체過未無體’설을 토대로 여러 주장을 펼치는 논사들이 각자 자신들의 주장에 붙인 명칭에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둘째, 슈릴라타의 사상은 근根?경境이 제1찰나에 생하고, 식識은 제2찰나에 생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식은 항상 과거의 대상만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즉 인식의 대상은 항상 비존재라는 입장에서 근?경?식이 동시적 관계에 있는 ‘구생인俱生因’을 거부하여 유부의 ‘3세실유’설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한국 불교에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인 아비달마불교에 대해 그 역사와 사상, 그리고 주요 쟁점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며, 또한 아비달마불교의 대표적 논서인 세친의 『구사론』을 공부하기 위한 참고서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