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현 지음 | 사계절
한 선비의 개인 기록으로 베일을 벗은 대한 제국의 역사
우리 역사에 ‘대한 제국’이란 나라가 있었다. 전세계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때인 데다, 일본? 중국?러시아?미국 등 조선을 향한 여러 나라의 알력다툼이 워낙 거셌던 시절이다. 그리고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대한 제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져 버려 우리 관점으로 명확하게 당시를 조명하는 게 쉽지 않다. 우리가 힘이 없어 사실이 왜곡되기 쉬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황현의 『매천야록』이 남아 있다. 『매천야록』은 한 개인이 당시에 보고 들은 상황을 그대로 기술한 책이라 다소 틀리거나 과장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라를 빼앗기고 목숨을 내놓아 그 책임을 다하려 했던 선비가 오랜 기간 사명감을 가지고 남긴 글이라 우리 관점에서 가장 솔직하고 대담하게 서술된 유일한 기록이다. 엄혹한 시절이라 당시 황현이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내 글을 세상에 내놓지 마라’ 했을 정도로 비밀스럽게 간직되었던 기록이기도 하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등 조선 말?대한 제국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묘사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조선 말?대한 제국 시대의 굵직굵직했던 여러 사건들, 즉 임오군란?갑신정변?을미사변?아관파천?을사늑약?국채보상운동?한일강제병합 등이 모두 들어 있다. 그뿐 아니라 개화를 위한 조선의 몸부림, 고종과 명성 왕후의 실상, 관리들의 횡포, 그런 시대를 살아 내야 했던 민초들의 고된 삶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구 눈치를 보거나 어떤 형식에 맞춰 쓴 게 아니고 개인 일기로 기록한 거라 정식 역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실상에 가깝고 적나라한 비사와 야사가 가득하다. 당시 시대상을 아는 데 이만한 자료가 없다.
지금 이 시대에, 또 당하지 않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역사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문제가 그 도화선이 되었고, 그 뒤 경제 보복과 대화 단절,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의 해’이자 ‘독립운동의 해’로 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 운동사를 더 면밀히 되돌아보고 있는 기념적인 해이다. 매천 황현이 우려한 ‘억울하고 원통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다시 돌아볼 해인지라 더욱 『매천야록』의 가치를 되새길 이유가 분명하다.
어린이에게 처음 소개 하는 『매천야록』
이번에 출간한 ‘고전맛집’ 시리즈 10번째는 『황현의 매천야록, 나라를 빼앗긴 선비의 비밀 기록』이다. 매천 황현의 글은 워낙 많이 남아 있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유명한 데 비해, 어린이를 위한 『매천야록』은 현재 나와 있지 않다. 개인이 47년 동안 일기처럼 쓴 글이라 그 내용이 방대하여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추려서 정리하기 쉽지 않은 고전이다. 이 책은 어린이 역사 전문 작가가 그 방대한 자료를 어린이들이 읽기 적합하게 추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황현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읽히도록 써냈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세세한 묘사가 풍성하여 아이들이 흥미롭게 조선 말, 대한 제국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