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야기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이야기는 세상을 떠돌면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뼈가 단단해지고 살이 붙어서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고, 문학이 되어 왔어요.
이야기 중에서도 귀신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지 않나요? 들으면 들을수록 더 듣고 싶어지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가둬 두면 귀신이 된다고 해요. 아우,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그러니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 오래 전에 있었던 일, 오늘 있었던 일들을 모두모두 가둬 두지 말고 부모님께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재잘재잘 이야기해 보세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따뜻한 세상이 된답니다.
저자 소개
저자 : 문영숙
2004년 제2회 ‘푸른문학상’과 2005년 제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를 어린독자들에게 알리는 소설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작품으로는 《아기가 된 할아버지》 《무덤 속의 그림》 《궁녀 학이》 《검은 바다》 《색동저고리》 《개성빵》 《뻐꾸기 아이들》 등이 있고, 청소년 소설 《에네껜 아이들》 《카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정진희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으며,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나는 투명인간이다》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잔소리 없는 날》 《난 이제 혼자가 아니야》 《열두 살의 모나리자》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출판사 서평
줄거리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이가 있었어요. 밥은 굶어도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 하루도 살 수 없었지요. 아이는 장터에서 재미난 이야기 마당이 열린다는 소리에 장돌뱅이처럼 장마당을 돌아다녔어요.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듣고 싶어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를 정도였어요. 아이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듣는 족족 하나도 빼놓지 않고 종이에 적어서 주머니에 넣어 허리에 차고 다녔어요.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 주머니가 점점 불룩해졌어요. 아이는 무거워진 주머니를 자기 방 대들보에 꽁꽁 매달아 놓았어요.
아이가 자라서 장가갈 나이가 되었어요. 그때까지도 주머니는 대들보에 매달려 있었지요.
“와글와글, 재불재불, 왁자왁자, 소곤소곤.”
장대비가 내리는 소리처럼 시끄럽다가, 이슬비가 내리는 듯 작은 소리였다가, 싸움이라도 난 듯 시끌벅적했다가, 재미난 이야기라도 하듯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도련님이 잠든 방 대들보에 매달린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뭐야, 우리를 이대로 놔두고 장가간다고?”
“흥, 말도 안 돼. 우리를 귀신으로 만들어 놓고 장가는 무슨?”
“절대 용서 못 해.”
“맞아맞아. 절대 용서 못 해.”
“장가가기 전에 저놈을 죽여 버려야지.”
이야기들을 오래 가둬 놓으면 귀신이 된다는 말이 정말이었어요. 이야기 귀신들은 옹달샘이 되어, 배나무가 되어, 구렁이가 되어 장가가는 도련님을 훼방합니다. 도련님은 무사히 장가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