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국내 가톨릭계에 처음 소개되는 탈식민주의 비평서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성서 관련 책들은 묵상서나 영성 서적이 많았고 연구서들은 대부분 역사비평에 바탕을 둔 저술들이었다. 이제 또 다른 시각에서 성서를 바라보는 책이 나옴으로써 새로운 시선을 하나 더 보탤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탈식민주의 비평이 인문학계 전반에 끼친 영향과 성서 읽기에 끼친 여파를 고려한다면 본서의 한국어 출간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본서를 읽는 독자라면 탈식민주의 비평이 여전히 생명력이 있고 유효하며 깊은 통찰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서의 부제(History, Method, Practice)에서 알 수 있듯이 본서는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역사와 방법과 실제를 간결하고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새롭게 쓴 초대 글과 우리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역자들이 쓴 서문은 본서의 한국어판 출간이 지니는 의의와 배경 등을 전해 주며, 전이해가 없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 준다. 본서는 성서를 비평적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이끌며, 그 과정에서 신선한 지평을 제공한다.
저자 소개
저자 : R.S. 수기르타라자
스리랑카 출신으로 인도에서 교육받았으며,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성서해석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같은 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선구자이며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성서해석학과 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 비평과 성서해석』 『성서와 제국: 탈식민적 탐구』 『성서와 아시아』 『아시아의 예수』 외에 여러 책을 지었다.
역자 : 양권석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성서해석학과 문화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역자 : 이해청
성공회대학교 박사 과정에서 성서해석학으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목 차
감사의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역자 서문
서론
1 탈식민주의: 논쟁적 담론을 통한 해석학적 여정
2 ‘탈’의 때늦은 도착: 탈식민주의와 성서 연구
3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 기원과 궤적_랠프 브로드벤트
4 지속되는 오리엔탈리즘: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적 관례의 재탕
5 탈식민주의의 계기들: 성서와 그리스도교를 탈중심화하기
6 되받아 주석하는 제국: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
7 후기: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끝나지 않는 여행
주
참고 문헌
출판사 서평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 피식민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읽는 성서
성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시대의 글이 한데 묶인 고전으로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양식이 담긴 문학작품처럼 읽을 수도 있다. 역사서를 읽듯 비평적으로 살피면서 행간의 의미를 추적해 볼 수 있고, 영적 독서를 하면서 기도하는 책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실로 많은 읽기 방법들이 있는데, 이미 정경화되기 이전 고대부터 다양한 읽기 방법들이 있었다.
성서 읽기와 관련해서 우리가 아는 여러 방법들은 비판적 읽기라 하더라도 일단 성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성서 본문의 역사와 신학, 종교적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하느님 나라의 의미나 신앙인의 구원 문제 등을 탐색했고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연구했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면서 기도하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일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본문을 비판하면서 던지는 질문 양태에서 기존의 성서 읽기 방법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성서 본문이 출현했던 식민지적 환경인 정치와 경제, 문화에 집중하며, 성서 시대 및 현대의 제국들과 이 제국들이 끼친 영향을 폭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피식민 국가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수기르타라자가 본서에서 겨냥하는 목표는 “어떠한 종류의 해석학적 접근이 가능한지 제안하려는 것이고 나아가 정치가들과 비평가들이 새로운 제국의 등장을 언급하고 학자들의 글쓰기가 오리엔탈리즘적 실천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어떻게 경계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있다. … 학문적 담론에 존재하는 식민주의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기술하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현재를 평가하고 경계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는 데 있다”(21-22쪽). 저자는 이러한 의도를 본문에서 훌륭히 성취하고 있다.
저자는 특별히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쓴 글에서 탈식민주의 비평의 두 가지 과제를 밝힌다. 첫째는 '정신의 탈식민화'이다. 오늘처럼 다시 제국을 세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식민주의적 관계가 더욱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정신을 탈식민화하는 문제는 결코 한 시대의 유행일 수 없으며, 지금도 여전히 가장 긴급한 비평적?해석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과제는 식민주의 시대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문서고를 습격하여, 자료를 다시 찾아내고 재해석해 내는 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러 ‘습격’이라는 표현을 쓴다. 탈식민주의 비평가들은 굴욕과 저항의 역사를 급진적으로 다시 읽어 내는 노력을 시도해야 하며, 성서와 신학이 제국의 식민주의적 기획과 어떻게 연루되어 왔는지 비판적이고도 성찰적으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에 덧붙인 저자의 소망에는 한국의 독자들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이 한국 민중의 탈식민화를 위한 노력에 작은 격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식민적 유제의 청산을 위해서 학문적으로 특히 신학과 성서 분야에서 고투하고 있는 많은 한국 독자들과 친구들을 향한 우정의 표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10쪽).
본서의 내용을 간략히 훑어보면 아래와 같다.
1장 ‘탈식민주의: 논쟁적 담론을 통한 해석학적 여정’에서는 탈식민주의의 출현에 대한 간결한 역사와 더불어 최근 식민주의의 형태들을 추적하고 기록하며, 탈식민주의 이론의 전개과정을 고찰한다.
2장 ‘'탈'의 때늦은 도착: 탈식민주의와 성서 연구’에서는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주요 발자취와 추진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성서에 담긴 식민주의적 경향과 같은 불편한 질문들을 언급하고,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 간의 불미스러운 제휴들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다룬다.
3장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 기원과 궤적’은 탈식민주의 영역의 주도적인 성서학자들과 이들이 행한 실천들 및 중요 텍스트들을 조사한다. 특히 미국에서 이루어진 제국 연구의 상황과 내용,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간의 상호 관계를 조사한다.
4장 ‘지속되는 오리엔탈리즘: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적 관례의 재탕’에서는 성서학이 동양학의 테두리 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사회과학 비평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쓴 대중적인 책들에 담긴 오리엔탈리즘적 특징을 조사한다.
5장 ‘탈식민주의의 계기들: 성서와 그리스도교를 탈중심화화기’에서는 평온했던 식민주의 시기에 발생한 두 가지 중요한 탈식민주의적 계기를 다루면서 식민주의 시기에 일어난 저항과, 현재의 탈식민주의가 취하고 있는 입장 간의 차이를 돌아본다.
6장 ‘되받아 주석하는 제국: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는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성서를 읽는 방법에 관한 여러 가지 예들을 제공한다.
후기인 7장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끝나지 않는 여행’에서는 탈식민주의 비평적 실천의 역할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 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제안한다.
교회의 성서 해석에만 익숙한 독자들이나 서구 편향적인 독자들에게 본서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며, 성서를 새롭게 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나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지난 일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저자가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작업을 배태한 것이 민중과 함께하(려)는 사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