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
들어보면 당신도 이 책에 소개된 곡의 절반 이상은 이미 알고 있다!
2분짜리 신나는 춤곡, 4분짜리 익숙한 아리아, 10분짜리 유명한 서곡은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듣기에도 무난하다. 하지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아무리 유명해도 클래식 초보자들이 듣기에 쉽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길이가 아니라서 그렇다. 가사도 없는 음악을 30~40분씩 듣는다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유명하다니까 듣다 보면 좋아지겠지’ 하고 억지로 극복하려 하다가는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비하인드 클래식》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친근해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여자경 강남심포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이 책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소개해준다.
저자는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했다. 클래식을 알려면 먼저 작곡가를 알아야 하고 세부 장르와 장르적 특징, 시대별 성향, 악기, 악단 등 많은 것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클래식의 높은 장벽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그런 걸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음식을 무슨 재료로 만들었고 어떤 조리법을 썼으며 어느 나라의 요리인지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맛을 보는 것이 그 음식을 아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악기 소리가 바이올린인지 비올라인지 오보에인지 플루트인지, 이 곡이 독주곡인지 협주곡인지 교향곡인지 몰라도 음악을 듣는 데 문제가 없다. 들어서 마음이 움직이면 내 취향의 곡이 되고 아니라면 다른 곡을 들어보면 된다. 수백 년에 걸쳐 음악 천재들이 남겨온 곡 중에 내 취향에 맞는 곡 하나 없을까. 다만 수많은 클래식 명곡들 가운데 어떤 곡으로 시작해야 좋을지 막막할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여자경
강남문화재단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 그리고 비엔나국립음악대학교에서 작곡, 피아노, 지휘, 오페라코치를 전공하며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통적인 음악 해석, 연주자들과의 호흡,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늘 최고의 무대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지휘자다.
러시아 프로코피예프 국제지휘콩쿠르, 수원 국제지휘콩쿠르, 프랑스 브장송 국제지휘콩쿠르 등에서 수상했다. 빈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 체코 프라하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수원시향, 대전시향, 대구시향, 청주시향, 충남시향 등에서 정기연주회와 특별음악회를 지휘했고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여러 공연장과 언론사의 기획공연, 국가 행사 등에 꾸준히 초대받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언론에서 함께 연주하고 싶은 지휘자로 소개되기도 한 그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목 차
· 여는 글
1부_ 자연의 한 장면
1. 생상스와 함께 떠나는 사파리 투어
♪ 궁금한 이야기 작품번호
2. 스트라빈스키의 조금 특별한 봄
3. 비발디가 권하는 산책음악
4. 드뷔시가 선사한 달콤한 밤의 정경
♪ 궁금한 이야기 표제음악
2부_ 일상의 한 단면
5. 무료한 일상을 깨우는 하이든의 센스
6.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찾는 명상곡
♪ 궁금한 이야기 누가 가장 많은 음악을 작곡했을까?
7. 가족과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
♪ 궁금한 이야기 음역대에 따른 성악가 구분
8. 당신의 숙면을 위한 바흐의 선율
3부_ 사랑 한 조각
9. 일생의 사랑, 베토벤의 러브레터
10. 리스트처럼 후회 없이 사랑하는 법
11. 사랑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오페라의 여인들
12. 반려동물을 사랑한 작곡가
♪ 궁금한 이야기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
4부_ 위로 한 스푼
13. 고향이 그리울 땐 드보르자크,
가족이 그리울 땐 모차르트와 함께
14. ‘실패해도 괜찮아’ 말러의 위로
15.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싶을 땐 헨델처럼
16. 보통의 우리를 위한 응원가
♪ 궁금한 이야기 공연장 박수 에티켓
출판사 서평
클래식 음악의 바다에서 여자경 지휘자가 선별한‘이럴 때 이 음악’
《비하인드 클래식》은 1분이 채 안 되는 곡부터 시작해 주로 5분 내외의 곡들 가운데 유명한 곡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제목은 모르지만 들으면 익숙한 곡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곡들은 테마에 따라 20분 남짓한 소나타와 45분을 넘기는 교향곡까지, 말하자면 심화 단계에 해당하는 곡들도 포함하고 있다. 유명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한 곡을 들어볼 수 있도록 링크도 제공하고 있어서 해당 클래식 작품과 음악가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당기면 바로 곡을 들어볼 수 있다.
한편 곡을 소개하면서 함께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곡을 만들고 때로는 연주까지 하는 음악가들이다. 학창 시절 시험에 나올까 봐 곡명과 작곡가를 달달 외웠던 기억을 생각하면 음악가의 이름들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음악가들의 업적보다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 고뇌, 때로는 당시의 가십거리까지 포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섯 살부터 유럽 전역으로 연주여행을 다닐 정도로 인기였던 모차르트 & 나넬 남매와 그들을 프로로 키워낸 아버지, 일찍 사별한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에는 〈장난감 교향곡〉,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 ‘반짝반짝 작은 별’로 유명한 〈작은 별 변주곡〉이 함께 소개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음악가들의 사랑 이야기도 다수 소개되는데 그중에서도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더 가슴에 남는 법, 연주회 후에 그가 남겨둔 손수건 한 장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 관객들이 난투극까지 벌였다는 클래식계의 아이돌 프란츠 리스트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연인이었던 쇼팽과 조르주 상드, 그리고 상드의 반려견 마르키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강아지 왈츠〉를 들어보면 곡은 더 친근하게 들려온다. 한편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명성과 함께,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하이든이 그 유명세 때문에 사후에 유골이 도난당해 145년 동안 떠돌게 된 사연은 안타까움에 눈을 뗄 수 없다.
또한 진지하고 점잖을 것 같은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작품들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우리에게 침대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에릭 사티는 긴 연주 시간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곡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심지어 이 곡은 길 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괴롭게 만드는 특징을 지녔다. 바로 1분 남짓한 짧은 곡을,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840회를 반복해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 연주시간이 14시간에 달하는 이 곡의 연주에 처음 도전한 것은 피아니스트 존 케이지인데,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개성을 지닌 작곡가다. 그의 유명한 작품 〈4분 33초〉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퇴장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모범생부터 사차원 괴짜까지, 그들은 명곡에 숨은 이야기
이처럼 클래식의 세계는 엄청나게 넓고 으레 그렇듯 괴짜들도 있다. 그리고 정말 매력적이고 멋진 곡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멋진 클래식 작품들을 《비하인드 클래식》은 상황별로 어울리는 곡들로 묶어서 소개한다. 1부에서는 자연에 관련된 음악을 소개하는데,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 산책을 나갈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 여기에 포함된다. 2부에서는 불안할 때나 잠이 오지 않을 때, 무료할 때 등 일상에서 기분을 전환해줄 수 있을 만한 음악들을 담았다. 3부는 음악의 영원한 주제, 사랑을 다루는데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까지 포함하며, 특히 유명 음악가들의 러브스토리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여러 가지 위로받고 싶은 상황에 어울리는 곡들을 소개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이 생긴다. 이 책은 클래식의 이론을 공부하는 책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이게 궁금하다’ 싶을 때에 맞춰 ‘궁금한 이야기’라는 별도 코너를 마련해놓았다. 이 코너에서는 클래식 곡에 제목 대신번호가 붙는 이유, 제목이 붙은 작품들(표제음악)과 그 사연, 오페라에서 음역대에 따른 가수들의 구분, 오케스트라 악기의 구성 등을 다루고 있다.
시대에 따라 음악은 조금씩 그 형태를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힘을 주고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수백 년에 걸쳐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이 신경 쓰인다면, 무작정 유명하다는 곡을 듣기보다는, 전문가가 엄선한 굵고 짧은 곡들로 시작해보자.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여자경 지휘자가 소개해주는 클래식 속 숨은 이야기들과 명곡들을 듣다 보면 이번 생에서 ‘클래식 애호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