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동료처럼 신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까?”
종(種)을 뛰어넘어 진정한 ‘우리’가 되는 새로운 여정
내일을 보는 미래학자와 내일을 쓰는 스토리텔러가 완성한 새로운 SF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로봇 의사가 존재한다면?
엉뚱하고 발랄한 인간형 로봇 로사의 완벽한 의사 되기 프로젝트!
새로운 의사가 G의료센터에 입사했다. 분홍색 머리카락, 동그랗고 부드러운 인상 그리고 편안한 목소리. 로봇 의사 ‘로사’의 모든 것은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설계되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인간형 로봇처럼 보이지만 로사에게는 다른 로봇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자기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이다. 로사의 창조자, 정도원 박사는 로사를 만들 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로사는 인간 의사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판단하여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 그리고 로사의 곁을 정도원 박사의 아들이자 의사인 수호가 지키고 있다. 로봇 의사 곁에는 인간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로사의 의사 생활은 순조로울 듯했다. 정도원 박사가 개발한 마지막 로봇 의사로서 로사는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로사는 동시에 수만 명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료 상황에 대해 성실하게 공유하며, 로봇이라 먹지도 못할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엉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로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는 진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한 당뇨 환자에게 약을 주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AI 로봇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킨다. 사실 그 당뇨 환자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진료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언론은 로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극적인 부분만을 보도하고, 결국 로사와 그녀의 담당 의사 수호는 응급실로 좌천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는 아무도 그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순탄치 않은 응급실 생활. 로사는 사람들의 의혹과 오해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윤여경
문화기획자이자 비영리 문학단체 퓨쳐리안 대표, SF 스토리텔러. 2017년 「세 개의 시간」으로 제3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6회 CISFC 과학소설 국제교류 공로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금속의 관능』, SF 앤솔러지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우주의 집』 『끝내 비명은』 『매니페스토』, 장르 창작법 앤솔러지 『장르의 장르』, 장편소설 『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등이 있고 한중일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을 기획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예술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작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저자 : 정지훈
의학과 사회과학, 공학을 전공하고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K2G 테크펀드의 제너럴파트너로 국내외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겸직교수,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를 맡고 있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을 집필했다. AI를 비롯하여 AR/VR, 블록체인, 로봇 기술과 같은 딥테크 기술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양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어린 왕자와 장미꽃 그리고 민유
여우와 길들이기
수호와 토러스
재회와 이별
가장 무모한 도전
새로운 동맹
수호와 로사
고이스트와 닥터 드류
필요해진다는 것
해피 밸런타인데이
작가의 말 윤여경
정지훈
출판사 서평
로봇 의사를 불신하는 세상
로사와 수호가 마주한 인간의 두려움
수호는 아홉 살 때 처음으로 로사를 만난다. 당시 로사는 인간형이 아니라 작은 다각형 보드 형태였다. 정도원 박사는 수호의 손 위에 로사를 올려주는데, 문제가 생긴다. 로사가 아무런 명령 없이 갑자기 활성화되더니 수호의 정신을 장악한 것이다. 수호는 알 수 없는 기계어를 뱉으며 혼란스러워하고, 그것을 계기로 정도원 박사 부부는 로사를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비록 아무도 모르는 정도원 박사 가족만의 일이었지만 이 사건은 장차 로봇 의사가 될 로사가 어떤 공포를 가져오게 될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간이 흘러 폐기된 줄 알았던 로사가 살아서 동물들을 진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호는 로사를 본래의 제작 목적인 의사로 복귀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로봇이 인간을 강간하여 살해하는 등 AI의 범죄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수호는 결심한다. 오해를 딛고 로사의 쓸모를 세상에 증명해 보이기로. 그것은 수호의 가문을 위한 일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결정권을 가진 로사의 존재 그 자체다. 로사의 의사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로사를 향해 계란과 토마토를 던지기도 한다. 이런 소설 속 묘사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기대하는 한편 두려워하고 있는 현대인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미 많은 매체 및 영상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레지던트 정수호 씨의 어시스턴트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보조 업무로 시작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정수호 선생님의 어시스턴트 닥터입니다.”
“그럼 당신은 미래에 반란을 일으키거나, 당신의 담당 의사인 정수호 씨 혹은 당신의 창조자인 에로스에 반항할 계획이 있습니까?”
기자 한 명이 심각하게 묻자 주위가 술렁였다.
_P.8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 인공지능의 발달은 불가피하지만 그만큼 범죄의 가능성이나 우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응급실 로봇 닥터』는 인간이 상상해 마지않던 로봇의 존재를 등장시키며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인지, 그들이 우리를 해할 가능성인지. 그 두 가지 중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미래를 마주하게 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과제일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따스한 기술을 그린 SF
인간과 비인간의 화합을 기대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인간이므로 인간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에게 이득이 되는 것, 도움이 되는 것,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고, 인간만 사는 곳도 아니다. 더욱이 점점 기술이 발전해가는 세상에서 이제 인공지능과 같이 생물이 아닌 존재와도 공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아무리 그들이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인간 마음대로 조종하고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관계라는 것은 양쪽이 서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가장 의미가 있어. 나와 아내도 그랬고, 자네와 로사도 그럴 수 있어. 로사가 의료 로봇이라고 해서 단순한 기계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로사도 자네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고, 자네도 로사로부터 배울 것이 많을 거야. 찾아봐. 서로가 서로를 불필요하다고 느끼면 가까워질 일은 영원히 없겠지.”
_P.172
서로 이해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해질 것이고, 그렇게 멀어질 날만 남는 것은 인간에게 외롭고 슬픈 일이다. 이해하고 필요를 인정하는 것은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응급실 로봇 닥터』는 인간과 로봇을 떠나 서로 품어주고 이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로사를 필요로 할 수 있을까? 『응급실 로봇 닥터』가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인공지능의 세계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추천사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세상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의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와 SF 작가가 만나서 함께 썼다. 인간 의사와 AI를 탑재한 로봇 의사가 동료 관계로서 어떤 험난한 과정을 겪는지를 그려낸 이 소설은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의 엄청난 변화들을 흥미진진하게 나열한다. _장동선 (뇌과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인공지능이 삶에 스며든 시대에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후 예측보단 날씨 예보에 가까운 미래 읽기다. 목숨이 오가는 의료 현장은 더 첨예하다. 『응급실 로봇 닥터』는 바로 그 응급한 현장의 ‘미래 캐스터’를 자처한다. 미래학자 정지훈의 휴머니즘적 통찰, SF 스토리텔러 윤여경의 유쾌한 상상이 서로 대화하듯 빚어낸 미래 풍속도가 손에 만져질 듯 생생하다. _나원정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