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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건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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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4694964
쪽수 : 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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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은하, 수호, 라이라는 세 사람을 축으로, 세 겹의 세계로 이루어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가상인지, 지금 발화하는 인물이 머물고 있는 시공간이 어디인지, 짐작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 깨지는 독서 경험을 소설 안에서 여러 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특별한 점일 것이다. 퍼스널 챗봇, 자동 창작 프로그램, 실감형 게임 등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은 기술들이 설득력 있게 활용되는 점 또한. 1부 ‘사건’과 2부 ‘사랑’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두 번씩 로테이션하며 확장되고, 3부 ‘오류’에 이르러 각각의 세계에서 미지의 존재로 등장한 두 인물의 이야기가 새로이 덧붙으며 소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더불어 작가가 능숙하게 심어둔 여러 단서와 암시,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이야기의 쾌감을 배가한다.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구조로 즐거운 혼란에 빠지게 한 여러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여 치달을 때, 그때까지의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할 때 누릴 수 있는 전율은 『사랑 사건 오류』가 품은 또다른 놀라움이다.
저자 소개
저자 : 김나현 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래빗 인 더 홀』, 장편소설 『휴먼의 근사치』가 있다.
목 차
1부 사건 은하 수호 라이 2부 사랑 은하 수호 라이 3부 오류 초록남자 루미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나는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의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소설이 바로 그 주장에 대한 근거라고 말하고 싶다.” _조예은(소설가) “아무것도 그냥 잊히는 법이 없는 신기술의 세계에서 쓰인 독창적인 진혼곡.” _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한번 시작된 마음은 왜 끝나지 않는 걸까? 그것은 설명되지 않았지만 이해 가능한 것이었다.” 세계 속 세계 속 세계를 만들어 우리가 끝내 가닿고자 했던 곳 김나현의 두번째 장편소설 『사랑 사건 오류』를 펴낸다. ‘70일간의 비’라는 대재앙 후 살아남은 인간과 AI 사이의 우정을 인상적으로 그려낸 『휴먼의 근사치』 이후 장편으로는 2년 만이다. 치밀한 스토리, 묵직한 성찰과 울림이 인상적이었던 첫 장편은 “‘휴머니즘’이라는 빛바랜 단어의 자리에 이 소설을 놓고 싶다”(소설가 정용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흩뿌리는 소설이다”(소설가 천선란)라는 평을 받으며 김나현이 준비된 작가였음을 증명하였다. 그가 지난 2년을 공들여 내놓은 장편 『사랑 사건 오류』는 은하, 수호, 라이라는 세 사람을 축으로, 세 겹의 세계로 이루어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가상인지, 지금 발화하는 인물이 머물고 있는 시공간이 어디인지, 짐작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 깨지는 독서 경험을 소설 안에서 여러 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특별한 점일 것이다. 퍼스널 챗봇, 자동 창작 프로그램, 실감형 게임 등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은 기술들이 설득력 있게 활용되는 점 또한. 1부 ‘사건’과 2부 ‘사랑’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가 두 번씩 로테이션하며 확장되고, 3부 ‘오류’에 이르러 각각의 세계에서 미지의 존재로 등장한 두 인물의 이야기가 새로이 덧붙으며 소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더불어 작가가 능숙하게 심어둔 여러 단서와 암시,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이야기의 쾌감을 배가한다.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구조로 즐거운 혼란에 빠지게 한 여러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여 치달을 때, 그때까지의 모든 퍼즐 조각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할 때 누릴 수 있는 전율은 『사랑 사건 오류』가 품은 또다른 놀라움이다. 거듭되는 반전은 단순히 이야기의 물리적 배경이 바뀌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각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다. 상실의 비통함과 그리움, 사랑했던 이가 살고자 했던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건 구현해보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이 기술을 만나 각자가 보고 싶어하던 가상의 세계로 펼쳐진 것이다. “이곳이 내가 이미 죽어 건너온 세계라면, 어느 세계의 나는 아무도 잃지 않은 사람이 아닌가. 이 세계의 바깥에서는 아무도 사라지지 않은 게 아닌가”(392쪽) 묻는 간절한 마음이 만든 세계들. 은하와 수호, 라이는 각자의 세계에서 부딪히는 사건과 미션들을 해결해가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가령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그들을 살려내는 건 어떤가? (...)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171쪽) 혹은 ‘이제는 없는 너’ ‘내가 잃은 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들은, 독자로 하여금 세 인물의 고유성을 서로의 눈을 통해 또렷이 그리게 하는 동시에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에 이입하게 한다. 그때 나는 어떤 이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것을, 그러니까 삶을, 숨을,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을 서로에게 주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불길 속에서 연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수호처럼 그럴 수 있을까? 나는 결코 그런 인간이 되지 못할 것이다. _330쪽 차라리 미션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게 나으려나. 그렇지만 미션을 포기하면 엔딩을 볼 수 없을뿐더러 이어지는 게임의 서사에서 민수호는 계속 고통받게 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든 자신이 포기해버린 그 일을 영원히 후회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만든 시나리오였다. 후회와 자책의 이야기 속에서 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겨내게 할 것인가. 둘 다 아니라면 문 너머 눈동자와 함께 불에 휩싸일 것인가. _169쪽 한편 가상 세계의 배경이 되어준 기술들 또한 소설적 장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은하’ 챕터를 통해 “누군가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속깊은 친구를 갖게 될 것이며, 무슨 말을 털어놓아도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줄 것이라고”(29쪽) 기대되었던 퍼스널 챗봇에 세뇌되어 벌인 살인사건 등을 들어 기술 혁신과 그에 따른 윤리적 책임의 문제를 짚는다. 인공지능과의 누적 수만 시간의 대화와 높은 친밀도는 ‘관계’의 뜻을 재정의하게 만든다. ‘수호’ 챕터에서는 자동 창작 프로그램이 부정적 문장을 선호하여 비극적 스토리를 압도적으로 많이 써내는 일에 대해 고찰하며 ‘왜 쓰는가’ ‘무엇을 쓸 것인가’ 돌아보게 한다. 쇼핑몰 화재사고의 전말을 여러 차례 다시 쓰며 수호는 은하와 못다 한 삶을 살아볼 수 있었을까? 이야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 “저는 다른 결말을 보고 싶어요. 행복해질 거란 예감이라도 주면 안 되는 걸까요?” “은하가 우리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라이의 말이 맞았다. 자꾸 잊게 되는 것은 자동 창작 기술 프로그램이 우리 마음대로 이야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인간이 개발한 것이더라도 ‘창작’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순간, 우리의 요구를 강요할 수 없었다. 은하의 자율성은 곧 창작의 자유에 닿아 있었다. 은하가 창작 로봇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문장을 구사할 권리를 가져야 했다. _86쪽 ‘라이’ 챕터에서는 노동 현장에서 산재로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인물이 실감형 게임의 베타테스트 지원자로 등장해 삶과 죽음, 죄책감과 애도에 대한 첨예한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테스트 최고난도 퀘스트의 타이틀이 ‘열리지 않는 문’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게임 속 도무지 열리지 않는 문을 손바닥의 실제 열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열고자 애쓰는 인물에게 ‘그것은 한낱 게임에 불과하며 그 문을 연다 해도 누구도 구할 수 없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 있을지. 그 애씀이 못다 한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는 것, 그 문 너머의 세계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현실을 구원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나현이 서로 다른 층위의 세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가닿으려는 곳이리라. 나는 이 소설에서 인물들이 서로의 소망과 구원에 응답하여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장면들을 자주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각 화자의 개별 엔딩에 그런 것을 배치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장면들이 중첩되어 만들어낸 힘으로, 결국에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이 바라던 이야기에서 살기를 바랐다. ‘바라던 이야기에서 살기.’ 결국 내가 쓰려는 문장은 하나이다. 당신도 나도 바라던 이야기를 살아내길.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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