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 북파니

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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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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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2376424
쪽수 :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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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헌법이 제정된 순간 대한이 세워진 순간 1948년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제헌국회 회의록에 담긴 정치의 향연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에서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찾는다 1948년 5월 10일. 하늘이 권력을 하사하던 종래의 질서를 뒤엎고 국민이 작대기를 그어 일꾼을 뽑았다. 약 748만 명의 투표인과 95.5%의 투표율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제1대 국회의원 198인이 당선된다. 개원식이 끝난 직후 서울 시청 앞과 태평로, 세종로 일대에는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 제헌의원을 응원하고 자주독립을 축복하기 위한 시가행진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시기부터 염원하던 만민이 평등한 나라,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순간은 기나긴 압제를 물리친 해방의 커튼콜답게 성대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광복은 결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하는 데에 걸린 기간은 고작 20일. 1948년 6월 23일에 헌법초안이 제헌국회 본회의장에 상정된 후 7월 12일에 이르러서야 헌법안 10장 103개 조항이 모두 통과된다.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는 제헌국회 회의록에 고스란히 기록되었고, 그 기록에 담긴 내용은 ‘대통령제냐 내각책임제냐’ 따위에 함몰된 오늘날의 개헌 논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속기사가 빼곡하게 작성한 20일의 기록에는, 당시 198명의 제헌의원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제헌헌법 제작에 착수했는지를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좋은 헌법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 하루속히 헌법을 제정해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책임감,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더 좋은 조항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 국민의 삶을 더욱 이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치열함이 회의록 곳곳에 가득하다. 그런즉 제헌의원들이 혀끝으로 펼친 ‘정치의 향연’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계한 원동력이오,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제공하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헌법은 자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약속이고, 약자의 삶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며,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와 국민이 유리되고 희망이 상실되는 오늘날. 절망의 시대를 타파하고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1948년 제헌국회의 헌법 제작 과정을 다룬 《헌법의 순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그날의 순간에 담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찾는다.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박혁 1971년, 전남 신안에 있는 작은 섬, 재원도에서 태어났다. 독일 남부에 있는 레겐스부르크대학교, 프리드리히 알렉산더(에를랑겐-뉘른베르크)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다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경희사이버대학교, 서울시 시민대학에서 강의했고 동국대학교 객원 교수, 상명대학교 초빙 교수로 일했다. 지금은 민주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저서로는 『이솝에게 배우는 민주주의』, 『야스퍼스와 사유의 거인들』(공저), 『루소, 정치를 논하다』(공저) 등이 있다.
목 차
제헌헌법 제정 당시 국회 구성 …7 추천사 … 8 머리말 헌법의 순간을 기다리며 … 12 제1장 대한 사람 대한으로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결정한 이유 … 25 제2장 빼앗긴 좋은 단어 국민이냐 인민이냐, 기본권 주체 논쟁 … 47 제3장 내 사랑 한반도 영토 조항을 둘러싼 갑론을박 … 71 제4장 잃어버린 혁명 3·1혁명과 3·1운동 사이 … 91 제5장 암탉도 울어야 할 시간 축첩폐지, 남녀동권을 위한 첫걸음 … 111 제6장 ‘적어도’에 담긴 큰 힘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을 실시하라 … 131 제7장 민족의 양심으로 친일파 청산 의지가 담긴 제101조 … 149 제8장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라 신체의 자유, 고문받지 않을 권리 … 171 제9장 정치는 정치, 종교는 종교 국교 금지와 정교분리 … 199 제10장 진정한 광복은 경제민주화 노동자의 경영참여권과 이익균점권 … 223 제11장 찌개 냄비와 앞접시 양원제를 유보하고 단원제를 채택한 사연 … 253 제12장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제로 바뀐 까닭 … 277 제13장 대독총리와 대쪽총리 국무총리의 역할, 보좌인가 견제인가 … 307 제14장 낯선 이름, 심계원 회계검사기관의 역할이란 … 327 맺음말 다시, 헌법의 순간을 기다리며 … 342 참고 문헌 … 352 ┃추천사┃
출판사 서평
1948년 제헌국회를 둘러싼 14개 논쟁 1948년에 성립된 제1대 국회는 숱한 위기에 둘러싸였다. 남한 단독선거가 남북 분단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로 좌익 세력이나 임시정부 출신 명망가는 선거에 불참했다. 선거에 참여한 이들도 각자의 목적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갈등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순간은, 198인의 동상이몽으로 점철된 처절한 사상전(思想戰)이자 향후 정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권력 암투의 전초전(前哨戰)이기도 하였다. 박혁 작가는 《헌법의 순간》에서 제헌국회를 뒤흔든 14개 논쟁을 엄선하여 각 장에 하나씩 소개한다. 숨이 막히도록 치열한 논쟁의 순간을 소설에 견줄 만큼 상세하게,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서술하였다. 그런즉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당시 제헌국회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국가 정체성으로 성립하고자 노력했다. 독립운동은 일본제국을 몰아내기 위한 물리적 투쟁이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상적 저항이기도 하였다. 이를 증명하듯 제1장 〈대한 사람 대한으로〉는 국호가 대한민국으로 결정된 과정을 소개한다. 일제는 한민족의 주권을 강탈한 직후 통합된 한국을 염원한 ‘대한’이란 이름을 말소하고 망국을 상징하는 ‘조선’을 부활시켰다. 즉 1919년 3월 1일의 혁명은, 대한의 이름과 뜻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대한민국’이란 국호에는 자주독립정신과 항일정신으로 성립된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제3장 〈내 사랑 한반도〉에서도, 국토를 부르는 명칭인 ‘한반도’ 역시 빼앗겼다 되찾은 말로 여기며 헌법에 담겼다. 독립운동을 대한민국의 시원으로 세우기 위한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제4장 〈잃어버린 혁명〉에서, 이승만을 포함한 여러 의원은 3·1혁명을 3·1운동으로 명칭을 바꾸며, 그 의미를 격하했다. 제7장 〈민족의 양심으로〉에서 친일파 청산을 규명한 제101조 통과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살펴보자. 한국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은 끈질기게 친일파 청산조항을 만들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방해했다. 훗날 반민특위가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무참히 탄압받았던 것처럼, 공동체의 정의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친일세력의 저항에 번번이 시달려야 했다. 둘째, 제헌헌법에는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제헌의원들은 민주공화국 헌법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고들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이다. 제2장 〈빼앗긴 좋은 단어〉, 제8장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라〉, 제9장 〈정치는 정치, 종교는 종교〉, 제10장 〈진정한 광복은 경제민주화〉에서는 과거의 부조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용 전반을 관통한다. 제2장에서는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할 주체로 ‘국민’과 ‘인민’ 중 무엇이 옳은지로 논쟁한 과정을 보여준다. 법이 국가와 국가 구성원 간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국민’이라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1948년 제헌국회에서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인민’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의원도 여럿 있었다. 제8장에서 ‘신체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봐도, 제헌국회가 보편 인권에 얼마나 민감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제9장에서는 사상과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위해 국교를 금지와 정교를 분리한 과정을 소개한다. 제10장에서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숱한 의원이 수정안을 제안하고 보수세력과 맞서 싸웠다. 즉 제헌의원들은 식민지배 36년을 겪으며 인권, 신체와 양심의 자유, 경제적 평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꼈고, 그 가치를 헌법에 담아 세계 모범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부단히 애썼다. 또한 제헌헌법에는 당대 사회문제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제5장 〈암탉도 울어야 할 시간〉에서는 당시 만연했던 축첩의 폐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설명한다. 여성참정권이 도입되고 여성 후보도 출마했으나 제헌국회는 영락없이 ‘홀아비 국회’가 었다. 국회 밖에서는 고위공직자가 버젓이 축첩하고 아내를 억압하며 가정파탄에 일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헌법초안에도 없던 제헌헌법 제20조가 신설된 것은 참으로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제20조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족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는 조항은, 가부장제에서 여성이 받았던 차별을 없애 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고자 제헌국회가 노력한 증거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제6장 〈‘적어도’에 담긴 큰 힘〉의 경우, 무상의무교육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헌의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웠던 당시, 초등교육만 무상의무교육으로 보장한다는 조항을 두고 모두가 아쉬워했다. 또한 1947년부터 시행된 ‘미성년자노동보호법’에 따르면, 초등교육까지만 이수하고 이후 중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아동들은 노동도 할 수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헌의원들은 조항 안에 ‘적어도’라는 세 글자를 새로 삽입해 훗날을 도모하기로 잠정 합의한다. 제헌헌법 제16조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에서, ‘적어도’라는 단어 덕분에 추후 무상의무교육의 범위를 넓힐 근거를 확보하였다. 한국식 대통령제가 탄생한 내막 앞선 두 가지가 대한민국의 방향성을 두고 대립한 사상전과 밀접하다면, 마지막은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쟁의 전초전과 밀접하다. 셋째, 한국만의 독특한 정치제도, ‘한국형 대통령제’는 헌법의 순간에서 헌법초안이 번복된 결과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는 사실 양원제와 의원내각제로 구성된 정치체제를 지향한 의원이 적잖았다. 제12장 〈단 한 사람만을 위한〉에서, 헌법초안을 제작한 헌법기초위원회는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를 기초에 둔 헌법을 설계했다. 대통령제에서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마땅한 방도가 없고, 정부와 국회가 대립하는 국면을 해소할 방도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헌법 설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유진오 박사는, 공교롭게도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닌 문제가 무엇인지를 1948년 그날에 예측했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무리 무능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불신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회가 무슨 횡포를 저지르든 다음 선거 때까지는 국회를 해산할 방도가 없다. 헌법을 위반하거나 크나큰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대통령제 아래서는 정부나 국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견제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현 대통령의 무리한 거부권 남발, 정부와 제1야당의 대립 등으로 현실 정치에 유감을 느끼던 독자라면, 《헌법의 순간》에서 소개하는 제헌의원들의 논쟁이 참으로 절묘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계산하여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맥락도 있다. 헌법기초위원회는 보수정당인 한국민주당 출신과 무소속 의원이 주도했는데, 그들은 이승만처럼 대통령으로 내세울 명망 있는 인물이 없었다. 그들은 내각책임제가 아니라면 추후 주도권을 확보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헌법기초위원회에서는 의원내각제를 헌법초안에 담기로 구성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하지만 누군가 강력하게 대통령제를 주창하며 헌법초안의 내용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바로 당시 임시 국회의장이었던 이승만이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그는, 의원내각제 헌법 아래서는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헌법기초위원회를 압박했다. 가뜩이나 임시정부 출신 인사가 총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머지않아 수립될 정부에 이승만조차 없다면 그 정부는 국민의 신망을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대통령제로 헌법초안이 바뀌게 된다.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결국에는 “사회안정과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하다.”라는 정세론에 밀려 대통령제가 채택된다. 의원내각제가 하루아침에 대통령제로 바뀐 것처럼 헌법초안의 많은 내용이 여러 정파의 정치적 이권과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세에 따라 뒤집혔다. 제11장 〈찌개 냄비와 앞접시〉에서도, 양원제의 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 양원제를 유보하고 단원제를 채택한 사연을 알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럽게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초기 헌법기초위원회가 의도하지 않았던 내용이 헌법에 담겼다. 가령 제13장 〈대독총리와 대쪽총리〉와 제14장 〈낯선 이름, 심계원〉에서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뀐 이후 헌법초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린다. 국무총리 임명 시 국회 승인을 받으면서도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추천권은 보장받지 못하게 된 점, 정부가 전년도 예결산을 국회에 심사받지 않고 보고만 하고 끝나는 점이 그러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들어간, ‘한국식 대통령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당시 강욱중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는 헌법안이 갑자기 바뀌면서 ‘잡탕’이 된 결과에 가깝다. 즉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한국식 대통령제란, 의도적으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안배가 아니라 제헌국회에서 벌어졌던 논쟁과 대립에서 태어난 우연의 산물이다. 제헌헌법에서 발견하는 민주공화국의 오래된 미래 《헌법의 순간》의 지은이는 제헌국회가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관해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자 여러분이) 유서 없이 남겨진 유산처럼 헌법의 순간을 마음껏 상상했으면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유산’이라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제헌국회가 제정한 대한민국 헌법은 단순히 그날을 위한 헌법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헌법이다. 제헌의원이 펼친 정치의 향연은 그날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토론이다. 지은이가 맺음말에서 한 번 더 언급하듯 제헌국회 회의록에 적힌 그들의 논쟁, 토론, 고뇌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겨 있다. 현행헌법이 개정된 지 40년 가깝게 흘렀다. 서서히 개헌이 화두에 오르고, 나아가 ‘제7공화국’을 언급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응당 현행 대통령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을 테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바가 단순히 대통령제 혹은 정치체제 개혁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헌법은 국가와 인민의 약속이자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헌법이 제정된 이래 총 아홉 차례를 개헌했다. 그런데 그중 태반이 소수를 위한, 또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개헌이었다. 즉 한국현대사에서 개헌은, 헌법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비정상적 정치 파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시행됐다. 그런 점에서 정치체제 변화에만 함몰된 오늘날의 개헌 논의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보편 인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 독재정권 시기의 개헌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개헌 이야기는 이전과는 달라야 하고, 그런 점에서 《헌법의 순간》은 개헌을 둘러싼 논의를 질적으로 뒤바꿀 것이다. 이 책은 제헌헌법의 제정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제헌국회는 정부 형태를 둘러싼 논쟁에만 함몰되지 않았다. 당시 제헌 국회의원들은 노동권의 보장(이익균점권), 여성의 권익 확충(남녀 혼인동권과 축첩폐지), 공동체의 정의 실현(친일파 청산), 보편 인권의 보장(신체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무상의무교육의 필요성 등 중차대한 가치를 둘러싸고 투쟁을 벌였다. 당시의 논쟁을 꼼꼼히 살펴보면, 당대인이 꿈꾸던 미래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던 문제 대부분이 제헌헌법을 제정하던 순간부터 논의되었던 것이고, 제헌의원은 치열하게 논쟁하며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분명히 가리켰다. 따라서 이 책은 그간 잊고 있던 오래된 미래를 발굴한다는 의의가 있다.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는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에게 이 책을 당당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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