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 시인, 출판인이 되어 함께 계속 읽고 쓰는 문학 동인 ‘애매’의 첫 소설집이다. 소설가 최미래, 성해나, 이선진, 김유나, 시인 조시현, 출판인 최현윤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에서는 ‘애매’의 자음인 ‘ㅇㅁ’에서 각자 채집한 단어들을 소재로 하는 여섯 편의 소설을 엮어 소개한다.
한 명의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어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이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틀이 존재한다. 이 틀 바깥에 존재하는 ‘좋은 글’, ‘계속 쓰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은 문단의 과제로 여겨져 왔고, 이 고민에서 독립적이고 다채로운 시도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함께 응답하고, 문학의 다음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애매의 첫 책, 《애매한 사이》를 선보인다. 서로 너무 달라서 하나로 결집되지 않고 그래서 함께 ‘애매하기’를 자처하는 이들. 각자 다른 역할로 문학의 곁을 지켜온 젊은 작가들은 같은 시대를 어떻게 포착하고 감각할까.
저자 소개
저자 : 최미래
2020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종종 구겨진다. 구겨진 종이 위에 그려진 사랑을 오해 없이 받아 적고 싶다. 소설집 《모양새》 《녹색갈증》이 있다.
저자 : 성해나
2022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깊게 쓰고, 신중히 고치려 한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경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
저자 : 조시현
2022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름에는 딱딱한 복숭아와 커피의 힘으로 쓰고 읽는다. 시집 《아이들 타임》이 있다.
저자 : 최현윤
2020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으로 사는지 연구 중이다. 문학 잡지 《프리플라이트》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 : 이선진
2020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지발가락에 난 구멍까지도 양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가 있다.
저자 : 김유나
2022년부터 애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를 자꾸만 돌아보다 소설을 쓰게 되었다. 2020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ㅇㅁ’에 들어갈 무한한 단어들을 상상하며
문학의 ‘애매’한 미래를
함께 맞이하고 돌파하는 젊은 작가들
나는 ‘애매’의 애매함을 좋아한다. 의미 생산이 넘치는 이 시대에서 표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 모호한 상태. 이들은 ‘ㅇ’의 유연함과 ‘ㅁ’의 모남 사이에 있다. 동시대와의 유연한 관계, 작가적인 모난 개성, 그 사이를 채우는 건 다른 무엇이 아닌 각각의 소설들이다.
―민병훈
《애매한 사이》는 같은 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 시인, 출판인이 되어 함께 계속 읽고 쓰는 문학 동인 ‘애매’의 첫 소설집이다. 소설가 최미래, 성해나, 이선진, 김유나, 시인 조시현, 출판인 최현윤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에서는 ‘애매’의 자음인 ‘ㅇㅁ’에서 각자 채집한 단어들을 소재로 하는 여섯 편의 소설을 엮어 소개한다.
한 명의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어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이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틀이 존재한다. 이 틀 바깥에 존재하는 ‘좋은 글’, ‘계속 쓰는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은 문단의 과제로 여겨져 왔고, 이 고민에서 독립적이고 다채로운 시도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함께 응답하고, 문학의 다음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애매의 첫 책, 《애매한 사이》를 선보인다. 서로 너무 달라서 하나로 결집되지 않고 그래서 함께 ‘애매하기’를 자처하는 이들. 각자 다른 역할로 문학의 곁을 지켜온 젊은 작가들은 같은 시대를 어떻게 포착하고 감각할까.
민병훈 작가가 추천의 글에 적었듯 ‘문학’과 ‘공동체’는 언뜻 사이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친분을 넘어 함께 목소리를 모으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애매의 순수한 열정이 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주기를, 문학장의 논리에 새로운 흐름이 되기를 바란다.
한 권이라기엔 애매한
‘ㅇㅁ’에서 시작한다는 느슨한 규칙 아래 모인 6명의 글은 제각각 다른 시선과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 최미래 작가의 〈얕은 바다라면〉에는 서로의 결핍을 맞대고 한 시절을 지나온 연인과 자연스레 닮아갔던 ‘입맛’을 추억하는 인물이 있고, 성해나 작가의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는 80년대 한국의 폐쇄적인 시대상 속 평범한 악인의 성실하고 묵묵한 ‘야만’이 있다. 조시현 작가의 〈파수破水〉는 주머니 속 작은 ‘올무’에서 시작해 결국 구멍 밖으로 역류하고 마는 일상 안에 돌출된 낯선 징조들을, 최현윤 작가의 〈너희 소식〉은 모든 것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미친 세상”의 긴박함과 그곳에서 끝없이 갱신되는 얼굴들, 소식들, 장면들을 마주치는 한 개인의 무상함을 그린다. 이선진 작가의 〈볕과 끝〉에는 화창한 날들을 지나 한여름에 연인을 위해 두터운 ‘양말’을 뜨며 이별을 준비하는 뙤약볕 같은 사랑의 끝이, 뒤이어 오는 김유나 작가의 〈부부생활〉에는 안온한 얼굴로 범죄를 모의하고, “네가 나를 망하게 할 수 있다면 나도 너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락함을 느끼며 꽉 쥔 손을 놓지 않는 사랑이 있다.
이토록 다르게 변주되는 소설의 끝에는 서로의 글에 보내는 코멘트가 있고 부록으로는 6인의 에세이와 ‘텔레스트레이션’ 게임을 변형한 ‘애매스트레이션’ 게임이 실려 있다.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는 친구들, 서로의 글을 나누어 읽고 다정한 감상을 보내는 동료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는 혼자가 되는 애매 동인의 면면을 한 권에 담았다.
문학동인 애매(愛枚)
애매(愛枚)의 뜻은 사랑 애(愛)에 낱 매(枚)를 써서 ‘우리가 써나간 글 한 쪽 한 쪽을 사랑하다’라는 뜻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를 ‘애매(曖昧)한 모임이라 애매구나’라고 합니다. 여섯 명의 동인 구성원이 각각 소설가, 시인, 출판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렇지요. 소설의 결 또한 다양해 흔히 말하는 ‘○○파’라고 일컬어 명명할 수도 없습니다. 문학 또한 그런 애매함을 지향하는 게 아닐까요. 선(善)과 윤리의 기준에 대해, 단호한 규칙의 기이함에 대해, 연약한 것이 주는 강력한 힘에 대해. 정답이 없는 모든 것을 고민하고 질문하는 것이 문학의 일 중 하나이니까요. 누군가는 모임이 권력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문학은 혼자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애매는 서로의 파수꾼인 동시에, ‘함께’하는 연대의 의미를 다져가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를 지향합니다. 그렇게 세상의 한 쪽 한 쪽을 사랑하는 동시에, 영원히 애매(曖昧)한 모임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