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자,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인 『칵테일, 러브, 좀비』가 20대 여성 독자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칵테일, 러브, 좀비 10만 부 기념 특별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 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등 네 작품과 새로운 작가의 말이 수록되었다.
저자 소개
저자 : 조예은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노볼 드라이브》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입속 지느러미》, 연작소설 《꿰맨 눈의 마을》 등을 썼다.
목 차
초대 · 7p
습지의 사랑 · 51p
칵테일, 러브, 좀비 · 89p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133p
작가의 말 · 193p
초판 작가의 말 · 197p
프로듀서의 말 · 199p
출판사 서평
우리가 사랑한 조예은 월드의 정점
『칵테일, 러브, 좀비 10만 부 기념 특별판』 출간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자,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인 『칵테일, 러브, 좀비』가 20대 여성 독자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칵테일, 러브, 좀비 10만 부 기념 특별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폭력을 감내해 왔던 여성 빌런의 탄생을 그린 「초대」, 물귀신과 숲귀신 사이의 사랑스러운 이끌림을 담은 「습지의 사랑」, 블랙 유머를 통해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오컬트 좀비물 「칵테일, 러브, 좀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등 네 작품과 새로운 작가의 말이 수록되었다.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의 동양 오컬트풍을 대표 컨셉으로 하여 표지를 새롭게 단장하였고, 네 편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주요 오브제를 이용하여 디자인한 ‘미니 병풍’이 10만 부 기념판 한정 굿즈로 증정된다.
이토록 생생한 어둠
어떤 감정은 곧잘 무시당한다. 여성이라서, 자식이라서, 부유하지 못해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겪는 어둡고 축축한 마음이 그렇다. 괴로움을 호소했다가는 너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문제는 별것 아니라고들 한다. 조예은 작가는 『칵테일, 러브, 좀비』 속 모든 작품에서 홀대받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내며 반기를 든다. 그러한 감정들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으며 그 주인에게 구체적인 고통을 안긴다.
허리가 길다고, 이마가 좁다고, 저번에 입은 옷은 영 별로였다고 쉽게 평가하는 남자친구를 향해 바로 전하지 못한 말들은 가시가 되어 목구멍을 찌른다(「초대」). 수십 년 인생을 남편 뒷바라지에 바친 아내는 좀비로 변한 남편을 보며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무섭다며 울먹인다(「칵테일, 러브, 좀비」). 침전된 괴로움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찌르자, 목격자인 자식은 이내 그 칼로 아버지를 찌른다(「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살아서 다 풀지 못한 어둠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넋은 귀신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남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를 이어 가는 것이다(「습지의 사랑」).
잔혹함의 온기
오랜 고통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조예은 작가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손에 무기를 든다. 자신을 옭아맸던 사람, 그 사람을 만든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확실한 결별을 원하는 그들은 세간의 도덕률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작가가 택한 스릴러, 호러라는 장르의 문법은 이 지점에서 이야기와 멋지게 맞아떨어진다.
잔혹한 장면을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게도 다정함이다. 친구가 나를 괴롭힌 자들에게 악담을 퍼붓는다면 그 말의 거친 어감보다는 친구의 상냥한 마음씨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의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그 온기가 있다. 누구의 어떤 고통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더 분노해도 괜찮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지극히 장르소설다운, 장르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감법이다.
줄거리
「초대」
채원은 어렸을 적 억지로 회를 먹은 이후 17년째 목에 걸린 가시에 시달리고 있다. 남자친구 정현을 아끼던 마음에 균열이 생기면서 목구멍의 통증은 더해졌다. 정현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자존감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애쓰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채원 앞에 나타난 흐릿한 인상의 여자 태주는 정현의 핸드폰 메시지에서, 폐업한 리조트 광고지에서 모습을 보이며 서늘한 존재감을 더해 간다. 채원은 마치 태주의 초대를 받은 듯 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습지의 사랑」
물귀신 ‘물’은 인적 드문 하천에서 지루한 날들을 이어 가다 맞은편의 소나무 숲을 거니는 ‘숲’을 만난다. 물은 평소처럼 상대방을 놀라게 해 쫓아내려 했지만 숲은 반갑게 인사하며 웃음 짓는다. 그 이후 물의 마음은 숲으로 가득 차고, 둘은 종종 만나면서 가까워진다. 고즈넉했던만남이 심각한 얼굴의 숲 출입자들 때문에 깨어지자, 물은 오래전 막 귀신이 될 무렵에 느꼈던 원망과 분노에 다시금 휩싸인다.
「칵테일, 러브, 좀비」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주연의 아빠는 좀비가 된 채로 집에 돌아왔다. TV 뉴스에 나왔던 좀비 바이러스 1차 감염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엄마와 주연은 정부가 조치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빠를 데리고 있기로 하지만, 이미 인간의 이성을 잃은 아빠는 엄마를 제 먹이로 삼으려 든다. 주연은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빠를 완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아버지가 어머니를 과도로 죽였다. 나는 그 과도를 받아 들고 아버지를 죽였다. 뒤이어 스스로를 죽이면서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어머니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나는 수개월째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그는 몰래 내 자취방에까지 들어왔다. 옆 학교 남학생 덕분에 스토커에게서 벗어나게 되지만, 되돌아보면 그 남학생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나는 앞으로 겪게 될 일을 모른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