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너무 추웠던 어느 겨울밤, 고양이들이 할머니 집으로 몰래 들어왔다. 그런데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들에게는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하니까. 청소를 할 때도, 밥을 할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조심성 많은 고양이들 틈에서 할머니는 날마다 중얼거렸다. “고양이를 안 키워서 얼마나 다행이야!” 묘하게 다정하고 대놓고 귀여운 할머니와 고양이들의 마음 몽클한 한집살이 이야기. 웃음이 계속 번지는 가운데 놀라운 반전과 감동이 있는 그림책이다.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목 차
출판사 서평
고양이를 싫어하는 할머니 집으로 몰래 들어간 고양이들의
가만가만하고 살가운 겨울나기 비법
추워도 너무 추웠던 어느 겨울밤, 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할머니 집으로 몰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죠. 고양이들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었어요. 할머니는 고양이를 싫어하니까요. 청소를 할 때도, 밥을 할 때도, 텔레비전을 볼 때도 조심성 많은 고양이들 틈에서 할머니는 날마다 중얼거립니다. “고양이를 안 키워서 얼마나 다행이야.” 고양이들은 할머니에게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살금살금 조용히 지내요. 할머니가 청소를 시작하면 서랍장 위에서 고양이 인형 시늉을 하고, 방바닥에 몸을 쫙 펴고 엎드려 갑자기 작은 깔개가 되는 식이죠. 할머니가 밥을 하는 동안에는 주의력이 약한 할머니를 도와 가스 불을 대신 꺼 주고,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슬쩍 챙겨 주는, 알고 보면 무척 살가운 고양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켜면 자기들도 난롯가에 하나둘 모여들어 눈을 땡그랗게 뜨고서 다 같이 텔레비전을 시청해요.
아주 화창한 날이었어요. 고양이들이 오랜만에 지붕 위로 올라가 햇볕을 쬐는데, 할머니는 왠지 집이 텅 빈 것 같은 쓸쓸함을 느낍니다. 잠깐 좀 걷자 하고는 홀로 문을 나서죠. 하지만 그날 이후로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고양이들이 할머니를 찾겠다고 동네방네 온 데를 샅샅이 뒤졌으나 어디에도 할머니는 없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오게 된 할머니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숨겨진 반전과 감동의 엔딩까지
든든하고 마음 몽클한 한집살이 이야기
집 대문 담벼락에 고양이 금지 표지판을 덕지덕지 붙여 놓고,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등 고양이가 싫다는 할머니의 반응은 사실 이상하리만큼 괴팍한 면이 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증이 들 정도이지요. 그런데 이런 할머니의 집으로 제 발로 들어간 고양이들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없는 듯 지내며 할머니를 챙기는 그 가만가만한 지극함을 보고 있자면 고양이들의 뜨뜻한 온기가 우리의 마음으로도 그대로 전해 옵니다. 괴팍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이내 짠한 애틋함을 불러일으켜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우리도 곧 고양이들처럼 진실의 한 조각을 알게 됩니다. 고양이를 원망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먼저 떠나간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것을요.
고양이가 바로 곁에 있는 줄도 모르고 고양이를 안 키워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볼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길을 잃고 돌아온 후부터 점점 많은 기억을 잊다가 슬픔마저 잊게 된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묵직하면서도 느긋한 안도감을 줍니다. 할머니의 집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 집으로 완전히 바뀐 엔딩에서는 하늘마저도 고양이를 닮아 있어요. 할머니는 창을 활짝 열고서 마루에 앉아 언제나처럼 고양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냅니다. 할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딱 한 가지, 할머니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했는지였죠.”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