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부 노릴스크의 시내 한복판에 멸종 위기 보호종인 북금곰 한 마리가 출몰해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극곰은 무척 수척한 모습을 한 채로 시내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렇게 먹이를 찾아 민가에 나타나는 북극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몇몇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의 방치를 이유로 꼽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의 결빙이 늦어지면서 북극곰들이 물개나 바다표범 등 사냥감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요즘은 이상 기후까지 겹쳐서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들 한다. 세계 자연 기금(WWF)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빙하 감소에다 북극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유해 화학 물질 농도의 증가, 주변 인구의 증가 등으로 북극곰들이 서식지를 잃어 가면서 만성적인 기아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러시아 노바야제믈랴 제도 벨루시아 구바 마을에서 있었던 실제 얘기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채 지낼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다 민가까지 흘러가게 된 북극곰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 한 자락이 아릿해지는 느낌에 감싸이게 된다. 실제 이야기에 중국에서 요즘 가장 촉망받는 작가 다이 윈의 따뜻한 상상력이 덧대어져 북극곰 가족의 서사가 깊디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 여기에 2018년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뒤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고르 올레니코프의 섬세하고 멋진 그림이 어우러져 오롯이 한 권의 그림책으로서도 손색없는 감동을 선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