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시 100편을 현대어 정본으로 수록하고, 매 편마다 시 감상 및 이해를 위한 ‘어휘 풀이’와 ‘해설’을 수록했다. 이 책은 ‘성장기’(1934~1937), ‘연희전문학교 입학기’(1938~1939), ‘번민과 갈등의 시기’(1940~1942)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의 첫 시 「초 한 대」부터 마지막 시 「쉽게 씌어진 시」까지를 아우른다. 특히 전편 해설을 붙인 윤동주 시집으로는 이 책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또한 저자는 윤동주의 시 100편을 동시든 퇴고 작품이든 구분 없이 창작 시기 순으로 배치했는데, 이렇게 창작 순으로 그의 시를 읽어야 윤동주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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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이숭원
1955년 서울 출생으로 문학 박사이자 문학 평론가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충남대학교와 한림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여대 명예교수로 있다. 1986년 평론가로 등단하여 한국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현대불교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편운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 『서정시의 힘과 아름다움』, 『백석을 만나다』, 『영랑을 만나다』, 『백석 시의 심층적 탐구』, 『정지용 시의 심층적 탐구』, 『김기림』, 『노천명』, 『세속의 성전』, 『폐허 속의 축복』, 『감성의 파문』, 『폐허 속의 축복』, 『초록의 시학을 위하여』, 『시 속으로』, 『미당과의 만남』, 『김종삼의 시를 찾아서』, 『목월과의 만남』, 『몰입의 잔상』, 『구도 시인 구상 평전』, 『탐미의 윤리』, 『매혹의 아이콘』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 윤동주 시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1부 성장기 1934~1937
초 한 대
삶과 죽음
거리에서
공상
창공
꿈은 깨어지고
조개껍질
병아리
기왓장 내외
비둘기
오줌싸개 지도
식권
모란봉에서
황혼
종달새
닭
산상山上
오후의 구장(球場)
이런 날
양지쪽
산림
곡간(谷間)
빨래
빗자루
햇비
비행기
굴뚝
무얼 먹고 사나
봄
아침
편지
버선본
눈
겨울
황혼이 바다가 되어
거짓부리
둘 다
반딧불
밤
만돌이
개
나무
장(場)
달밤
풍경
한란계
그 여자
소낙비
비애
명상
바다
비로봉
산협(山峽)의 오후
창(窓)
유언
2부 연희전문학교 입학기 1938~1939
새로운 길
산울림
햇빛·바람
해바라기 얼굴
애기의 새벽
귀뚜라미와 나와
어머니
비 오는 밤
사랑의 전당
이적(異蹟)
아우의 인상화
코스모스
슬픈 족속
고추밭
달같이
장미 병들어
투르게네프의 언덕
산골 물
자화상
소년
3부 번민과 갈등의 시기 1940~1942
위로
병원
팔복(八福)
간판 없는 거리
무서운 시간
눈 오는 지도
새벽이 올 때까지
십자가
눈 감고 간다
태초의 아침
또 태초의 아침
바람이 불어
못 자는 밤
돌아와 보는 밤
또 다른 고향
길
별 헤는 밤
서시(序詩)
간(肝)
참회록
흰 그림자
흐르는 거리
사랑스런 추억
봄
쉽게 씌어진 시
부록 - 윤동주 산문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
종시(終始)
윤동주 시 이해를 위한 참고문헌
윤동주 연보
출판사 서평
2025년 윤동주(1917~1945) 80주기
한국 시의 빛나는 별 윤동주,
그의 시 100편을 명품 해설과 함께 읽는다!
창작 순으로 읽으면 비로소 드러나는
‘윤동주라는 예민한 자아’의 내면
“윤동주의 시에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 한 섬세하고 예민한 자아의 번민과 고뇌가 암시적 어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 암시적 어법은 때로 상징의 차원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 상징의 내면성 때문에 그의 시어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나 해석상의 비약이 초래되는 경우가 있었다. 또 그의 옥사(獄死)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저항의식을 축으로 작품을 유형화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그의 시를 창작 순서대로 읽으면 상당 부분 해소된다.
그는 처음 시작(詩作)에 들어설 때부터 시는 무엇이며 시를 쓴다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해 비교적 뚜렷이 자각하고 있었다. 시에 관한 그의 탐구와 사색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세상을 진지하게 사는 것과 시를 진실하게 쓰는 일이 그에게는 동질적이다.”― 이숭원, 「서문: 윤동주 시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중에서
윤동주는 ‘저항 시인’인가?
우리는 흔히 윤동주를 일제 말의 저항 시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1945년 2월 16일 새벽 후쿠오카 감옥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성 문단의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저항 시인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시는 일제강점기 정당하지 못한 현실의 억압에 괴로워하며 불의(不義)한 시대에 순결한 영혼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한 내성적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 준다. 그의 시에는 분명 당시의 상황을 부정하는 정신, 정당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이 내재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정신을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하며, 그 부끄러움의 심정을 정직하게 시로 표현했다. 자신의 고민의 과정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정직하면서도 아름답게 시로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행동으로 저항한 것이 아니라 고뇌하는 순결한 영혼으로 불의한 시대에 저항한 것이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윤동주의 괴로움이 가득 담긴 이 시에서 그의 정직함을 보고 그것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위안을 느낀다. 이리 승냥이가 날뛰는 그 험악한 세상에서 자신의 작은 잘못에도 몸 둘 바 몰라 하는 이러한 젊은이가 존재했고, 그 심정을 시로 새겨 후세에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자랑스럽고 가슴 벅차지 않은가?” ― 이숭원
‘일기’와도 같은 시, 순서대로 읽기
그의 시를 창작 순서대로 읽으면 윤동주라는 한 예민한 자아의 사색 과정과 변화의 내력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그는 마치 훗날 그 시기의 자기 생각을 알리고자 의도한 사람처럼 거의 모든 시에 창작 시점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일기와 같다. 윤동주의 시는 당시의 상황에서 자기 삶을 반성하면서 현재의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도정에서 창조되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는 필연적으로, 또 숙명적으로 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의 시를 창작 순서로 읽으면 윤동주라는 자아가 외부의 자극과 충격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성장하고 역사와 민족이라는 심각한 국면에 어떻게 접근해 갔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고뇌하는 내성적 지식인의 자리에서 어떻게 역사 앞에 떳떳한 현실적 행동가의 자리로 변화할 수 있었는지, 그 변화의 시점은 어느 지점인지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을 창작 순으로 읽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21세 윤동주의 「새로운 길」(1938)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4세 윤동주의 「길」(1941)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38년 봄,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먼저 쓴 시가 「새로운 길」이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맞이한 새봄에 쓴 이 시에는 그의 순정한 마음과 그 결이 잘 드러나 있다. (…) 그로부터 3년이 지나 4학년 2학기 때 쓴 「길」에도 길을 걷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는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하면서 그것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더듬으며 계속 길을 걷는다고 말한다. 출구 없는 길을 걸으면서도 윤동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 그의 ‘새로운 길’, ‘저쪽에 남아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그의 시는 이렇게 인간 존재와 삶과 역사에 대해 계속 반추하게 한다. 이것이 그의 시가 지닌 강력한 유인력이다.” ― 이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