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유쾌하고, 뭉클하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전수경 신작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전수경의 첫 동화집 『허수의 정체』가 출간되었다.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 등 과학과 감성을 한데 아우르는 SF 동화를 선보여 온 작가가 한 신도시 아이들의 일상을 산뜻하고 경쾌한 문장으로 포착한다. 내면의 고민을 진솔하게 마주하는 가운데, 수수께끼 같은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 나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실험적인 서사 구성과 시점 변화를 통해 읽는 맛이 돋보이는 작품 여덟 편을 엮은 동화집으로, 진심을 다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뿌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전수경
서울대학교에서 농가정학을, 춘천교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동화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 『아빠랑 안 맞아!』 『무스키』, 청소년소설 『성장의 프리즘』(공저)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를 썼고, 그림책 『난 곤충이 좋아』를 우리말로 옮겼다.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그림 : 김규아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릴 때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내 마음이 편안하다면 누군가의 마음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고 싶다. 『연필의 고향』 『밤의 교실』 『참새를 따라가면』 『그림자 극장』 『너와 나의 퍼즐』을 쓰고 그렸으며, 동시집 『여름 아이』 『날아라, 고등어!』에 그림을 그렸다. 2023년 『그림자 극장』으로 볼로냐 라가치 상 만화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목 차
1. 무회전 킥
2. 허수의 정체
3. 하나, 둘, 셋
4. 현악 사중주
5. 할아버지와 바다
6. 체험 학습
7. 월간 낚시
8. 우리 반 아침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 전수경 작가 신작 동화집
어린이의 마음속에서 발견해 낸 새로운 우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전수경이 첫 동화집 『허수의 정체』를 펴낸다. 작가는 SF의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은 작품들로 독자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해 왔다. 우주의 비밀에 다가서며 진정한 자신을 용기 있게 마주하는 어린이의 모습은 전수경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 고유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철저하면서도 섬세한 서사는 여전한 가운데, 작가는 한층 더 어린이의 현실에 밀착한다. 『허수의 정체』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듯한 ‘표선초등학교 6학년 2반’ 아이들의 이야기 여덟 편을 엮었다. 평행 우주의 신비도,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의 음모도 없는 평범한 신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들은 무회전 킥에 집요하게 도전하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정체불명의 전학생의 정체를 밝히고자 동분서주한다. 작가는 “어려운 수학 문제보다 풀기 힘든” 그들의 마음을 저 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듯 빛나는 눈으로 들여다본다. 『허수의 정체』 속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피어난 “욕망, 호기심, 설렘, 용기, 안타까움, 후회, 불안, 상실감, 슬픔”(이상 「작가의 말」)과 같은 생경한 감정들을 따라가는 사이, 어린이 독자는 자기 안 깊은 곳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진짜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
‘진짜 나’가 되어 바라본 형형색색의 세상
표제작 「허수의 정체」는 남다른 복장을 한 전학생 허수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부모님이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허수를 은근히 떠보는 반 아이들에게 허수는 “좀 불쾌하다. 개인 정보잖아.”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린이들이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통해 사람을 구분 짓는 시선을 답습하게 된 모습은 안타깝지만, 작가는 수수께끼투성이인 허수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며 현실을 유쾌하게 돌파한다.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허수와 만나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후, 더 이상 세간의 평가나 소문은 상관 않게 된다. 그런데 허수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사라지고 새 친구가 전학 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전과 달리 새 전학생에게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인지, 주말에는 뭐하고 노는지 등 시시콜콜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건넨다. 상상의 수인 허수(虛數)와 같이, 허수의 존재가 아이들의 현실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활짝 꽃 피게 된 표선초등학교 6학년 2반 친구들은 마지막 단편 「우리 반 아침」에 이르러 누구 하나 빠짐없이 주인공이 된다.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선사하는 『허수의 정체』 속 여덟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독자는 ‘진짜 나’를 탐색하며 타인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나갈 것이다.
진심을 다하는 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어린이의 오늘
우리 사회는 어린이가 요령 있게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일찌감치 어긋나 버린 친구와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라 당부하고(「현악 사중주」), 아픈 할아버지가 낯설게만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더 친절”하여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기도 한다(「할아버지와 바다」). 작가는 어린이가 다른 누군가의 바람을 그대로 따르기 이전에, 자신의 진심을 살피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지었다. 「현악 사중주」의 나래가 멀어진 친구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할아버지와 바다」의 해수가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을 돌이키며 할아버지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허수의 정체』에서는 ‘진심’을 다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무회전 킥」의 유진은 끝을 알 수 없이 뻗어 나가는 무회전 킥에 매료되어 완벽한 무회전 킥을 꿈꾼다. 영상도 꼼꼼히 찾아보며 연습하지만 자꾸 실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동참한 친구는 우연히 무회전 킥에 성공한다. 분하고 속상하지만 “한 번만 더 찰게. 이번에는 꼭 무회전 킥일 것 같아서 그래.” 하고 유진은 다시 공언한다. 그는 과연 무회전 킥에 성공하게 될까? 그 끝을 알 수 없는 결말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욕망을 진지하게 마주하는 어린이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 안의 내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어린이는 비로소 진정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행간에 담겼다. 『허수의 정체』를 통해 어린이 독자가 이 단단한 믿음과 용기를 즐거이 건네받길 바란다.
작품 줄거리
「무회전 킥」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는 마구(魔球)와 같은 무회전 킥. '나'는 언젠가 그 킥을 차리라 다짐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반면에 손쉽게 무회전 킥을 해내는 친구 수미. 시기와 질투 때문인지, 스스로에 대한 분함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나'는 무회전 킥에 성공할 수 있을까?
「허수의 정체」 전학생 허수는 남다른 복장과 태도로 아이들의 이목을 끈다. 사는 집, 부모님의 회사를 묻는 질문에 "좀 불쾌하다. 개인 정보잖아." 하고 말하는 아이. 허수는 과연 어떤 녀석일까?
「하나, 둘, 셋」 "사랑인지 우정인지는 단 3초면 알 수 있어." 절친한 친구인 성우와 윤채가 서로의 연애를 돕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윤채가 약속의 상대에게 가까워질수록 성우는 왜인지 조급해진다.
「현악 사중주」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 왔지만 '나'는 자신을 모함한 현아가 싫다. 그런 둘을 화해시키려는 두 엄마의 모의에 의해 음악회를 향하는 길, 꽉 막힌 차 안에서 불협화음은 자꾸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바다」 할아버지가 아프다. 그런 할아버지가 해수는 낯설기만 하다. 누구보다 단정하고 우아했던 할아버지, 이제는 아픈 몸으로 꼼짝할 수 없게 된 할아버지 사이에서 해수는 혼란을 느낀다.
「체험 학습」 체험 학습이 싫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운 주호. 주호와 엄마는 둘만의 특별한 체험 학습을 나선다.
「월간 낚시」 단짝 찬우와 연적이 되어 버린 '나'는 심란한 마음을 이끌고 아빠와 낚시 여행을 떠난다. 이혼해 따로 사는 아빠여서인지 무심하게만 느껴 불편하던 차에, 덜컥 커다란 입질이 온다.
「우리 반 아침」 선생님이 지각한 아침의 교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