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소년 산석이 물었습니다.
“너 같은 아이라야 공부할 수 있다.”
다산의 말은 소년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은 열다섯 소년이 일흔이 넘도록 공부를 놓지 않게 된 한마디가 되었습니다.
소년 산석과 다산 정약용의 만남은 그런 질문과 답에서 시작됩니다.
강진에 유배된 조선의 대학자 정약용 앞에 한 소년이 서 있다. 쭈뼛거리며 주막 봉놋방 문 너머를 서성이는 아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한다. 결국 정약용이 먼저 손을 내민다. “나를 도우며 공부를 해 보겠느냐.” 정조 임금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그 어린 소년에게서 무엇을 발견했던 것일까.
?다산 정약용이 아꼈던 제자 소년 산석의 성장 이야기!
공부가 하고 싶은 아이, 가르치고 싶은 스승
『시간의 책장』, 『왕과 사자』 등 역사 속 한 인물을 세심하게 발굴해 온 김주현 작가가 이번에는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산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는 다산과 열다섯 소년 산석이 처음 만나 공부의 의미와 태도를 배워 가는 초기 시절에 초점을 맞춘다.
스스로를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이라 말하며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열다섯 소년 산석에게 정약용은 뜻밖의 답을 건넨다. “너 같은 아이라야 공부할 수 있다.” 날래지 않음으로, 둔함으로 꾸준히 파고들 수 있는 힘. 다산은 그것을 진짜 공부의 자질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산석에게 삼근계, 곧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18년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술을 남긴 다산은 초기에는 깊은 좌절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 바로 가르치는 일이었다.
스승의 가르침대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쓰고 또 쓰는 제자.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삶의 슬픔과 기쁨을 자신의 말로 적어 내는 공부를 하는 제자. 농사일에 손이 부르트고 곤궁한 살림 속에서도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공부를 하는 제자.
서학 공부하는 바람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어 유배 온 땅에서 이 어린 제자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산은 지금까지 자신이 한 공부를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 공부의 의미를 묻는다.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글) 김주현
인물정보
그림책작가
자기 곁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스러워하는 마음, 다산 선생님의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커다란 경청』 『대단한 실수』 『이토록 따뜻한 밥』 『왕과 사자』 『시간의 책장』 등이 있습니다.
목 차
? 역사 속 작은 이름, 산석을 되살린 위대한 꾸준함!
산석은 어떤 인물일까?
산석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각별히 아꼈던 제자 황상(1788~1870)의 아호이며, 호는 치원이다. 시골 아전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열다섯 살에 스승을 만나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일속산방(좁쌀 한 톨만 한 작은 집)’이라 이름 붙인 작은 집을 짓고 꽃을 심고 김을 매며 학문과 시문에만 힘썼다. 그의 시는 스승 정약용뿐만 아니라 형인 정약전에게도 인정을 받았고, 추사 김정희는 유배에서 풀려나는 길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그를 높이 평가했다. 산석은 당대 문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이름을 전한 은둔의 고수였다.
?서로의 목소리가 번갈아 흐르는 교차 편집!
가르치는 사람의 ‘통찰’과 배우는 아이의 ‘떨림’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책은 스승 다산과 제자 산석의 목소리가 번갈아 흐르는 교차 서술 구조로 이루어졌다. 같은 장면을 두 사람의 다른 시선으로 비추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쪽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깊은 통찰이, 다른 한쪽에서는 배우는 아이의 떨림과 다짐이 이어진다. 독자는 단순히 한 인물의 성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스승의 기다림까지 함께 읽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공부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 준다. 가르치는 마음과 배우는 마음, 단단한 철학과 서툰 용기, 기다림과 노력. 스승과 제자의 대화처럼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어린 독자는 자연스럽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게 되고, 공부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너 같은 아이라야 배울 수 있다”
오늘의 교육에 건네는 가장 따뜻하고 힘이 되는 오래된 지혜!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아이들이 속으로 묻는다.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속도와 성취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쉽게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아이’로 규정한다. 빠르게 답을 찾고, 앞서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리고 더딘 아이들은 점점 작아진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공부 머리는 아닌가 보다고 느낀다.
이 책은 다른 가능성을 말한다. 빠르고 재능 있는 아이도 소중하지만 세상이 좋게 평가하는 민첩함과 뛰어난 재능이 꼭 공부의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순수하게 공부를 즐기는 아이를 믿어 주는 스승이 있다면 어떨까.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는 위대한 학자 다산을 스승의 자리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동시에 그가 길러 낸 한 사람의 꾸준함이 얼마나 깊은 힘이 되는지를 보여 준다.
다산을 다시 읽는 가장 따뜻한 방법. 그리고 새 학기, 아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단단한 격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