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에밀리 브론테의 마지막 작품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작품으로,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발표 당시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이 작품은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리 만치 그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본능적이며 야만적이기까지 한 히스클리프와 오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에게 끌리는 캐서린이라는 이상화되지 않은 현실적 인간을 통해, 작가는 인간 실존의 세계를 강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세대마다 역가를 새로 써야 하듯 세대간의 대화의 통로 구실을 하는 문학 역시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을 전율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민음사'에서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선보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번역은 「성탄제」의 시인이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기도 한 김종길의 손을 거쳤다.
저자 소개
저자 : 에밀리 브론테
저자 에밀리 브론테는 필명은 엘리스 벨(Ellis Bell)이고, 1818년 7월 30일,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론테의 5남 1녀 중 넷째 딸로 태어났다. 샬럿 브론테의 동생이고, 앤 브론테의 언니이다. 목사인 아버지가 궁벽한 곳에 자리 잡은 한촌으로 전근하게 되자 에밀리 자매들은 그 황량한 벽지의 목사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세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고, 손위 이모가 집안일을 돌봐 준다. 1824년 언니 샬럿을 따라 코완 브리지 학교에 입학하지만 일 년 만에 두 언니가 사망하자 샬럿과 에밀리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1834년 에밀리가 동생 앤과 함께 쓴 자서전적인 글 4편 중 제1편이 완성된다. 나머지 3편은 각각 1837년, 1841년, 1845년에 따로따로 썼다. 1840년, 에밀리는 다시 하워스에 있는 샬럿을 찾아가 함께 브뤼셀에 있는 학교에 들어가지만 이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귀향해서 정착한다. 1846년 샬럿과 에밀리, 앤 세 자매는 각자 자기 이름의 머리글자로 시작되는 필명을 써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Poems by Currer, Ellis, and Acton Bell)》을 함께 출판했지만 별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에밀리는《죄수[The Prisoner]》, 《내 영혼은 비겁하지 않노라[No Coward Soul is Mine]》 등을 출간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다. 1847년에 에밀리의 유일한 소설인 '폭풍의 언덕'이 완성되면서 샬럿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차례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에밀리의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결국 1848년 12월 19일 폐결핵으로 짧은 생애를 마쳤다.
역자 : 김종길
역자 김종길은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려대 문과대학장과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시집으로 『성탄제』, 『김종길 시전집』, 『달맞이꽃』 등이 있고, 저서로 『시와 시인들』, 『시에 대하여』 등이, 옮긴 책으로 『20세기 영시선』 등이 있다.
■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그러나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에 꼽히는 작품
『폭풍의 언덕』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그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그녀의 언니 샬럿마저도 1850년에 출판된 소설의 서문에서 "어줍잖은 작업장에서 간단한 연장으로 하찮은 재료를 다듬어 만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밀리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은 이 한 편의 소설과 완성되지 않은 단편적인 문장을 포함한 193편의 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불후의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작품 『폭풍의 언덕』에서 보이는 빛나는 감수성과 시적이고 강렬한 필치, 그리고 새로운 문학사적 의의 때문이다. 백 년이 지난 오늘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백경』과도 곧잘 비교될 만큼 깊은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요크셔의 황야를 무대로 펼쳐지는 거칠고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
시골 언덕 위의 저택 '워더링 하이츠'에 들어와 살게 된 고아 히스클리프와 그 집 딸 캐서린 언쇼의 운명적이고 불운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언쇼 가와 린튼 가에 몰고 온 비극은 1939년 W. 와일러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두 집안을 파멸시킬 만큼 강한 애증과, 격정에 못 이겨 죽은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치는 히스클리프의 섬뜩한 광기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죽은 캐서린의 유령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현실을 초월해 초자연계와 영원의 세계까지 이르는 사랑이 그려진다. 비이성적이고 가공할 이 사랑은 그러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념이다.
육체와 영혼을 불태운 증오와 사랑은 요크셔의 자연과 닮아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모습’을 지칭하는 ‘워더링(wuthering)'이라는 형용사가 암시하듯 이 황야에는 거친 폭풍이 그칠 날이 없으며, 때문에 그 거센 북풍에 나무나 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