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여성은 왜 광장에 나오는가? 이 질문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변’이 아닌 ‘경청’인지도 모른다. ‘청년 여성이 왜 광장에 나오는지’는 그들의 발화를 통할 때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경험 속에서 오롯이 이야기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딸’로, ‘2030 여성’으로, ‘응원봉 부대’로 호명되곤 하는 여성 시민의 광장 경험과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지난 10여 년간 청년 여성은 스스로 진지를 구축했다. 12ㆍ3 내란의 밤 이후 뚝 떨어진 존재마냥 이곳저곳에서 호들갑스럽게 묘사됐지만, 이곳에서 항상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에 분개하며 거대한 추모 물결을 일으켰고, 낙태죄 폐지를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섰으며, 불법촬영물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혜화역에 집결했다. ‘페미’ 낙인과 사상 검증, N번방과 딥페이크 성착취물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무수한 사건들이 삶을 박살 낼 때도, 서로를 도우며 함께 싸우는 법을 배웠다. 남태령과 한강진의 밤 뒤편에는 바로 그 시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탄핵 집회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 이동권 집회와 각종 비정규직 노동 투쟁 현장에도 달려나가고 있다. 그 연대가 지속되는 한, 광장은 쉬이 닫히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세 명의 저자들은 여기저기 넘쳐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하고 직접 그 여성들을 만났다. 만나서 들은 것을 가능한 한 풍성하게 기록하고 다듬어 인터뷰이 한 명 한 명의 생애를 눅진히 담아냈다. 각자의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그 이야기는 탄핵 광장의 경험이기도, 탄핵 이후 세계에 대한 비전이기도, 또한 페미니즘 리부트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온 운동의 궤적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저자 : 최나현
페미니스트. 여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사랑한다.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에서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하고 있다.
저자 : 양소영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페미니스트. 성평등을 지향하지만 부산양성평등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 : 김세희
부산 어딘가에서 적당히 살아가는 중. 낮엔 법무법인에서 마케팅을 하고, 밤엔 이런저런 생각을 낙서처럼 적는다. 잠과 수영을 좋아하고, 여자들의 이야기엔 늘 마음이 쏠린다.
목 차
프롤로그
우리의 목소리를 읽어라 · 7
첫 번째 이야기: 이민지
연대는 아름다운 침범 · 16
두 번째 이야기: 김소결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이 부순다 · 42
세 번째 이야기: 최혜수
사람을 죽이는 배에서 사람을 살리는 배로 · 68
네 번째 이야기: 김예지
나, 고졸 생산직. 광장을 만나다 · 94
다섯 번째 이야기: 윤혜경·이채현·노정현
학생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예문여고 시국선언 비하인드 · 120
여섯 번째 이야기: 한준아
집회 최적화 인재, 페미니스트 덕후 교사 · 144
일곱 번째 이야기: 김유진
평범한 술집 여자의 자유발언 비하인드 · 168
여덟 번째 이야기: 김희승
무지개교실,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법 · 188
아홉 번째 이야기: 조은영
치유하는 저항, 광장의 간호일지 · 216
열 번째 이야기: 소진희
촛불 들던 소녀에서 탄핵 집회를 이끄는 활동가로 · 242
열한 번째 이야기: 신이서
깻잎 한 장에 펼쳐진 수다 · 270
에필로그
열두 번째 이야기: 기록 집담회 ·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