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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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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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2631913
쪽수 : 264쪽
리자 바르네케  |  에코리브르  |  2019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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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람들로 말미암아 기후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폭염·극한·폭풍·화재가 이어지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설선이 이동하고 식물과 동물의 먹이도 바뀌고 있다. 동물들은 이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노란배마멋은 봄 기온이 더 따뜻해져 1976년과 2000년 사이에 겨울잠을 자는 시즌을 38일 정도 단축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기후변화의 결과에 대한 승자인지 패자인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개별 종들의 생태학적 유연성과 생리학적 유연성 그리고 생활권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가 야생동물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런 정보가 중요하다. 종의 발생과 유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동물들의 적응력이 중요하고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토르퍼 상태에서 모든 생명 기능을 대담하게 차단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매우 절약할 수 있다. 이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생존 투쟁에서 강력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 소개
지은이 : 리자 바르네케 (Lisa Warnecke)
197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태어났으며,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작은 유대류의 생존 전략을 조사하고, 캐나다 위니펙에서는 병든 박쥐의 겨울잠 패턴을 분석했다. 독일 야생동물 재단에서 수여하는 연구상을 받았으며, 지난 몇 년 동안 함부르크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는 고슴도치의 생태생리를 연구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옮긴이 : 이미옥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 경제·경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 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잡노마드 사회》 《불안의 사회학》 《망각》 《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 《가족의 영광》 《직장생활을 디자인하라》 《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매혹적인 이야기》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히든 챔피언》 《공감의 심리학》 등 70여 권이 있다.
목 차
머리말

1부 잠들기
1 레퍼반의 저편에
2 초원에 사는 박쥐들
3 파도, 포도주와 쿠스쿠스아목
4 졸고 있는 영장류

2부 깨어남
5 장미 덩굴 속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
6 곤궁에 처한 박쥐들
7 기회주의자가 이긴다
8 규칙이 없는 원숭이들

감사의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겨울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추적하는, 4개 대륙에 걸친 탐구 여행


“도대체 뭘 찾으세요?” 대도시 함부르크에서 한밤중이 막 지날 즈음 저자가 받은 질문이다. 저자는 할로겐 손전등을 들고 한 공원에서 덤불을 뒤지고 있었다. “야생동물, 특히 도시라는 생활권에 살고 있는 작은 포유류들이 적응하는 모습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작은 위치 탐지기를 이용해 고슴도치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그러면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고슴도치라고요, 여기에서요?”

“겨울잠에 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요?” 이 역시 저자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겨울잠은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대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겨울잠 하면 우리는 흔히 개구리와 뱀을 떠올리고, 겨우내 흙구덩이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잔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겨울잠’이라는 개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먼저 동물들은 이 기간 동안 결코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이들 동물은 겨울이 되면 강제로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동물들은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데, 다만 더딜 따름이다. 또한 겨울잠은 2주마다 몸을 덥히는 과정으로 인해 중단된다. 이렇듯 이 책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아준다.
함부르크의 고슴도치, 캐나다의 박쥐,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대류,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 등 4개 대륙에 걸친 연구 여행에서 저자는 각각의 생활권에 대해 관찰한 생물학적 내용을 서술하며, 이는 겨울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운다. 동물에게서 일어나는 과정은 물론이고 환경이 주는 영향도 조망한다. 1부에서는 겨울잠의 준비와 겨울잠을 자는 첫 몇 달에 대해 서술한다. 2부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발생하는 변화 과정에서부터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때까지 기간에 집중한다.

겨울잠과 토르퍼
토르퍼(Torpor: 라틴어로 경직, 마비라는 뜻)와 겨울잠은 동어의가 결코 아니다. 토르퍼는 동물들이 겨울잠을 잘 때 취하게 되는 생리학적 상태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토르퍼에는 다른 형태도 있는데, 바로 낮에 취하는 토르퍼(daily torpor)다. 겨울잠을 자는 고슴도치와 달리 햄스터는 낮에 무기력해지는 이런 상태를 이용한다. 따라서 토르퍼는 두 가지 종류로 나타나는데, 겨울잠과 낮의 토르퍼다. 이 차이는 토르퍼 상태의 특징을 기반으로 한다. 이때 무엇보다 토르퍼 국면이 최대한 얼마 동안 지속될 수 있는지와 동물이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신진대사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이와 같은 구분은 여전히 토르퍼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만일 이온성 동물을 종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분명한 결과가 나온다. 즉 동물 가운데 일부는 24시간 이상은 토르퍼 상태에 머물 수 없으며 토르퍼 상태의 중간 중간에 먹이를 섭취해야만 한다(낮 토르퍼). 또 다른 동물은 토르퍼 국면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데, 개별적으로는 3주 이상을 할 수 있고, 대체로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가끔 체온을 올리느라 토르퍼가 방해받을 뿐이다(겨울잠을 자는 동물). 낮 토르퍼와 겨울잠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낮에 토르퍼 상태를 이용하는 동물과 비교할 때,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평균적으로 체중이 더 많이 나가고 최대 30배 이상 더 오래 토르퍼 국면에 있으며, 토르퍼 국면에서는 체온을 섭씨 13도 더 낮게 유지할뿐더러 평소에 비해 신진대사를 90퍼센트 이상 줄일 수 있다.
낮에 토르퍼 국면에 들면 어떤 일이 생기며 어떤 동물이 이와 같은 형태를 이용할까? 낮 토르퍼는 ‘미니 겨울잠’으로 상상하면 된다. 이 역시 겨울잠을 잘 때 발생하는 생리학적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데, 다만 조금 더 짧은 시간 동안 무기력 상태에 있을 따름이다. 또 체온을 급격하게 낮추지도 않고, 따라서 절약하는 에너지도 적으며 대사저해(代謝沮害)도 적다. 대부분의 동물이 체온을 섭씨 15도까지 낮추며 20시간 정도 에 다시 깨어난다. 그러고 나서 체온을 올리고 먹이를 먹어야 한다. 낮 토르퍼는 말하자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겨울잠은 대체로 준비가 필요하며 강제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낮 토르퍼는 매우 다양한 동물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난다. 많은 유대류와 태반류, 그리고 박쥐와 몇몇 조류도 이용한다. 낮 토르퍼는 단기적으로 먹이가 부족할 때 매우 즉각적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 장비
도시 한가운데에서 고슴도치를 연구하는 저자는 가시를 잘라낸 부분에 송신기를 부착했다. 송신기는 대부분 동물들의 둥지를 탐지하거나 이들이 밤중에 돌아다니는 동선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의 추적뿐 아니라, 멀리서도 피부 온도를 알 수 있는 특별한 송신기를 투입했다.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이로써 동물에 관한 데이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서다. 연달아 보내지는 두 신호의 시간차로 온도를 알 수 있다. 송신기 외에도 데이터 이력 기록장치를 사용한다. 두 가지는 나름 장단점이 있다. 송신기는 그때그때 데이터를 수집하게 해주지만, 저장할 수 있는 만큼만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이와 달리 데이터 이력 기록장치는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데, 대신 이 데이터를 읽으려면 장치를 동물의 몸에서 떼어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송신기는 동물의 종에 따라서 목걸이 형태나 피부에 부착하거나 동물의 몸에 이식할 수도 있다. 저자는 몸 밖에 송신기를 다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는데, 빨리 부착할 수 있고 외부에 달려 있는 안테나가 먼 거리에서도 수신이 가능해서다. 게다가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며, 겨울잠을 자는 패턴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토르퍼와 도시화
고슴도치는 야생동물 가운데 경향성을 보여주는 예다. 바로 농촌 이탈이다. 2011년 프랑스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고슴도치의 수가 농촌에 사는 고슴도치의 수보다 아홉 배나 많았다고 한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도 그와 같은 사실을 증명하는 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독일의 경우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 산림 공무원·농부·자연보호단체의 얘기에 따르면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도시를 좋아하는 성향은 고슴도치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함부르크에는 50종의 토박이 포유류가 분주히 돌아다니며, 아메리카너구리·사향쥐·너구리 등 외래종이 합류했다. 그런데 도시에 사는 동물이 정말 잘 지내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살던 곳에서는 점점 살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사람들 곁에서 사는 것일까?
농지 사용의 변경이나 단작, 수확 시기의 연기, 살충제의 과다한 투입, 그리고 울타리나 초원의 소실은 많은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독일과 유럽에 사는 새의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는데, 특히 농촌에서 그러했다.
세계적으로 점점 도시화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해 앞으로 종의 구성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려면, 그 같은 적응에 성공하는 원인을 아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한 종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며 또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잠재력을 동원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겨울잠의 과정
겨울잠을 시작하는 국면은 시상하부에서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 영역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내고 겨울잠을 관할하기도 한다. 겨울잠을 개시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동물들은 체온을 낮춘다. 고슴도치 역시 약간 따뜻한 섭씨 35도에서 원하는 체온으로 낮추는데, 주변의 온도와 같아질 때까지 서서히 체온을 내린다. 약간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온기를 체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신진대사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동물들은 서서히 체온이 내려가다가 마침내 완전히 차가워지고 심장 박동이나 호흡 횟수와 같은 모든 생명 과정을 줄이게 된다. 이렇게 체온을 낮추는 것에 덧붙여 겨울잠 동물들은 대사저하(metaboli inhibition)라는 과정을 통해 신진대사를 억제할 수 있다.
겨울잠 상태에서 체온이 떨어지지만 결코 최하수치, 그러니까 동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수치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수치는 종마다 차이가 나며, 대부분의 겨울잠 동물의 경우 섭씨 5도 정도다.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온도를 높일 때도 있다. 이런 상태는 열이 나는 경우로 이때는 숨어 들어온 병원체를 열기로 쫓아내는 중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동물은 체온을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때 일어나는 과정을 동물 스스로 정교하게 조절하고 통제한다는 사실이다.

겨울잠과 계절 변화
6월의 남부 오스트레일리아는 한겨울이다. 독특한 형태의 겨울잠을 연구하기 위한 장소다. 이런 겨울잠을 ‘편의에 따른 겨울잠’이라고 한다. 겨울잠을 자는 대부분의 동물은 계절 변화가 심한 북반구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반구에 사는 동물들은 기온과 먹이가 심각하게 변하는 조건 속에 살고 있으며, 이런 조건은 매년 비슷하고 그리하여 예측이 가능하다. 번식이나 겨울잠 같은 중요한 시기를 결정할 때 이는 큰 장점이다. 이 지역에 사는 동물은 대부분 불가피한 겨울잠 동물이며, 특정 계절에 토르퍼를 이용하는 일은 이들 동물에게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계절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은 어떨까?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대부분의 생활권이 기온의 차이가 없는 온화한 상태다. 계절이 바뀌면서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의 구분은 가능하지만, 이런 구분조차 미미하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도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물은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온화한 기온과 상록수, 이는 작은 포유류에게 살기 좋은 곳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오스트레일리아 대부분의 생활권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영향을 받고, 그래서 먹이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이 지역에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있을까, 있다면 토르퍼는 생존 전략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저자는 이를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살며 야행성으로 꽃꿀과 곤충을 주식으로 하는 작은 유대류인 서부피그미주머니쥐(Cercartetus concinnus)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에너지 소비와 동물의 생존
여우원숭이 연구에서 특별한 점은 체온뿐 아니라 야외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측정한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산소 소비량을 측정한다. 이는 모든 동물은 살기 위해 공기를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담당하는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은 체세포에서 진행한다. 혈액은 가스를 분배하는 일을 담당하며, 산소를 준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기능은 폐가 한다. 호흡 측정학(respirometry)이라는 방법으로 동물의 가스 신진대사를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산소 소비는 주변 환경의 기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는 토르퍼를 이용하지 않는 포유류와 조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즉 체온과 주변의 온도 사이에 차이가 많이 날수록 더 많은 온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온기가 몸 밖으로 많이 빠져나갈수록 높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한다. 시상하부에서 토르퍼를 시작하라고 명령하면, 낮아진 최저 체온에 따라서 체내에서 생산하는 온기는 거의 0도까지 내려간다. 이에 따라 산소의 소비뿐 아니라 체온도 급격하게 낮아진다. 토르퍼를 이용하는 동물의 체온은 주변 온도보다 대략 1도 높다. 때문에 주변 환경의 조건은 에너지 소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동물의 생존, 특히 겨울잠을 자는 동안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치명적인 겨울잠
박쥐는 다양한 병원균의 저장고이자, 정작 자신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질병을 퍼뜨리기만 하는 동물의 표본이다. 가장 유명한 박쥐 바이러스는 광견병, 니파 바이러스, 헨드라 바이러스다. 박쥐 자신은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으며, 인간을 비롯한 민감한 숙주에게 전염시켜 손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흰 코 증후군’이라는 치명적인 병이 있다. 이 병은 지오미세스 데스트럭탄에 의해 생겨나며, 이 균이 날개·얼굴·귀를 공격하고 조직을 파괴한다. 이 균의 특징은 냉기를 좋아하는 것인데, 그 때문에 겨울잠을 자는 박쥐들에게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저자는 서스캐처원주 서부의 새스커툰에서 병든 박쥐들이 겨울잠을 자는 패턴을 실험실에서 연구했다. 병을 앓는 종들의 공통점은 동굴과 광산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것이다. 일단 바이러스가 겨울잠을 자는 숙소에 침투하면, 이곳에서 잠을 자는 박쥐는 30∼99퍼센트가 다음번 겨울에 죽는다.
동물들은 무슨 이유로 죽는 것일까? 몇 년간의 연구에도 대답이 쉽지 않음을 토로하는 저자는 한 원인으로 야생동물의 질병이 갖는 본질을 든다. 즉 야생동물의 질병은 숙주, 병원균,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연구는 여러 학문이 협력해야 함을 지적한다.
생존 가능성은 시간의 문제다. 겨울이 짧고 박쥐가 일찌감치 먹이와 물을 구할 수 있게 되면, 날개 피부의 부상뿐 아니라 생리학적 장애도 나을 수 있다. 박쥐가 다음번 겨울에 병을 일으킨 원인에 저항할 수 있는지는 현재 실험 중이다. 실제로 제기되는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은 생존한 박쥐들에게 달려 있다. 병원균이 동굴을 덮쳤을 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1퍼센트의 박쥐들 말이다. 따라서 병의 확산을 막는다고 병원균이 덮친 동굴의 모든 동물을 죽이는 일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에 한해서 기여를 해야 한다. 즉 박쥐들에게 숲에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더 안전한 숙소를 보장해주기, 동굴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방해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그리고 병원균을 다른 동굴에 전파하지 않기. 이런 이유로 박쥐와 동굴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야외든 실험실이든 엄격하게 살균한 복장을 갖추고 작업한다.

겨울잠의 세계 기록
꼬마주머니쥐는 다양하게 겨울잠을 자고 아주 오랫동안 잘 수도 있다. 동부피그미주머니쥐(Cercartetus nanus)는 겨울잠 세계 기록을 세웠다. 즉 겨울잠을 일 년 내내 잘 수 있다. 주변 온도가 섭씨 7도인 실험실의 이 동물은 12일마다 몸을 덥히는 국면을 거쳤다. 물은 공급했으나, 에너지는 오로지 체지방에서 얻는 상태였다. 실험을 시작할 때 동물의 체지방은 충분했는데,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체중이 많이 나갔다. 겨울잠 세계 기록은 실험실, 특별한 조건에서 측정한 것이다. 야외에 서식하는 동부피그미주머니쥐에 관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야외에서 가장 오랫동안 겨울잠을 잔 동물은, 2015년 빈 출신의 연구가들이 발표한 다람쥐꼬리겨울잠쥐다. 야외에서 11개월 동안 겨울잠 상태에 있었다. 기록적으로 겨울잠을 길게 잔 해는 먹이가 부족했고, 그래서 동물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겨울잠을 길게 자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겨울잠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줄 시간이 더 짧아져서 문제가 된다.

실험실과 야외 환경은 같지 않다
동물에게서 자연적 조건과 인공적 조건 사이의 차이는 자주 발견된다. 체중, 생식 상태, 미세 환경, 계절 등의 요소가 모두 복합되어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동물을 연구한 뒤 그 결과를 야외의 동물에게 적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동물의 행동뿐 아니라 생리학도 갇혀 있으면 영향을 받는다. 야외에서 동물은 토르퍼를 더 자주 이용하고(하루 중 26퍼센트 대 8퍼센트), 토르퍼 국면을 더 오래 지속하며(13시간 대 7시간), 토르퍼 상태에서 체온은 더 낮다(섭씨 19.6도 대 25도). 따라서 동물들의 실제 체온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야외에서 진행하는 연구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나온 자료는 동물들의 에너지 소비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며, 이는 또다시 동물의 먹이에 대한 욕구와 생활권에서 원하는 요구사항을 이해할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실험실처럼 통제된 조건에서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이를테면 토르퍼를 유발하는 환경적 요소는 무엇이며, 기온이나 낮의 길이와 이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와 같은 외부 요소에 내적 요소가 더해지는데, 이를테면 동물의 나이·성별·조건·번식 수준이다. 야외에서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을 나누고 쪼개서 연구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에 실험실에서는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는 최소화한 상태에서 개별 요소의 역할을 조사할 수 있다.
생태생리학적 질문에 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야외 연구와 실험실 연구를 조합한 경우일 때가 많다. 즉 우선 자연 조건에서 생태적 패턴을 관찰하고 이어서 통제된 조건에서 생리학적이고 특수한 질문에 대답하면 된다. 혹은 실험실 작업을 바탕으로 세운 가정들을 야외에서 직접 검사하는 것이다.

토르퍼를 이용하는 동물이 더 오래 산다
토르퍼는 전 세계에서 매우 다양한 동물이 지극히 다른 생활권에서 이용하는데, 겨울잠의 형태나 혹은 낮에 취하는 토르퍼의 형태다. 개별 동물은 식량이 모자라는 시기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이로써 살아남을 기회를 높일 수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토르퍼와 종의 멸종 가능성이 줄어든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밝혔다.
어떤 요소가 멸종의 위험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까? 살아남기 위해 우선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과학적 표현을 사용하면, 포식압(捕食壓)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안전한 보금자리를 떠나거나,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때 대부분 잡아먹힐 수 있다. 토르퍼를 이용하면 필요한 에너지뿐 아니라 먹이를 찾아다니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동물이 안전한 보금자리를 벗어나는 시간을 줄이고 잡아먹힐 위험도 낮춘다.
토르퍼를 이용하는 동물이 더 오래 산다. 포식압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토르퍼는 그 자체로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연 파괴: 피를 흘리는 섬
야행성인 여우원숭이는 다양한 지역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적응하며, 토르퍼 패턴도 매우 다르다. 그 덕분에 수백만 년에 걸쳐서 마다가스카르에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숲을 베어내면서 이들의 생활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숲을 잘게 나누는 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종들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며, 이른바 서식지 단편화(habitat fragmentation)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마다가스카르도 다르지 않다.
여우원숭이뿐만 아니라 마다가스카르의 동물계와 식물계는 전반적으로 암담하다. 생물 다양성으로 이름을 떨치던 이곳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사라질 운명이다. 2300만여 명이 이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있으며, 25년 뒤면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람들은 땔감, 목재, 식량, 의약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숲을 이용한다. 이미 원래 숲이던 면적의 90퍼센트 이상을 상실했으며 개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주에서 보면 이 섬은 ‘피를 흘리는 섬’으로 나온다. 높은 곳에서 바다로 흘러내리는 강들이 비옥한 흙으로 인해 빨갛게 물이 든 것이다.

사람들로 말미암아 기후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폭염·극한·폭풍·화재가 이어지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설선(snow line)이 이동하고 식물과 동물의 먹이도 바뀌고 있다. 동물들은 이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노란배마멋(Marmota flaviventris)은 봄 기온이 더 따뜻해져 1976년과 2000년 사이에 겨울잠을 자는 시즌을 38일 정도 단축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기후변화의 결과에 대한 승자인지 패자인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개별 종들의 생태학적 유연성과 생리학적 유연성 그리고 생활권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가 야생동물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런 정보가 중요하다. 종의 발생과 유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동물들의 적응력이 중요하고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토르퍼 상태에서 모든 생명 기능을 대담하게 차단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매우 절약할 수 있다. 이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생존투쟁에서 강력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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