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은 인도의 대승 유식사상이 중국으로 전파된 후 현장과 규기에 의해 세워진 ‘법상종(法相宗)’의 주된 소의논전이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 때부터 전파되어 오늘날까지도 널리 수용되고 있으며 유식사상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면 『성유식론』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한자경 교수는 서양철학 칸트를 전공하였으며 또한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불교철학 유식을 공부하였다 그는 『성유식론』을 주 텍스트로 삼아 박사학위논문『유식무경: 유식불교에서의 인식과 존재』를 썼다. 그가 계속 미뤄오다가 이제야 『성유식론강해』를 내놓게 된 것은 『성유식론』이란 책의 난해함과 복잡함과 광범위함에 겁먹어 감히 강해를 내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분적으로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 함께 읽고 분석하고 토론하기도 하였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고 말한다. 지금 강해를 내지만, 그것도 전체 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그 내용도 온전히 다 이해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우나 더 미루면 결국 끝내 못할 것 같고, 불완전한 해설서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내놓기로 마음먹었다고 그 마음을 밝힌다. 물론 『성유식론』의 우리말 번역은 이미 몇 권 나와 있다. 첫 번역 책은 동국대역경원에서 나온 김묘주의 『성유식론』(1995)이다. 그 후 김윤수가 규기의『성유식론술기』를 선택적으로 번역하여 『자은 규기의 술기에 의한 주석 성유식론』(2006)을 내놓았고, 얼마 전 이만이 부분적으로 각주를 달아 『성유식론주해』(2016)을 내놓았다. 그런데 원문과 번역 그리고 주석이나 주해만으로『성유식론』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모든 문장이 너무 압축적이고 의미심장해서 각 문장마다의 친절한 설명이 없으면 한 걸음씩 발을 떼기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유식에 대한 일반적 설명서는 있지만 『성유식론』의 문장을 하나하나 풀이해 내는 해설서는 아직 없다. 이 강해는 『성유식론』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성유식론』은 세친의 『유식30송』을 풀이한 것인데, 여기에서는 제8아뢰야식을 설명한 제4게송까지의 풀이를 강해한 것이다. 그래서 『성유식론 강해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책의 내용은 먼저『성유식론』은 어떤 책인지 설명하고 유식의 심층적 세계관, 유식의 마음 이해, 일(一)과 다(多)의 문제, 유식의 실천적 함의 등을 해제에서 설명하고 있다.
1부 유식의 원리에서는 유식의 지향점, 가아와 가법, 능변식을 다루고 있다.
2부 제8아뢰야식에서는 아뢰야식과 종자, 아뢰야식의 행상과 소연, 아뢰야식의 상응심소, 아뢰야식의 성과 명칭의 변화, 아뢰야식의 별도의 체 증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불교의 우주론, 불교에서 말하는 3계 욕계 색계, 무색계에 대해 자세히 다루며, 부파불교의 20개 부파, 유식의 존재분류의 요약 설명이 있고, 끝으로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을 실었다.
저자는 한국에서 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유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하기를 희망한다. 유식불교의 이해가 인간의 자기이해 및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 이해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끌어온 긴 정신사를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유식불교의 핵심사상을 원전을 통해 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