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자의 배낭여행,
모두가 비난하는 여행을 떠나왔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여행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를, 자동차보다 자전거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저자가, 아이를 데리고 두 달간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주위로부터 비난이 쏟아진다.
“남편이 그 여행을 허락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혹시 남편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이 책은 저자가 아이와 함께 두 달간 동남아를 여행한 기록이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전환하면서 생긴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행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고 만 저자. 계속 여행해도 될지 고민하던 그때, 문득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는 미얀마가 너무 좋아요. 한국에 돌아가면 딱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고 싶어요.”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떠나야만 했던 여행의 기록,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맞닿은 현실이 싫을 때마다 도망치듯 배낭을 꾸렸다. 직장을 다닐 때도, 결혼을 한 후에도, 아이를 낳은 뒤에도 그 버릇은 여전했다.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를,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기보다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엄마여행자로, 외롭게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틈틈이 여행하고 소소히 글 쓰는 삶을 꿈꾼다.
목 차
프롤로그_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베트남
새벽 5시, 카페 타마린
다른 호텔로 옮겨주면 좋겠어
그래도 하노이가 좋았다
두 가족, 세 좌석
침묵
그럼, 얼마 내고 싶은데?
지옥의 묵시록
아빠는 어디 있니?
베트남식 간편 식사
베트남에서 맞은 명절
나의 우울은 누가 위로해 주나요?
캄보디아
울지 않고 여행할 수 있겠니?
행상하는 아이
고장 난 한국산 중고버스
나는 시엠립의 게으른 여행자
앙코르 와트를 걷다
크메르 후손의 거짓말
태국
무엇이 다시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이상야릇한 숙소
에라완 폭포
동남아에서 뭘 먹고 다녀요?
엄마, 셔츠가 다 젖었어요!
여행의 쉼표
마감 2분 전
미얀마
불법 합승택시
아이와의 대화
새벽 3시의 마차여행
올드 바간 자전거 투어
오늘도 배낭 메고 여행
호텔보단 게스트하우스
제발, 선착장으로 데려다주세요.
후회하는 날들
아이가 엄마를 키운다
픽업트럭 타고 우 베인 여행
두 번째 버스 고장
내가 그녀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 같아…
러펫예 한 잔 할래요?
여행 그리고 블로그
22시간의 버스 여행
함께 해서 좋았던 순간들
여행 후유증
에필로그_ 잊고 있었던 여행
출판사 서평
다시 여행자이고 싶은 그녀
아내, 며느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오롯이 여행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녀. 설 연휴를 앞두고 두 달간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주위의 반발에 부딪힌다. 떠나기 직전 남편의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와 여행 기간 중 ‘설 연휴’가 끼여 있음을 상기시키고, 또 친정엄마로부터 ‘시댁 보기 미안하지 않냐?’는 질타를 받는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팔자 편하게 여행이나 다닌다는 주위의 핀잔도 빠지지 않는다.
“여행을 가는 건 좋지만, 설 연휴 전에는 돌아와.”
떠나는 내게 남편은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그런 그에게 나 역시 지지 않고 반박했다.
“아니. 두 달 다 채우고 들어올 거야. 입학식 전에는 어떻게든 돌아올게”
한번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가 또다시 똑같은 말을 꺼내는 바람에, 아이 앞에서 그만 크게 싸우고 말았다.
“어디 그러기만 해봐. 그 다음엔 나도 책임 못 져!”
그 싸움 끝에, 그는 마지막 경고라도 되는 듯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 그는 마치, 명절만 함께 쇤다면 왔다가 다시 나가도 좋다는 듯 오직 ‘명절’만을 문제 삼았다. 우리의 안전이나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명절 연휴’를 그의 식구들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냈다.(침묵 中)
그런 질타에도 그녀는 결국 아이와 나란히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함께 해서 좋았던 순간들
새벽 3시 낯선 곳에 도착해 숙소를 찾을 때에도, 22시간씩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한밤중 버스 고장으로 대여섯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할 때도, 저자의 7살 난 아이는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비오는 후에의 거리를, 호이안의 노란 돌담길을, 시엠립의 나이트마켓을, 앙코르 와트의 유적지 사이를, 올드 바간의 희뿌연 흙길을, 그리고 차웅따 해변의 모래밭을,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베트남을 지나 캄보디아, 태국,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의 젊음과 맞바꿨다고 생각한 아이가, 어느새 그녀 삶의 위로가 되고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