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미국의 작은 도시 댈러스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도시라는 불행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그가 남긴 시민권과 평등의 가치라는 유산을 마음에 새기며, 국제교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21세기 대표 세계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 <1-2. 케네디 암살도시에서 21세기 현대도시로> 중에서
댈러스 시청사는 사진으로 보았을 때보다 실제로 방문해 시청 앞 광장에서 청사 건물을 바라보았을 때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시청사의 건립을 계기로 아이엠페이는 이후 댈러스에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중심부 상업지구에 뾰족한 모서리가 찌를 듯이 하늘을 향한 파운틴 플레이스(Fountain Place) 건물을 설계했다. 이 후 아이엠페이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급부상했으며, 댈러스는 20세기 최고 건축가 중 한 사람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 세우는 행운을 갖게 됐으니, 이보다 더 멋진 협업은 없을 듯 하다. - <1-3. 댈러스 시청사> 중에서
웨스트 엔드는 도시가 과거를 빚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명제를 우리 가까이에서 착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역사적 건축물은 물론, 과거의 보행로임을 실감나게 하는 보도, 과거 그대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벤치와 가로등, 이와 같은 거리 시설물들이 현재의 도시 건축물 설계에도 반영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낯선 도시 공간에 뿌리 없는 이방인처럼 내팽겨쳐지거나, 거리의 시민들이 서로 모르는 타인처럼 무관심하게 거리를 바삐 스쳐 지나가지 않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지나간 시간으로부터 이어져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살아온 삶의 채취가 친숙한 가로 풍경과 이미지에 담겨 축복받은 진정한 도시의 삶을 누리게 해준다.
- <1-6. 댈러스의 추억: 웨스트 엔드(3)> 중에서
현대 도시의 콘크리트 회색 건물에 둘러싸인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어떤 특정한 건물이나 대단한 볼거리가 아니더라도 거리를 하염없이 걷는 것 만으로도 충만한 느낌을 주는 장소가 어느 도시에나 있다. 댈러스에서는 다운타운에 있는 예술지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예술지구는 내게 목적지 없이도 그저 길 위에 있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무한히 흔들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 <1-8. 사사키 계획과 예술지구(2)> 중에서
우리는 종종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며 방황하곤 한다. 그러나 굉장히 가까운 곳에 어떤 가면도 쓰지 않고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하루 하루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현대 도시생활의 규칙성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고, 다양한 문화를 용광로처럼 버무려 녹여버리는 미국 문화의 생소함에 질릴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페어 파크’(Fair Park)이다. - <1-11. 댈러스의 잊혀진 장소: 페어파크> 중에서
1871년 시카고 대 화재 다음해인 1872년 3층 높이의 건축물이 세워지면서 시카고의 초고층 건축이 시작되었다. 미시건 애비뉴에서 웨스트 아담스 스트리트(West Adams Street)를 따라 걸으면 현재 레스토랑으로 사용 중인 베르그호프(Berghoff) 건물을 볼 수 있다. 베르그호프 건물은 화재 이전 건물에 화재 후 건물이 잇대어 세워져 있어 시카고 대 화재 전과 후 건축물의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다. - <2-1. 바람의 도시: 시카고 이야기> 중에서
“2층의 오래되고 낡은 고가 지하철을 왜 철거하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시카고 건축재단에서 나온 해설가는 “삐거덕 소음을 내며 달리는 2층의 고가전철은 바로 시카고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 아닐 수 없었다. 시카고 대 화재라는 아픈 상처를 딛고, 도시와 함께 성장해 온 2층의 고가 전철에 대한 사랑과 시카고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최첨단의 초고층 건물 신축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성과 문화를 존하고 가꾸는 것에도 최상의 노력을 기울이기에 매력적인 도시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 <2-2. 철바퀴 구르는 2층 고가철도와 고층 건물의 아름다운 공존> 중에서
모나드녹 건물은 16층의 높이를 지탱하기 위해 기단부는 6피트 두께의 조적조로 3년에 걸쳐 건설된 육중한 무게감을 전달한다. 테라코타 장식을 갖춘 그리스-로마 스타일의 건물이면서 금속구조물을 사용한 커다란 창문을 갖춰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초고층의 상업 용도 건물이었다. 그 웅장한 규모와 건물 외벽 재료인 암갈색 컬러가 풍기는 가라 앉은 듯한 어두운 색조는 건축물이 오랜 세월의 풍상을 이겨낸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한 모나드녹은 임대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16층 높이로 세워 그 당시로는 초고층 건축의 신기원을 연 역사적인 건물이다.
- <2-3. 초고층 건물의 시작: 모나드녹 빌딩> 중에서
화려한 장식을 배격하고, 미니멀리즘을 수용한 모더니즘은 20세기 현대 건축을 지배한 가장 중요한 사조였다. 모더니즘은 건물 기능에 대한 분석적 접근, 신 재료의 합리적인 사용, 혁신적인 건물구조 시도를 특징으로 ‘장식은 범죄’라며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제거했다.‘월터 그로피우스’ (Walter Gropius, 1883-1969),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미스 반 데어 로에’ (Mies Van der Rohe, 1886-1969)등이 이 운동을 이끌었다.
- <2-5. 모더니즘과 연방센터 빌딩> 중에서
그러나 시어스 타워가 초고층 건물을 통한 수직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수직도시 개념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같은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 상승과 빈부 불평등의 격차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고층 건물의 조밀한 집중을 통해 교외지 확산보다 도시중심부를 더욱 녹지화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미래도시로 만들 수 있다.
- <2-6. 수직도시: 시어스 타워> 중에서
스테이트 스트리트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파란색 지붕에 고동색의 장대한 규모의 건물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난다. 그 건물은 시카고를 지배하는 모더니즘 스타일 건축물과는 다른 스타일의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Harold Washington Library, 400 S. State Street)이다. 외관에 장식을 사용하지 않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격이 모더니즘 본거지에서 일어난 것이다. 1991년 세워진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 스타일의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더니즘의 탄생지인 시카고에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물이 세워지는 이변은 미국 건축계에 크나큰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 <2-7. 포스트 모더니즘의 반격: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 중에서
미국 도시 계획가협회는 2018년 노스 미시건 애비뉴를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미국 10대 거리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거리는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뒤엉켜 약동감이 넘쳤으며, 거리를 보석처럼 영롱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런던 개런티 액시던트 빌딩’ ‘위글리 빌딩’ ‘시카고 트리뷴 타워’ 등 케이크를 조각한 것처럼 멋지고 우아한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건축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방문객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 <2-8. 아르데코 양식: 노스 미시건 애비뉴> 중에서
뉴욕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10곳 중 3곳이 뉴욕에 있으며, 2017년에만 6,280만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방문했다. 곳곳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주 7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잠들지 않는 도시라 불리며, 472개의 지하철이 연결된 세계 최대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로어 맨해튼 금융지구에서는 월 스트리트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이끌고, UN본부 역시 이곳 뉴욕에서 국제 외교를 견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누구도 뉴욕을 세계의 수도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3-1. 세계의 수도 뉴욕: 보스워쉬메갈로폴리스 vs 수도권> 중에서
이때부터 건물 내 채광과 환기의 확보가 커다란 주제로 떠오르면서 전면 도로 폭으로부터의 사선제한이라는 장치가 1916년 뉴욕 조닝조례에 채택되었다. 1916년 뉴욕의 조닝 코드는 현대적인 도시계획제도의 등장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 제도로 가로에 도달할 수 있는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선 후퇴(셋백)를 규정했고,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로 타워를 제한해 자연스럽게 향후 세워질 건물의 형태가 결정되도록 했다. 1916년 뉴욕 조닝은 자연스럽게 맨해튼 초고층 건물의 형태와 스카이 라인을 만들어냈다. - <3-3. 20세기: 1916조닝 vs 조선시가지계획령 1934> 중에서
뉴욕의 스카이 라인을 뒤바꿀 ‘허드슨 야드’(Hudson Yards)가 2019년 3월15일 공개됐다. 미국 최대 민간 부동산개발업체 릴레이티드가 뉴욕시와 재개발 사업 계약을 맺고 맨해튼의 골칫덩이였던 땅을 뉴욕의 랜드마크로 탈바꿈 시키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도 250억 달러로 미국 민간 부동산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모두 16개의 초고층 타워형 건물이 들어설 이 곳에 이미 10개의 빌딩이 모습을 갖췄다.
- <3-4. 21세기: 허드슨 야드 vs 세운상가> 중에서
에퀴터블 빌딩으로 시작된 맨해튼의 미친듯한 성장은 인접 건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부동산 가치에도 손상을 입혔다.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결과 1916년 조닝 조례가 채택됐다. 조닝 법은 쉽게 설명하면 내 땅에 짓는 마천루가 남의 땅에 그림자를 너무 많이 만들지 않도록 건물의 외관 형태를 위로 갈수록 좁게 하자는 법안으로 오늘날로 표현하면 일조권 사선제한이다. - <3-5. 에퀴터블 빌딩 vs 서울 초고층 빌딩> 중에서
맨해튼의 미드타운과 비교할 수 있는 강남 테헤란로는 1990년대 이후 수많은 벤처기업을 배출한 IT산업의 요람이며,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지구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들어 테헤란로는 뉴욕 못지 않은 마천루가 즐비한 지금의 스카이 라인으로 완성됐다. 2001년 완공된 45층 높이의 스타 타워를 필두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초고층 빌딩이 테헤란로 양 옆으로 들어서면서 맨해튼 같은 협곡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맨해튼에서 볼 수 있는 촘촘한 지하철역, 차량보다는 보행인 우선 배려하는 건물의 공공성, 거리와 건물 사이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보행인의 활력, 초고층 건물 뒤, 이면 블록에 조성되는 쾌적한 도심 플라자 등을 테헤란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 <3-7. 미드타운 모더니즘 vs 테헤란로> 중에서
뉴욕은 무한 경쟁 속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 성공의 기회를 이민자들에게 주고 있다. 또한 뉴욕시는 창조성과 기업가 정신, 사회적 관용, 환경적 지속 가능성,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의 상징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뉴욕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하지 않으며,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로 남아있다.
- <3-8. 맨해튼 집값 vs 강남 집값> 중에서
로버트 모세는 ‘건설 불도저’라는 괴물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뉴욕시에 높은 수준의 수영장과 공원 시설을 유산으로 남겼으며, 엄청난 규모의 교통 인프라 시설을 갖춰 도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3-9. 로버트 모세 vs 김현옥> 중에서
로버트 모세의 철학은 ‘복잡한 대도시는 기존 물리적 형상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면서 20세기적 비전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임에 반해,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의 미래는 기존 주민 생태환경을 여하히 보존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서로 상반된 신념이 충돌한 것이었다. 제인 제이콥스와 로버트 모세의 충돌은 도시계획사 최초의 도시계획 쟁으로 기록된다. 둘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 <3-10. 로버트 모세 vs 제인 제이콥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