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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약속 불행한 자들을 위한 문화비평 딕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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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4373651
쪽수 : 5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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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 특정한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타인이 고통받아야 하는 구조가 우리 사회의 행복 구조 아닌가 - 사랑과 결혼, 행복한 가정과 국가의 판타지 뒤에 숨은 불행한 주체들의 계보학 - ‘행복 이데올로기’에 맞서 페미니스트 철학자 아메드가 제시하는 ‘불행의 정치학’ - 트러블 메이커, 분위기 깨는 자, 정서 이방인의 불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 퀴어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비판의 환상적 결합 1990년대부터 대두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긍정심리학계의 행복학 연구에 따르면, 긍정심리학은 부정적인 느낌에만 초점을 맞춰 왔던 심리학의 기존 경향을 “바로잡는다”며 등장했으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칙센트미하이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행복학 연구자들이 행복의 ‘비법’을 밝혀낸다며 갖가지 설문조사와 인터뷰, 통계기법 등을 동원해 도출해 낸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행복하고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행복하며, “긍정적일수록” 행복하고 “가족과 돈독”할수록 행복도가 높다. 과연 이런 것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말해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퀴어 페미니스트 철학자 사라 아메드는 이와 같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며 ‘정서 이론’의 관점에서 우리 삶을 지배하는 ‘행복’ 관념을 해부한다. 이에 따르면, 행복 관념은 보통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의 형태를 띠며, 대개는 사회적으로 이미 좋은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재확언함으로써 그것을 추구하는 좋은 주체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한편으로 그 대척점에 행복의 경로에서 이탈한 자들, 행복 대본을 따르지 않는 자들, 차이를 가진 자들을 위치시키고 이들을 불행의 원인으로 재현함으로써 힘을 얻는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이주자, 퀴어와 같은 불행(불운)한 주체들을 ‘행복한 가족’, ‘행복한 국가’와 같은 ‘정서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정서 이방인’으로 개념화하면서 이들의 불행과 우울에 정치적 힘을 부여하는 한편, 지배적인 행복 관념이 ‘다른’ 주체로 하여금 무엇을 포기하게 하는지 보여 줌으로써 정서를 통한 권력의 작동을 이야기한다. 버지니아 울프, 조지 엘리엇, 울스턴크래프트, 보부아르, 토니 모리슨 등의 페미니즘 정전들과 ??고독의 우물??, ??루비푸르트 정글??, ??캐롤?? 등과 같은 퀴어 정전들뿐만 아니라 전설의 레즈비언 드라마 <엘워드>, <디 아워스> 등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넘나들며 아카데믹한 철학적 논의를 거침없이 전개해 나가는 솜씨는 이 책을 “행복에 대한 필적할 수 없는 철학서”로서뿐만 아니라 퀴어 페미니즘적 문화비평의 전범으로 자리매김케 했다. 파키스탄 출신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둔 본인의 혼성적 배경과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경험담들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든 서사에서 학문과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립 연구자로 우뚝 선 저자의 현재 모습을 예견할 수도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라 아메드Sara Ahmed 2004년부터 골드스미스 런던 대학교에서 인종·문화연구 교수를 지냈다. 2016년, 학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처리 미비에 항의하며 사임한 후 지금까지 독립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주, 차이, 정체성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이론과 퀴어 이론, 인종 이론을 넘나들며 꾸준히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드리 로드와 글로리아 안잘두아 등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생명줄’ 삼아 현상학적으로 감정의 구조를 탐색함으로써 권력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저작들을 꾸준히 발표해 오고 있다. 킬조이 선언을 비롯한 제도권에 머물지 않는 실천적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인 어머니와 파키스탄인 아버지를 둔 배경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으로의 이주 경험, 유색인 여성으로서의 경험 등이 녹아든 실천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2019년 스웨덴 말뫼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2017년에는 LGBTQ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케슬러상을 수상했다. 2011년, 이 책 『행복의 약속』으로 페미니즘 분야의 독창적 연구에 수여하는 FWSA상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감정의 문화정치』(2004), 『퀴어 현상학』(2006), 『고집스런 주체』(2014),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2017), What’s the Use?(2019), Complaint!(2021, 근간) 등이 있다. 역자 : 성정혜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살만 루시디와 탈식민주의에 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소수자의 목소리 내기와 포스트휴먼 정서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식민 욕망』(공역, 2013)이 있다. 저서는 『부커상과 영소설의 자취 50년』 (공저, 2019), 최근 논문으로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살만 루시디 읽기: 『악마의 시』에 나타난 휴먼/포스트휴먼」(2015), 「포스트-묵시록 미래의 생존과 선의 실행: 코맥 매카시의 『로드』」 (2016), 「생명정치를 넘어: 『나를 보내지 마』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조에 윤리학」(2020) 등이 있다. 역자 : 이경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20세기 전환기 미국 여성 작가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연구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영미 문학을 중심으로 젠더, 소수자, 포스트식민, 포스트휴먼 등의 문제를 다루어 왔고, 최근에는 여성주의 심리학과 이야기의 치유적 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젠더와 문학: 19세기 미국여성문학 연구』(2010), 『미국 이민 소설의 초국가적 역동성』(공저, 2011), 『로지 브라이도티, 포스트휴먼』(201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식민 욕망』(공역, 2013), 『포스트휴먼』(2015), 『나의 어머니는 컴퓨터였다』(공역, 2016), 『이야기로 푸는 의학』(공역, 2020) 등이 있다.
목 차
서론 왜 하필 지금 행복을 이야기하는가 1장 행복의 대상 2장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 3장 불행한 퀴어 4장 우울증적 이주자 5장 행복한 미래 결론 행복, 윤리, 가능성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지금 우리에게 행복은 무엇을 하는가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행복’은 사회적으로 가장 자연화되어 있는 관념이자 무조건적 선으로 여겨지는 관념이다. 이는 학문적으로 반박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윤리학·철학에서 오히려 절대선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메드는 페미니즘과 반인종주의, 퀴어 연구에 기반해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공리주의에 이르는 기존의 행복에 대한 철학적 관점들을 폭넓게 비판하고 그 속에 숨겨진 불의를 드러낸다. 아메드에 따르면 행복은 ‘약속’의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소유하게 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미래의 지연)을 통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의 약속은 우리를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어떤 대상들로 인도하고, 좋은 삶을 어떤 대상들에 가까이 가면 얻게 되는 것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좋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서 이론의 관점에서 아메드는 가정이나 국가를 특정 대상에 대해 동일한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유지되는 정서 공동체로 개념화하면서 이런 감정적 공간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성애적straight 주체, 착한 시민이 되는지 다양한 텍스트들을 경유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권력의 작동은 단지 ‘특정한 행복’ 추구, 이성애적 사랑과 좋은 시민을 이상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 대본에서 이탈하면 다다르게 될 상태에 대한 위협으로서 끊임없이 불행이 재생산된다. 예를 들어, <베컴처럼 휘어 차기>의 이민 1세대 아버지는 인종차별의 폭력을 잊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는 본보기로 서사화되는 반면, 가족의 관습을 거스르고 베컴처럼 되기를 바라는 딸은 착한 영국 시민으로 비춰진다. 결국 행복 대본은 주체를 똑바르게straight, 이성애자로, 좋은 시민으로 만드는 장치다. 또한 행복은 상호성의 언어로 강압을 실행하고 감추는 역할을 한다. “네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해”라는 말이 “네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지”, “네가 그러면 나도 불행해”, “네 불행이 내 행복을 위협해”, “넌 날 위해 행복해야 해”가 되는 과정에 대한 아메드의 예리한 분석은,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사랑의 감정이 (그 타인의 생각대로) 행복해야 할 의무로 경험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자녀의 커밍아웃을 맞닥뜨린 부모의 발화를 생각해 보자.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랄 뿐인데, 그건 너무 불행한 삶이 아니겠니”라고 하는 ‘사랑’의 표현 속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불행은 과연 아이가 퀴어라서 생기는 것일까? 아메드는 불행은 정확히 이 발화의 순간부터 작동하고 발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즉, 퀴어의 삶이 불행한 삶, 행복한 요소가 없는 삶, 남편과 자식이 없어 우울한 삶이라 간주되기 때문에 아이는 불행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 행복 발화를 이용해 퀴어를 관용하거나 승인할 때도(“그렇게 너희 둘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사랑이지”) 퀴어 사랑은 그런 사랑 역시 (이성애적 사랑과 같은) 사랑이라고, 그것도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증명할 수 있을 때만 인정받는다. 아메드는 “불행하지 않음을 보여 주려면 행복해야 한다”는 그 압력이 불행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불행에 대해 (간과하지 않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정서(정동)의 정치학 ## 느낌에 귀 기울일 때 들려오는 것들 일반적으로 느낌이란 주체의 내부에서 생겨나는 순수하고 주관적인 무엇으로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서 이론의 등장으로 이런 느낌(정서, 정동, 감정)이 실은 사회적 관념들로 물들어 있으며, 주체 내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대상들을 매개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무형의 분위기, 느낌 같은 것들에 응축돼 있는 ‘역사’나 지배와 억압 등을 읽어 내면서 감정을 사회를 분석하는 중요한 도구로 만든다. 예를 들어, 아메드는 이런 정서 이론에 입각해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들만 가득한 여성학회 자리에 나타났을 때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의 정체에 대해 분석한다. 사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냥 나타나기만 했을 뿐인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런 위기가 그 흑인 여성이 유발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메드는 이런 불편한 느낌, 지배적인 행복한 분위기를 깨는 부정적 느낌의 정체 속에서 인종차별의 역사, 검은 신체에 ‘불편한 느낌’을 배치하는 권력의 작동을 발견한다. 그런 특정 신체에 ‘불편한 느낌의 원인’이라는 속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장애물로 느끼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메드는 책 전체에 걸쳐서 역사가(이 경우는 인종차별의 역사) “무형의 분위기” “걸림돌처럼 보이는 신체” “부르카나 터번 같은 대상”에 응축돼 있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자연적이라 여겨지던 느낌 속에 폭력과 권력, 억압의 원인이 어떤 식으로 은폐돼 있는지를 해부한다. # 퀴어한 문화비평을 통한 불행한 자들의 계보 잇기 ## 댈러웨이 부인에서 캐롤까지 이 책은 무엇보다 퀴어 페미니스트 문화비평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책이다. ??고독의 우물??이나 ??캐롤??, ??루비프루트 정글?? 같은 퀴어 정전에서부터 ??댈러웨이 부인??이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같은 초기 페미니스트 비평의 대상들, 그리고 <이 벽들이 말할 수 있다면 2>(이하 <더 월 2>), <길 잃은 천사들> 같은 퀴어 영화들을 넘나들며 아메드는 정서 이론가의 관점에서 기존의 공식적인 해석들을 무너뜨리거나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에 집착하는 모습을 실망스러워했던 보부아르나, ??댈러웨이 부인??을 울프가 자신의 불행을 정치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책으로 평가한 케이트 밀레트와 달리, 아메드는 소설 속 ‘정서의 흐름’을 포착해 냄으로써 파티를 불행이 생명을 얻게 되는 사건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파티를 통해 댈러웨이 부인은 셉티머스의 자살을 “스치게” 되기 때문이다. <댈러웨이 부인>에서 아메드가 특히 주목하는 바는, 고통이 자신의 고통에 대한 의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낯선 자의 고통이 분위기를 방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댈러웨이 부인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는 불행이란 것이 낯선 방문객처럼 도착해 익숙함을 방해하고, 익숙함 속에 있는 불편한 요소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아메드는 댈러웨이 부인의 이런 인식을 “희망을 가득 채움으로써 미뤄 왔던” 슬픔을 이제는 기꺼이 경험하겠다는 공감의 제스처로 해석한다. 또한 이런 과거의 텍스트에 대한 비평을 현대적 텍스트들과 연결함으로써 시대를 잇는 불행한 자들의 계보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영화 <디 아워스>의 불행한 주부 로라와 연결되고, 20세기 초 소설 ??고독의 우물??의 지독히 불행한 결말은 21세기 영화 <길 잃은 천사들>의 퀴어 소녀의 불행, 그리고 <더 월 2>의 연인을 잃고도 애도하지 못하는 퀴어 연인의 비탄과 연결됨으로써 “행복한 자들의 세상”에서 “불행한 주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를 보여 주는 계보가 그려진다. 불행한 퀴어뿐만 아니라 인종주의 속에서 고통받는 이주자, 분위기 깨는 존재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전에 이미 문제라고 읽혀 버리는 페미니스트 등을 아우르는 그녀의 계보 그리기는 부정적 정서가 얽혀 있는 대상들, 불행한 역사로 젖어 있는 대상들을 살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몸소 보여 준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세 명의 여성들의 계란을 깨는 제스처 속에서 여자들의 역사를 따라 흘러온 ‘유산’을 발견하고, 계란을 깨뜨려 넣는 그릇이 여성에게 가하는 기다림의 압력을 읽어 내면서 집안의 행복 대상들이 어떤 여자들에게는 얼마나 위협적이고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는지를 포착해 낸 정서 이론가 특유의 섬세한 독해들 또한 흥미롭다. # 불행한 자들의 불행이 가진 정치적 힘 ## 불행에 대한 직역주의에 저항하기 퀴어에게 행복한 결말을 안겨 주면 안 되던 시절 발표된 최초의 레즈비언 소설 <스프링 파이어>의 저자 빈 패커는 출판사와의 논의를 거쳐 두 주인공에게 불행한 결말을 선사한다. 당시 퀴어 소설에서 퀴어인 등장인물은 행해질 수 없었다. 퀴어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결말은 퀴어를 ‘좋아’ 보이게 하고, 독자를 퀴어로 만들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행복’이 무언가를 좋아 보이게 하고 그렇게 만들려는 시도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이런 행과 불행을 문자 그대로, 즉 윤리적 명령으로 읽는 직역주의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행복과 불행이 좋은 삶과 나쁜 삶의 도덕적 구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아메드에게, 행복한 것과 좋은 것의 필연적 일치, 나아가 좋은 것 자체의 도덕적 투명성은 그 무엇보다 의심해 봐야 할 대상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메드는 ‘행복한 퀴어’ 같은 형상에 희망을 거는 입장들을 비판한다. 행복한 퀴어를 진작할 때 이 세계의 불행을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 아메드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불행한 퀴어들을 포괄하는 것이라 말한다. 퀴어로 살기로 한 사람들에게 이 세계의 인정이란 아슬아슬한 조건부에 불과하다. 즉, 스트레이트한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야 인정받고 올바른 퀴어가 될 수 있다. 행복한 퀴어란 예의를 갖추고 식탁에 제대로 앉을 줄 아는 퀴어를 의미하는 것으로(<더 월 2>의 인공수정을 통해 가정을 일구려는 샤론 스톤 커플이 한 예다) 이런 구도에서 퀴어는 영원히 남의 집을 찾은 예의 바른 손님이 될 수밖에 없다. 아메드는 행복한 이성애 형태들과 가까워지지 않으면서, 즉 퀴어에게는 “불의”에 해당하는 이성애적 행복과 계속 불화하면서 불행한 퀴어의 정치적 힘과 에너지를 무효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서 이방인으로서의 혁명가가 이 세상에 대해 갖는 이질적 느낌과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감을 대조하는 대목 역시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혁명 의식은 세상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세상 전체와 싸우는 것 같고, 세상도 당신에게서 등을 돌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긍정 심리학에서 말하는 몰입감과는 정반대의 느낌,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 긴장감과 저항감이다. 혁명 의식은 스트레스를 감수하겠다는 의욕, 행복감의 거부다. 그렇다고 불행한 혁명가 같은 영웅적 모델, 한 개인의 고통이 세상에 선물이 되는 그런 모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가져와 아메드는 다수의 행복의 약속이 소수의 고통의 국지화에 의존하는 상황을 성찰한다. 특정한 ‘우리’가 좋은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타인이 고통받아야 하는 구조가 지금 우리 사회의 행복 구조가 아닌지 되묻는 것이다. 아메드는 지금 우리의 행복이 고통의 은폐와 자신의 행복을 타협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눈길을 돌릴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것에 의해 약속된다고 비판한다. 아메드는 그런 불의에 해당하는 행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꺼이 불행 가까이에 있겠다는 의욕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불행할 자유’로 급진화한다. 이는 우리 자신이 비참해지거나 슬퍼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불행에 의해 변용될affected 자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지 모르는 삶을 살아갈 자유, 행복을 종착점으로 보지 않고 행복의 길에서 이탈한 삶을 살아갈 자유를 말한다. 좋은 느낌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로 보는 마수미나 브라이도티 등의 논의가 실은 행복학과 궤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 역시 되새겨 봐야 할 지점이다. 아메드는 윤리학이 행복이나 즐거움을 목표로 하면 그런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고통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느낌은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며 나쁜 느낌은 후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구별은 불의의 역사들을 사라지게 한다. 아메드는 나쁜 느낌(불만, 불행, 불편, 우울 등)은 단순히 반작용적이지 않으며 끝나지 않은(잊을 수 없는) 불의의 역사들에 대한 창조적 반응임을 강조한다. 불행을 극복해야 할 느낌 이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행복 역시 인생의 목표라기보다는 다른 모든 가능성들과 나란히 존재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메드의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결론이다. # 장별 요약 서론 왜 하필 지금 행복을 이야기하는가 복에 대한 소망이 학계와 미디어, 공공정책과 국제적 행복지표 같은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행복으로의 전회”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이런 논의들이 입각하고 있는 논리와 전제들을 따져 본다. 1장 행복의 대상 행복이 지배의 기술로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행복은 특정 대상들을 획득하기만 하면, 혹은 거기 근접하기만 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행복에 닿을 수 있게 해준다고 간주되는 대상들은 사회적 재화로서 긍정적 가치를 축적해 순환하며 행복 대상이 되는데, 예를 들면, “행복한 가정주부” “행복한 흑인 노예” 이성애적 “행복한 가정” 같은 것들이 그렇다. 아메드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정서 공동체’(가정이나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대상들에게 ‘적합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정서 이방인’으로 개념화해 행복 대본으로부터 벗어난 이들의 불행을 분석하는 2, 3, 4, 5장(가정에 행복감을 느끼며 안주할 수 없는 주부, 이성애적 가족의 식탁에 자리할 수 없는 퀴어, 자신의 문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불행한 주체가 되어 버리는 이주자, 현실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혁명가)의 기반이 되는 분석틀을 제시한다. 2장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 행복의 역사를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루소의 ??에밀??이나 엘리엇의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같은 초기 페미니즘의 비평 대상들을 새롭게 읽으며 페미니즘 내에서 ‘트러블 메이커’의 계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식탁의 평화를 깨며 가족 내에서 늘 착한 딸일 수만은 없었던 자신의 경험담과 동료 페미니스트들의 기억을 결합하며 킬조이 페미니스트와 트러블 메이커 사이의 연결을 분명히 한다. 아메드는 ‘트러블’을 일으키는 페미니즘의 역사가 여전히 페미니즘의 정치적 지평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점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3장 불행한 퀴어 ??고독의 우물??이나 ??루비프루트 정글??, ??캐롤?? 등의 레즈비언 정전들을 읽어 나가며 퀴어의 불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석하고 “난 그저 네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란다”라는 진술이 타자에게 자유를 주는 듯하면서도 어떻게 행복의 원인으로 이미 합의돼 있는 것을 향해 가도록 지시하는지 이야기한다. ??고독의 우물??에 관한 기존의 해석을 뒤집는 아메드의 독해는 이 책의 백미로 아메드는 “사랑의 실패”로 해석되었던 이 책의 결말을 반대로 해석해 낸다. 또 이 책의 불행한 결말을 좀 더 최근의 영화 <길 잃은 천사들>과 함께 읽으며 시대를 달리하는 두 텍스트에서 타인의 행복을 위한 퀴어 주인공의 선택이 왜 여전히 불행을 야기하는 것인지 묻는다. 4장 우울증적 이주자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논리를 제공했던 공리주의의 행복 논리가 현대 영국의 다문화주의에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폭로하면서 제국의 역사를 행복하게 기억하지 않는 주체, 인종차별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이주자는 우울증자로 해석되며 불행한 주체가 되는 메커니즘을 <베컴처럼 휘어 차기>와 <동양은 동양>의 이민 1세대 아버지에 대한 비교를 통해 분석한다. 또 이민 2세대 딸들이 쓴 소설과 자서전을 바탕으로 ‘동화’의 양가성을 탐색한다. 5장 행복한 미래 혁명가와 혁명의식을 정서 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해 본다. 정서 이방인으로서 혁명가가 가질 수밖에 없는 세상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긍정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감, 몰입감과 대조한다. 또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가져와 다수의 행복의 약속이 소수의 고통의 국지화에 의존하는 메커니즘을 이야기하고, 그런 행복으로부터의 이탈을 ‘불행할 자유’로 급진화한다. 이는 불행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행복을 종착점으로 간주하지 않고 행복의 길에서 이탈할 자유, 타인을 불행하게 하더라도 그 삶을 살아갈 자유를 말한다. 결론 행복, 윤리, 가능성 행복의 역사는 행복이 단순히 행운을 지시하는 데 그칠 수 있음에 대한 불안을 포함한다. 행복은 운 좋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운을 스로의 선과 덕, 지혜로 생각하게 만든다. 결론에서 아메드는 행복과 윤리의 연관성을 해체하고, 행복과 행운의 밀접성을 강조하면서 필연성으로서의 행복과는 대조되는, 가능성으로서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긍정적 감정들을 잠재성과 되기의 장소로 보는 마수미 같은 정동 이론가들과 브라이도티의 논의 역시 행복하거나 즐거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고통을 부과하는 ‘행복으로의 전회’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아메드는 우리가 불행을 느낄 대상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의식화가 혁명적 정치의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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