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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자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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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자자의 시간 금융 자본주의 시대 새로운 주체성과 대항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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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0292160
쪽수 : 364쪽
미셸 페어  |  리시올  |  2023년 0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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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08년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뒤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으며, 특히 금융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이 책은 과거의 저항 방식을 고수하거나 ‘대안 없음’을 받아들이는 대신 금융 ‘내부’에서 금융에 맞서 도전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금융화가 생산한 ‘피투자자’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전유해 벌이는 ‘대항 투기’들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 이론과 정책은 개개인을 기업가적 주체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 실제로 도래한 체제는 금융화였고, 막상 금융 권력이 헤게모니를 쥐고 나자 우리 대다수는 투자를 받기 위해 경제적, 비경제적 신용도를 끌어올리려 분투하는 피투자자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피투자자라는 정체성을 전유해 반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 경영, 국가 통치, 개인 품행이라는 세 영역에 초점을 맞춰 피투자자 액티비즘이 신용이라는 무기를 활용할 방안을 제시한다. 좌파가 현재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와 금융화의 공세에 패배를 거듭한 탓이다. 이 책은 우울을 우파 쪽으로 되돌리려면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려 애쓰는 대신 현재의 조건을 포착하고 그 조건 안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저항을 개시해야 한다. 오늘날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이 자기 실현적 예언 게임에 참가하는 것, 즉 주주와 채권자의 권력을 표적으로 삼아 신용이 할당되는 조건을 두고 당당하게 대항 투기를 벌이는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미셸 페어 벨기에 태생의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로 유럽과 영미권에서 주로 활동 중이다. 1985년에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비영리 출판사인 존 북스(Zone Books)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현재까지 편집 위원 중 한 명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에는 프랑스 이민 정책과 관련된 모니터링 그룹인 세트 프랑스-라(Cette France-la)를 창립하고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를 지냈다. 파리 고등 사범 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골드스미스 런던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통치 양식의 변화, 대안적 주체성의 가능성, 좌파 정치의 전략을 중심으로 동시대 자본주의의 정치적 풍경을 연구해 왔다. 2000년에 『무력하도록 고안되다: 국제 사회의 시대』(Powerless by Design: The Age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를, 2021년에는 『좌파와 좌파의 것』(La gauche et les siens)을 출간했으며, 『리베르틴 선집』(The Libertine Reader, 1997)과 『비정부 정치』(Nongovernmental Politics, 2007) 등의 공저서를 편집했다. 역자 : 조민서 서울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복지국가 및 사회 보장의 질서가 재구성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청년 대상 현금 지급 및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논문으로 「아이의 얼굴에 깃든 발전의 꿈」이 있으며, 「페이션시의 재발견」, 「안전의 열망과 기여의 의지: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 수령자들의 서사」 등의 논문을 함께 썼다. 현재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리스크가 금융의 논리를 경유해 정치적 경합의 대상으로 구성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목 차
들어가며 _ 정치적 낙담의 여정 슬금슬금 다가오는 사회주의: 전후 자유 시장 옹호론자들의 울분 모두를 기업가로: 우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처방 소득의 분배와 자본의 가치 상승: 새로운 사회 문제의 밑그림 1장 _ 기업 거버넌스의 이해 관계 고용주와 투자자 이윤 추출과 신용 할당 협상과 투기 비용 계산과 리스크 평가 임금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피고용인과 이해 관계자 고용주 카르텔과 신용 평가사 2장 _ 정부 정책의 책무 조세와 부채 주기적인 선거와 끊임없는 가치 평가 공간의 요새화와 시간의 점유 포퓰리즘 옹호와 은행 벤치마킹 채무자 벗어나기와 채권자 따라 하기 3장 _ 개인 품행의 가치 상승 자립심 고취하기와 활력 잃은 이들 코치하기 불안해하는 이들 안심시키기와 신용 잃은 이들 솎아 내기 불안정 노동자와 자유 계약자 종속에 대한 보상과 상호 의존성에 대한 후원 임노동자와 피투자자 코다 감사의 말 미셸 페어와의 인터뷰 옮긴이 후기 후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금융 자본 내부에서 전개되는 대항 투기의 가능성 금융의 전면적인 지배에 좌절해 우울에 빠지는 대신 금융화가 생산한 ‘피투자자’라는 조건에 거주하면서 동시대 자본주의에 도전할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이론적, 실천적 기획 2008년의 대침체는 금융의 위력과 위험을 각인한 사건이었다. 체계 자체를 뒤흔든 위기의 여파로 각국 정부는 무분별한 금융 기관을 비난하며 규제를 약속했고, 분노한 대중은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를 외치며 월스트리트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점령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신자유주의는 돌이킬 수 없이 침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았다. 위기를 수습하고 ‘정상’ 상태로 돌아가자 오히려 더 강고해지기까지 했다. 정부들은 애초 공언과 달리 시민을 희생시켜 은행을 구제했고, 그렇게 살아난 은행들은 자신을 구해 준 정부의 재정 상태를 우려하며 재차 긴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점령 운동의 물결도 곧 사그라들었을 뿐 아니라 ‘99퍼센트’ 중 상당수가 금융 회로에 포섭되었다. 노동 소득으로 안정적인 삶을 꾸릴 가능성이 희박해진 탓에 갈수록 많은 사람이 투자 혹은 투기에 매달리면서 주식과 부동산, 암호 화폐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 위기가 점점 더 가시화되고 팬데믹까지 이어져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얼핏 보기에 유의미한 변화를 요구하고 이끌 만한 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금융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뿐더러 비금융 기업의 금융화도 상당히 진척되었다. 따라서 현재 기업 경영에서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것은 주주와 투자자의 요구다. 정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국 채권 소유자의 권력에 크게 종속된 채 재정 건전화를 통해 투자자 눈에 비치는 자신의 매력도를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건다. 또 금융은 개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출과 투자에 의존하며, 이를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가치, 즉 신용도를 높이려 한다. 이처럼 생산과 분배, 통치와 복지, 개개인의 품행까지 금융을 통해, 또 금융을 위해 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면적인 지배에 압도당한 채로 ‘대안 없음’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금융 논리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영역을 지켜내려는 힘겨운 싸움에 돌입해야 할까? 『피투자자의 시간』의 지은이 미셸 페어는 좌파가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바람에 우울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두 선택지를 모두 거부하는 그가 보기에 더 유효한 대안은 금융 ‘내부’에서 금융에 맞서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저항을 그는 ‘대항 투기’counterspeculation라 부르며, 이런 저항 방식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가능함을 입증하기 위해 금융화가 생산한 ‘피투자자’investi, investee라는 주체성에 주목한다. 권력이 빚은 주체성을 그에 반하는 용도로 전유하기 『피투자자의 시간』의 지은이 미셸 페어는 벨기에 태생의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다. 유럽과 영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1985년에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비영리 출판사인 존 북스Zone Books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현재까지 편집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이민 정책 관련 모니터링 그룹을 창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학계 바깥 활동을 병행하며 통치 양식의 변화, 대안적 주체성의 가능성, 좌파 정치의 전략을 중심으로 동시대 자본주의의 정치적 풍경을 비판적으로 탐구해 왔다. 마르크스와 푸코의 통찰을 따르는 그의 논의는 두 가지 이론적 전제에 기반한다. 하나는 저항이 항상 권력에 내재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권력이 빚은 주체들이 그 지위를 전유해appropriate 권력에 강력한 도전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시대의 저항을 이해하고 이론화하려면 현재의 권력이 어떤 주체성을 생산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주된 자본 축적 및 통치 양식이 무엇인지 해명하는 작업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결정적인 구별, 즉 신자유주의와 금융화의 구별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신자유주의 이론과 정책은 ‘주주 가치’를 기업의 핵심 과제로 격상했고, 각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했으며, 개개인을 기업가적 주체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지은이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자들의 의도와 결과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도래한 체제는 금융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신자유주의와 금융화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으며 때로는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주체성 형식을 낳는다. 신자유주의가 각자의 삶을 하나의 사업처럼 대하는 자립적인 기업가를 양성하고자 한 반면, 막상 금융 권력이 헤게모니를 쥐고 나자 우리 대다수는 자립은 꿈도 꿀 수 없는 의존적인 존재가 되었다. 금융화된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투자를 받기 위해 경제적, 비경제적 신용도를 끌어올리려 분투하는 피투자자로 살아간다. 투자 권력에 완전히 종속된 듯이 보이는 피투자자들이 과연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하지만 지배가 아무리 물 샐 틈 없어 보이더라도 언제나 균열이 있으며 저항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전통적인 노동-자본 대립이 약화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갈등이 부상했다고 말한다. 소득 분배가 아니라 ‘신용 할당’을 둘러싼 전선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피투자자의 시간』은 기업 경영, 국가 통치, 개인 품행이라는 세 영역에 초점을 맞춰 피투자자 액티비즘이 신용이라는 무기를 활용할 방안을, 또 현실에서 활동 중인 피투자자 운동이 기존 운동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제시한다. 임노동자에서 이해 관계자로, 임금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 주주 가치를 신봉하는 기업 경영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1장 「기업 거버넌스의 이해 관계」는 금융화로 인해 기업의 목표가 이윤 추구에서 주주 가치 추구로 이동했음을 강조하며 기존의 자본가-노동자 관계와는 상이한 권력 관계가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신용 할당’ 권력을 보유한 투자자와 자신의 매력도를 높이고자 애쓰는 피투자자의 갈등이 첨예해진 것이다. 달리 말해 현재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는 어떤 프로젝트가 자금을 할당받을지, 무엇이 생산될지를 결정하는 투자자와 주주다. 그러므로 지은이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의 저항은 더 이상 사회적 투쟁의 유일한 중심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 운동이 모든 가치를 상실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대항 투기에 나서고자 하는 피투자자들이 과거 노동 계급이 채택한 ‘전유’ 전략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운동은 ‘자유로운 노동자’라는 지위가 자본의 착취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임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위를 전유했으며 자본가들의 전략을 모방했다. 그리하여 노동 조합을 결성하고 단체 협상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피투자자들 역시 자신의 지위를 거부하는 대신 그 안에 거주하면서 투자자들의 기술을 차용해 신용 할당 조건들을 수정하고자 시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항 투기’가 뜻하는 바다. “이는 다른 평가 기준을 조성함으로써, 그리고 금융 자본가들이 자연스럽게 높이 평가하는 유형의 시도들의 신용을 떨어뜨림으로써 대안적인 프로젝트들의 가치 상승을 촉진하는 것을 뜻한다”(55). 이에 따라 주된 전장도 임금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옮겨 간다. 피투자자 운동은 기존 기업 거버넌스의 리스크가 터무니없이 높음을 드러내고 노동과 인권, 환경을 보호하는 대안들의 매력도를 증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영학에서 주주stockholder와 대비되는 이해 관계자stakeholder의 지위를 전유해 이들의 요구를 하나로 묶어 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요구들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기업의 상품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보이콧 요구,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대안적인 신용 평가사 설립 등의 방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성공한다면 투자자들의 추측에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무책임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비중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보이콧 같은 운동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피투자자 액티비즘은 ‘투자자의 권력’을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이 운동들에 새로운 의의를 부여하게 된다. 이처럼 지은이는 금융이 투기적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이런 투기 게임에 적극 참여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신용 할당이 사회 갈등의 내기물이 된 상황에서 금융 자본에 유의미한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이게도 노동 운동의 정신과 방법을 오늘날에 맞게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시간 점유하기와 사회적 채권자로 행동하기 : 재정 건전화 시대에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시도들 2장 「정부 정책의 책무」는 20세기 중반 이래 국가의 성격이 조세 국가에서 부채 국가를 거쳐 재정 건전화 국가로 바뀌어 왔다는 사회학자 볼프강 슈트렉의 관찰에 기반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막이 오르자 국가는 자본의 요구에 따라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유권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복지 국가의 기능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했다. 부족해진 재원을 대출로 충당한 결과 각국은 국제 채권자 집단의 손아귀에 놓였다. 그 뒤 채권자들이 상환 능력을 우려하자 정부들은 공적 지출을 줄이고 시민에게 민간 대출을 종용하는 재정 건전화 정책으로의 전환을 감행했고 여전히 재전 건정성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시민의 열망과 국제 대부자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거의 늘 후자를 우선시한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시민은 ‘주기적인 선거’로 몇 년에 한 번씩만 정치적 대표자를 심판할 수 있는 반면 금융 권력은 ‘끊임없는 가치 평가’를 통해 언제든 해당 국가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 권력에 맞서 국민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일각에서는 정치 제도를 ‘요새화’하자고 제안한다. 이와 달리 시간성의 논리에 주목하는 지은이는 금융 권력이 활용하는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더 유망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들이 내리는 결정을 쉴 새 없이 평가하는 힘을 획득하고, 그리하여 환자, 학생, 환경주의자, 불안정 노동자, 장애인 등의 이해 관계를 옹호하는 대안적인 압력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민 주권의 이름으로 위임된 권한을 이용해 신용 공급자에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 공급자와 경쟁하는 압력 집단에 대한 선출직 공직자의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신용의 장 자체를 재구조화하는 것이다”(132). 다른 한편 재정 건전화로의 전환과 민간 대출의 확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 2008년 위기의 은행 구제 금융으로 부채가 동시대 자본주의의 핵심 비판 대상이 되었다. 일부 사회 비평가는 임노동자 대신 채무자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주체성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부채 거부 운동에서 혁명의 희망을 찾는다. 반면 지은이는 채무자들이 처한 조건의 복잡성을 강조하면서 금융 위기가 발발했을 때는 입장이 바뀌어 이들이 금융 기관에 대한 대부자가 되며, 또 국가에 대해서는 금융적 채권자와 대립하는 사회적 채권자라는 지위를 보유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따라서 관건은 채무자를 완전히 종속된 지위로 바라보지 않고 이들이 맡을 수 있는 상이한 역할을 전유해 영구적 긴축의 지지자들에 맞서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상호 후원 관계에 기반한 대안적인 프로젝트들 : 플랫폼 자본주의의 부상과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의 가능성 3장 「개인 품행의 가치 상승」은 기존 기업이나 국가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직접 자신의 프로젝트를 꾸리고자 하는 피투자자들의 액티비즘이 성공할 가능성을 논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노동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언이 과장된 것은 분명하지만, 플랫폼 자본주의의 대두로 많은 임금 노동자가 임시직 노동자나 프레카리아트 같은 독립 계약자free agent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유 경제나 협력 경제 같은 거창한 이름 아래 ‘파트너’로 불리는 이들은 사실상 거의 아무런 자율성도 누리지 못하며 극심한 불안정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런 상황의 비판자들은 노동 조합들이 기존에 성취한 권리를 보존하고 자영업자 신분인 자유 계약자들이 노동자로 분류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지은이는 이른바 ‘우버화’된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운동을 들여다보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린 거대 플랫폼들이 휘청대는 사이 피투자자들이 자신만의 디지털 플랫폼 협동조합을 결성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거에 협동조합 운동은 실현 가능성 없는 공상적인 대안이라며 비판받곤 했지만 플랫폼 자본주의의 도래가 협동조합 운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비교적 저렴한 기술을 통해 구현이 가능하며, 신용도를 측정하는 등급 평가 시스템 역시 대안적인 용도로 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기획을 추구하면서 이들은 약탈적 인터페이스들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게임에 들어서게 된다. 또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의 지지자들은 거대 플랫폼이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고 조세를 회피하려 갖은 애를 쓴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당국에 한층 엄격한 규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은 일자리와 결부된 보호 장치가 아닌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보장을 국가에 요구하는 운동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본소득과 커먼즈 운동으로, 이 운동들이 서로 충돌을 빚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은이는 이들이 모두 포스트임노동 운동가들이 이루는 성좌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자유로운 노동자들의 꿈이었다면, 포스트임노동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비전을 상상하고 구축하는 것은 이제 피투자자 운동가들 몫이다.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이 운동가들이 선배 운동가들의 유토피아보다는 가치 상승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의 경험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228). 과거를 희구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기 : 좌파의 우울을 떨쳐 내기 위한 하나의 이론적 시도 이처럼 『피투자자의 시간』은 세 장에 걸쳐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론과 정책이 실행된 과정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에 맞선 투쟁들이 어떻게 기존 운동과 차별화되는 대항 투기의 성격을 품고 있는지를 밝힌다. 저항의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기초와 신자유주의 역사 및 동시대 투쟁에 대한 분석을 능숙하게 결합하고 있는 이 책은 피투자자와 대항 투기라는 도발적인 개념을 대단히 매력적이고 강력하게 제시한다. 잃어버린 과거에 고착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는 그의 논의와 어조는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며 도전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지은이가 제시하는 기업 보이콧 캠페인이나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 등을 반드시 따라야 할 청사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점은 각각의 자본 축적 체제가 고유한 저항 형태를 산출한다는 사실에 찍혀야 한다. 그리고 지은이가 ‘피투자자’나 ‘대항 투기’ 같은 개념을 통해 새로운 저항의 가능성을 ‘투기’하고자 한 것은 그래야만 좌파의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울이 언제나 좌파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아니다”(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좌파가 현재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와 금융화의 공세에 패배를 거듭한 탓이다. 하지만 그 이전만 해도 더 많은 경우 우울과 불안은 우파 몫이었다. 좌파는 망설임 없이 미래가 자신의 것이라는 쪽에 내기를 걸었고, 거침없이 저항에 나섰으며, 두려움 없이 고용주 카르텔을 모방해 노동 조합을 결성했다. 지은이는 우울을 우파 쪽으로 되돌리려면 과거 노동자 투쟁의 내용이 아니라 정신과 형식을 되살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보기에는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려 애쓰는 대신 현재의 조건을 포착하고 그 조건 안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저항을 개시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 있는 길이다. 증권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품이다. 어쩌면 사회 운동도 이와 비슷할지 모른다. 오늘날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이 자기 실현적 예언 게임에 참가하는 것, 즉 주주와 채권자의 권력을 표적으로 삼아 신용이 할당되는 조건을 두고 당당하게 대항 투기를 벌이는 것이다. 『피투자자의 시간』은 그것이 가능함을 입증할 뿐 아니라 우울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우리를 독려하는 책이다. ※ 『피투자자의 시간』 한국어판에는 원서에 없는 미셸 페어와의 인터뷰 및 충실한 해제 성격의 옮긴이 후기가 실려 있다. 지은이의 견해를 한층 분명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교양서로서 이 책의 장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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