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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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재난이 차별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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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62624991
쪽수 : 324쪽
김승섭 외  |  동아시아  |  2023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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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이라는 다섯 취약계층이 팬데믹 기간 동안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본론부는 이들 취약계층 각각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이름’이 없다. 공저자 여섯 명의 이름이 병렬적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 각 장에는 누구의 이름도 별도로 달려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이 책을 쓰기 위한 작업이 ‘각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쓴 글을 모은’ 단순한 모음집, 그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러한 방식의 공저가 한국 사회의 지난 3년을 담아내기에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승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에서 일했고,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2018년에는 최우수 연구상인 석탑연구상을 수상했다. 의학과 역학을 이용해, 차별 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자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 2021년 ‘소방공무원의 COVID19 관련 근무환경과 건강’ 연구를 진행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 소송, 성폭력 생존자 PTSD 소송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하며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오롯한 당신』(공저)이 있고 『장애의 역사』를 번역했다. 저자 : 김사강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소수자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에서 공부하며 이주민으로 살았던 경험이 소수자 중에서도 이주민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주민 인권단체에서 현장 연구를 하면서 배타적인 한국 사회에서 주민으로, 시민으로, 사람으로 인정받고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이주민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쓴 논문으로 2010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이 나오면 뭐가 달라지냐고 묻던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기록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연구자가 되기로 했다. 2011년부터 활동하는 연구자, 연구하는 활동가를 지향하는 이주와 인권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아동, 농·어업 이주노동자, 장애가 있는 이주민 등에 대해 연구하며 그들의 체류권, 노동권, 건강권, 사회보장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저자 : 김새롬 세상 대부분의 문제가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생기는 일들이라 착각하며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완전히 헛짚었단 걸 깨닫고선 10년째 헤매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과 예방의학을 전공했고 시민건강연구소에서 사회와 정의를 배웠다. 주민참여 건강사업과 권력강화를 연구하기 위해 경상북도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지역사회 필드워크를 진행했다. 2010년대 중반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페미니즘 리부트의 영향을 받아 별안간 각성, 선배들의 부추김에 힘입어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 초대센터장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단에서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젠더 관점에서 건강과 보건의료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데에 많은 관심이 있다. 저자 : 김지환 고려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소방공무원이나 의료진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해 구했다. 특히 타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아프게 되었을 때, 그들이 소속된 조직이 어떻게 책임지며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고용불안 등으로 인해 아플 때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건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작한 연구가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연구 하나하나가 한국 사회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믿는다. 저자 : 김희진 2015년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2021년까지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일원으로 아동권리 교육, 연구, 모니터링과 연대 활동 등 다양한 옹호 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한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심의 전반을 모니터링했던 3년여의 시간은 인권 메커니즘의 역동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아동권리접근법에 기반한 사회변화를 고민하면서 2020년에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일반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양육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에 프리랜서 활동가로 지내기로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속이 달리 없어도 할 일은 많다. 아동은 물론,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서 하루하루 인권에 더 예민해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저자 : 변재원 어릴 적 의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돈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가족의 믿음에 따라 경영학과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장애인과 소수자 정책을 이야기하는 작가이자 연구자가 되었다. 공공시설 접근성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진행하던 중, 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팬데믹 첫 2년 동안 전장연에서 정책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사자 활동가이자 정책 연구자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2023년 현재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장애, 사회운동, 거버넌스, 입법, 예산 과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연구가 개인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목 차
들어가며 : 우리의 상처는 미래를 바꾸고 있는가 1장 감염보다 추방이 두려운 사람들 : 코로나19와 이주민 2장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했다 : 코로나19와 장애인 3장 밀려난 사람들, 떠넘겨진 위험 : 코로나19와 노동 4장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박탈당한 시간 : 코로나19와 아동 5장 돌봄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 : 코로나19와 여성 나가며 : 코로나19와 기억의 경쟁 주
출판사 서평
코로나19 팬데믹,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재난 사회적 약자 각자가 마주해야 했던 팬데믹의 얼굴들 K-방역의 국가적 성공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주민에게 자신들이 ‘국민’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김질시킨 시간이었다. 이주민들은 위험한 저임금 노동과 재생산을 담당해줄 이주노동자로, 결혼이주여성으로 호명되어 한국으로 왔지만, 재난을 겪는 내내 배제당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감염보다 추방이 두려운’ 그들에게 코로나19 시기 전달된 메시지는 극히 명료했다. “필요하니 여기 남아라, 하지만 알아서 살아남아라.” 아동 인권은 후퇴했다. 방역 과정에서 아동의 존재는 잊히거나 뒤로 밀려났다. 방역 정책은 진행 과정에서 아동의 발달과정에 따른 취약성과 신체적·정신적·심리적·정서적 변화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시기인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 아동의 삶은 오로지 성인을 기준으로 집행되는 방역 정책에 일방적으로 우겨 넣어졌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학업과 사회적 경험이 모두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자원에 따라 아동의 경험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그로 인한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고된 시간을 보냈다. 돌봄노동자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 중 다수가 여성이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조직에서 관리자가 아닌 일선 실무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의 의견을 조직의 방역 대책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필요최소한의 안전장비조차 없이 소독과 같은 방역 업무를 추가로 담당해야만 했다. 여성이 더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이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었고, 여성의 실업률은 급증했다. 보육시설과 학교가 종종 문을 닫는 상황에서 집에 머무는 아이들을 돌보는 부담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가정 내 돌봄과 안전의 책임을 지는 여성 노동자들이 고용시장에서 이탈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약한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는 시기에도 계속해서 발생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팬데믹을 거치며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 더 높은 직장에서 일했으며 소득이 감소하거나 실직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자가 격리를 포함한 감염관리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건강 악화나 실업 역시 개별 노동자가 책임져야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유급백신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직장 방역의 핵심 요소였던 ‘아플 때 쉴 권리’는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비장애중심주의는 방역 과정에서도 드러났고, 그로 인해 팬데믹 시기 장애인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시설로 지정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거주인 대다수에게 먹고 씻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활동만이 허용되었고 인적 교류를 포함한 기본권이 박탈되었다. 심지어 실제 감염은 통제를 받았던 장애인이 아니라 출퇴근을 하던 시설의 노동자에 의해서 전파되었으며, 이러한 격리 정책이 아무런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음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코로나19 확진이 되거나 감염이 의심되어 자가 격리 또는 재택치료를 해야 했던 중증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모두 홀로 수행하는 불가능한 생활을 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장장애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비장애인 대비 8.8배라는 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순수하게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재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한국 사회의 만남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등의 취약계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가부장제, 연령 차별, 비정규직 차별, 비장애중심주의, 인종 차별 등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 위에서 살아왔으며, 그 열악하고 위험한 삶의 조건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재생산되고 또 증폭되었다. 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경제위기 등, 팬데믹이 초래한 어려움을 견디기 한 사회적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고,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에 방역과 관련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길이 없었다. 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취약계층의 교차점으로 재난은 찾아든다 여섯 연구자들은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를 통해 여성,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이라는 다섯 취약계층이 팬데믹 기간 동안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본론부는 이들 취약계층 각각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이름’이 없다. 공저자 여섯 명의 이름이 병렬적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 각 장에는 누구의 이름도 별도로 달려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이 책을 쓰기 위한 작업이 ‘각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쓴 글을 모은’ 단순한 모음집, 그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러한 방식의 공저가 한국 사회의 지난 3년을 담아내기에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교차성이었다. 우리가 마주한 어떤 아동은 자폐증을 가진 장애인이었고 많은 여성과 이주민은 비정규직 노동자였으며, 또 어떤 이는 장애를 가진 이주 여성이었다. 그렇게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은 중첩되어 있었고 그 중첩은 기계적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없는 것이었다. (…) 또 하나는 한국 사회라는 공통의 지반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집단은 같은 시기 한국 사회를 살아낸 이들이었다. 팬데믹 시기 이주민이 겪은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는 장애나 여성 분야 공부에도 밑거름이 되었다. 여섯 연구자가 각자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구축한 세계를 서로 내보이고 나누며, 홀로 공부하고 글을 쓸 때는 얻을 수 없는 통찰이 생겨나리라 믿었다." 저자들은 이 작업을 시작한 2022년 여름부터 매주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서로의 공부를 나누었다. 인터뷰 계획을 같이 세우고,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했다.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함께 글을 쓰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연구를, 원고를 완성해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애초에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큰 영향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 ‘소수자 집단’을 연구한다고 하지만, 서로의 앎과 고민은 너무나도 달랐고, 그것들이 서로 맞부딪힐 때 이전에 없던 고민이 새로 생겨났다. 누군가가 쓴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보고 이주민 연구자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이 ‘우리나라’인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장애인 연구자는 보호시설을 연구하면서 시설의 문제가 아동의 문제와도 와닿아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고 아동권리에 대한 글을 새로 써냈다. 연구자들이 수집해온 ‘이주여성’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것이 비단 한국만이 아닌 모든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 또한 있었다. 저자들은 서로의 공부를 나누면서 여성, 아동, 장애, 노동, 이주 분야에서 활동하는 37명의 인터뷰를 모아 팬데믹 시기 사회적 약자들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그리고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취약계층을 힘들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성립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그 차별적인 구조가 국가적?세계적 재난을 만났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변모하여 개인을 덮쳐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루지 못한 지점도 많다. 성소수자, 노인, 수도권 외 지방 및 시골 지역…. 얼핏 공고해 보이는 이 사회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균열이 있고, 그 취약한 틈으로 감염은, 재난은, 불평등은 찾아든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흘러듦에 주목하고 이의를 제기하고자 했던 이 연구가, 틀림없이 다시 찾아오는 감염병 재난에서 ‘재난불평등’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사회 불평등의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함께하는 시민이고자 했으나 결코 국민일 수는 없었던 이들 코로나19 팬데믹 3년, 울리지 못한 목소리를 그러모으다 "영권 취득한 태국 국적의 결혼 이주여성이었는데, 그분 사는 지자체에서 가구당 마스크를 나눠줬대요. 한 사람당 세 개인가 다섯 개인가 이렇게 줬는데, 그 집에 온 마스크를 세어보니까 한 사람분이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그 집 시어머니가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한 명 빠졌다고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면서 확인을 하더래요. 그러더니 며느리가 외국인이라고, 그래서 빠졌다고…." 당연한 일이었다. 영주권자는 국민이 아니었으니까. 팬데믹 초기,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이라는 혐오 표현으로 불리던 때, 여러 다중이용시설에서 ‘외국인 출입금지’ 내지는 ‘중국인 출입금지’ 팻말이 내걸렸다. 이주민들은 여기에서 차별에 대응하기보다는 가능한 ‘외국인’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숨을 죽여야 했다. 병원에 입원하더라도 혹시라도 외국인이라는 것이 티가 날까 두려워 병문안을 오겠다는 친지를 극구 말려야만 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국민이 먼저”였으니까. 정부가 제공하는 안내 문자나 방역 수칙 등의 정보는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주민들이 알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었을 때는 이미 진작에 지침이 바뀌고 난 다음이기 일쑤였다. ‘지금’ 시점의 방역 수칙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던 이주민들은 언제 자기도 모르는 새 방역 수칙을 어겨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사람보다 “국민이 먼저”였으니까. "국가가 국민이 아닌 이주민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권리 보장의 근거가 국가에 대한 기여라고 한다면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이주민도 한국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자, 이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보험의 기여금을 분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헌법이 국가에 국민의 권리만을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법과 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을 국가의 관할권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역시 헌법의 조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 많은 이주민들은 ‘국민을 먼저’임을 납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시민’이고자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휴업이 길어지고 임금이 체불되는 와중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사업주를 탓하지 않고 인내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들에게 오로지 한국인들에게만 주어진 휴업급여와 재난지원금으로 답했다. 나이지리아의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이주한 비아프라공동체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힘을 보태고자 기금을 모아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기부하고 단체 헌혈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오로지 배제로 답했다. 국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29일, 한국 법무부는 투자이민제도의 기준 금액을 일반 투자 기준 5억에서 15억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투자이민 기준 금액인 80만 달러(약 10억 5,000만 원)에 비해서도 한참 높은 금액이다. 한국의 국적 문턱은 높다. 대다수의 이주민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학력, 연령, 소득 등이 귀화의 조건으로 걸려 있다. 그런 와중에 ‘비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 의무조차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이주민’의 얼굴을 통해 다시 한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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