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이력이 있듯이 땅과 대기에도 역사가 있다. 임재천이 겸허하게 지향해 온 ‘발견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 한다. 직시야말로 실상의 역사와 삶을 사진 속에 정착시킬 수가 있다. 현실은 발견하려는 자에게만 진실을 보여준다. 사관 임재천이 써 내려가는 이 땅의 역사는 실상의 역사이며, 카메라는 그의 훌륭한 붓이다. 이번 부산 프로젝트에서도 임재천은 프레임을 비틀거나 사진적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부산을 자신의 사진에 끌어들였다. 과도한 클로즈업도 보이지 않고 그저 부산이 부산을 말하도록 했다. 기록자로서 항구도시 부산의 대기에 산란하는 빛을 응집시켜 놓았다. 높은 곳에서 내려가 어시장과 항구의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해운대구에는 바다가 좁아 보일 정도로 많은 주상복합 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산복도로 아래로 게딱지 같은 집들과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다. 자갈치시장 아지매의 쉰 목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 숨은 그림 찾듯이 풍경 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서문 중에서).
저자 소개
목 차
부산, 다시 시작하는 곳: 임재천의 부산 사진에 부쳐 - 이규상 5
부산 8
작가의 말 - 임재천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