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간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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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5154268
쪽수 : 186쪽
원춘호  |  하얀나무  |  201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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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백색의 신성하고 순결한 약속 - 차간호
글 : 최연하(독립큐레이터, 사진비평가)

한자어의 사진(寫眞)과 관광(觀光)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단어이다. 진실을 모사하는 일이 ‘사진(寫眞)’이고 빛을 보는 것이 ‘관광(觀光)’이기에 두 개의 합성어인 ‘관광사진’을 ‘빛을 보고 그 진실을 옮긴다.’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관광여행, 관광산업, 관광사진은 비슷한 여정에서 발생한다. 흥미롭게도 사진의 역사에서, 관광산업과 사진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서부지역의 광활한 풍경이 사진으로 전해지며 동부와 서부를 오가는 탈것들의 진화는 급속도로 빨라지고 관광산업은 팽창하기 시작한다. 미지의 땅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세계의 오지(奧地)들을 ‘오지(悟地)’화 하면서, 이제 지구촌의 모든 땅은 사진과 함께 이해의 땅이 되었다. 수렵 여행지였던 아프리카 동부가 사진촬영 여행지로 변해버린 상황을 두고, ‘카메라가 총의 승화가 되었다’는 수전 손택의 언급은 현대인의 관광사진의 욕망을 적시한 표현이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사진이 흔히 일으키는 욕망 중에, ‘그 곳에 가고 싶고, 그래서 한 번은 살고 싶은’ 욕망은 사진이 심어준 강력한 판타지이다. 빛을 보는 일과 찍는 것은 현대인에게 동급이고, 빛을 찾아 떠나는 이들에게 카메라는 빛의 세계와 인간의 땅을 매개해주는 필요불가결한 매체가 되었다.

몽골어로 ‘백색의 신성하고 순결한 호수’라는 의미를 가진 ‘차간호’의 풍경이 알려진 것도 카메라와 네트워크망의 힘이었다. ‘차간호’를 검색해보니, 쌓인 정보가 쏟아진다. 중국 길림성 서부의 송원시 몽고족자치현에 위치한 차간호는 남북의 길이가 37km, 동서의 폭은 17km에 달하는 중국 담수호의 하나로, 수많은 중국의 황제들이 이곳 차간호를 찾아와 얼음을 깨고 잡은 고기와 함께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차간호의 얼음낚시는 2008년에 중국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강태공들과 관광객, 사진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사람과 말의 힘만으로 물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에 더욱 눈길을 끄는 곳이라고. 차간호 주변의 어부들은 매년 12월 중순에서 춘절 즈음까지 두꺼운 얼음을 뚫고 이처럼 원시적인 방식으로 겨울 낚시를 하는데, 대규모 겨울 고기잡이의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차간호의 겨울 물고기를 먹으면 새해에 복을 받는다는 믿음은 차간호를 더욱 신령스러운 풍경으로 만들었다.

사진 기획자이자, 출판 에디터, 사진가로 활동하는 원춘호는 차간호에 세 번이나 갔다. 한국에서 차간호를 가려면 비행기와 기차, 마차 등 몇 개의 탈것들을 갈아타며 이동해야 할 것이다. 촬영을 위한 길은 멀고 길고 험하다. 그리고 촬영지에 도착하면 영하 20도를 웃도는 맹추위가 습격한다. 이곳에서는 어부도 말도 사진가도 관광객도 모두 춥다. 하늘도 차고 시린데 언 호수의 수평은 끝없이 펼쳐진다. 이 어려운 여정을 원춘호는 왜 세 번이나 자처했을까.

사진의 진실성과 사실성이 곧 사진의 본령임을 확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 때, 그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진가의 자리'에 대한 강렬한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사진적 진실이라는 개념은 사진의 초창기부터 디지털 이미지가 개화한 현재까지 끊임없이 도전받아 왔다. 앞으로도 사진을 향한 전통적인 믿음과 대중들의 기대는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사진으로 찍은 실재가 상실된다는 것은 사진에 건 기대를 저버려야 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또한 우리가 계속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나온 여정의 기록을 삭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에, 사진의 진실성과 객관성, 그리고 사진가의 위치는 차간호의 전설처럼 차갑고 견고해질 것이다.

사진을 찍고 보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듯이, 사진이 만연한 요즘에, 사진은 더욱 역사와 문화, 사회와 신화소 등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염두하여 읽어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진도 있겠지, 대개 다큐멘터리 사진은 이미지의 생산에 있어 여러 요소들의 상호간 의미들을 끝없이 주고받으며 의미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진의 코노테이션connotation을 충분히 길어 올리는 자에게 읽기의 즐거움과 사진의 힘을 선사할 것이다.

원춘호가 전설의 호수, 차간호를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수천 년 된 전통 어획법을 고수하며 대규모 겨울 고기잡이’를 하는 차간호의 사진적 사실에는 여러 의미 층들이 보인다. 물고기는 인류문화사에서 독특한 문화적 의미와 예술적인 매력으로 자리했다. 그 상징성도 다채롭다. ‘다산, 행운, 용기, 부유함, 승리, 출세’ 등 주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신화소를 갖고 있다. 거기에,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물고기는 ‘잠재성’의 비유로, 늘 눈을 뜨고 있기에 ‘깨어있음’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다. 차간호의 70cm 얼음 아래, 물의 세계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 넓은 호수를 걸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추운 겨울 뿐이다. 차간호는 우리에게 한 해의 풍요로운 시작과 재탄생을 기원하는 신화의 호수이다. 까마득한 호수의 깊이처럼, 잠재되어 있는 본연의 능력을 일깨우고, 물고기를 길어 올리는 그물망처럼, 한 번도 눈뜨지 못했던 가능성들을 낚아 올리는 염원의 장인 것이다.

세밑에 만들어진 원춘호의 사진집과 전시, [차간전설]이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 잉어가 변하여 용이 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의 힘으로 작가와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또한 고구려의 동명왕 신화에서 ‘고주몽’이 받은 물고기의 힘들이 새 해를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끼치길 바란다. 물고기 “어(漁)”와 여유 “여(余)”의 의미가 상통하는 것처럼, 여유롭고 풍요로운 해가 되시길. 원춘호작가가 그의 사진 실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작가노트]
징기스칸의 전설이 숨쉬는 차간호
원춘호 Won Chun-Ho

새벽 4시 30분. 꿈꾸던 차간호로 가는 길.
상상을 초월하는 매서운 추위가 살갗을 거쳐 폐부(肺腑)까지 숨가쁘게 전달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두툼함으로 무장은 했지만 체감온도는 측정불가. 예열을 하지 못해 냉동고가 된 미니버스안에는 싸늘한 냉기가 불청객이 되어 허락없이 이곳 저곳을 비집고 스산함으로 들어온다. 차창엔 간밤의 차간호를 휘감던 전설들이 몽글몽글 다채로운 형상의 눈꽃서리로 전이되어 신화적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듯 하다.

칠흑(漆黑)같은 어둠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차간호수 위의 얼음길을 거친 숨으로 달리길 30여분. 광활하고 끝이 없는 차간호의 거대함에 기세가 눌릴 즈음 달리던 차창 밖으로 말이 끄는 달구지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러 가는 한무리의 어부들이 보인다. 꽁꽁 싸맸지만 왠지 허술해 보이는 그들의 복장뒤로 우리를 향해 차거운 겨울속 따뜻한 웃음을 던진다.

수평선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茫茫大海)같은 차간호. 쉴곳 없이 거센 바람을 오롯이 맞으며 얼음위에서 펼쳐지는 노동은 30여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만큼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수 많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려고 한계치까지 힘을 쏟아부으며 가뿐 숨을 몰아쉬며 쉼없이 돌고 도는 말들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줄에 걸려 털이 다 벗겨지고 생채기기 생긴 표피엔 그간 겪었던 고통스런 노동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氷上魚花開, 얼음위에 물고기 꽃이 피었다.

오후가 되고 수확의 시간이 되자 그물에 갇혀있던 물고기들은 말들의 힘에 의해 연신 물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부들의 손놀림도 분주하다. 인간들이 풍요롭고 즐거운 물고기 수확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면 호수에서 평온하게 살다가 잡혀 올라온 물고기들은 무시무시한 추위속에 온몸이 서서히 마비되어 감을 느끼며 짧은 생의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노동이 주는 원론적인 상징성과 삶을 해석하는 방식에대해 자문자답(自問自答)해본다. 문명은 자연을 극복하며 편리한 삶으로 이끄는 인간의 처절한 투쟁사의 결과물이다. 차간호의 겨울고기잡이는 원초적인 방법으로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순수한 노동력만으로 자연에 맞서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원석이다. 또한 극한 환경에서의 두려움 없는 노동에 순응하며 즐거움으로 변환하여 즐기는 삶의 태도는 잡혀 얼음위로 끌려 올라오는 큰 물고기들 만큼이나 신성하고 경이롭다. 노동의 현장에서 맞닥들이는 어부들의 환한 웃음과 순수함속에서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뇌가 그들의 세상에서는 없는 듯 하다. 복장이 남루하고 피부가 거칠지만 욕심없이 행복을 그리는 차간호 어부들의 삶속엔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묻어 나온다.

차간호는 800여 년전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전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먕에 서양까지 공포에 떨게했던 칭기스칸의 전설이 숨쉬는 곳이다. 징기스칸은 커얼친(科爾沁)초원의 금나라를 정복했을 때, 9만 명의 몽고기병을 거느리고 차간호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성스러운 호수이다. 이러한 전설이 주는 신비로움과 2천여년간 이어져오는 전통어렵방식의 희귀함은 8년 동안 차간호의 유혹을 잊지 못하고 세 번씩이나 방문하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차간호가 생각난다. 강렬했던 삶의 기억은 영원히 추억되듯이...
차간호의 매서운 바람마저 그리움으로 전해지는 날.... 불현듯 차간호로 발길을 옮기는 그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추신)
차간호 촬영기회를 열게 해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진가 고원재 형님과 늘 변함없이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중국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셨던 연변촬영가협회 이종걸 주석 그리고 중국에서 2009년 차간호 초대전을 열어주었던 유옥천 길림성 송원시 상무부시장(당시)의 깊은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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