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강은 샛강들을 품어 몸집을 부풀려도 교만하지 않기에 더 낮은 바다로 찾아들며,
철새는 목표를 향한 신념을 갖고 비행을 하기에 뒤를 돌아보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강물의 흐름이나 철새의 나래짓도 끊임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멈춤이 있어야한다. 순간의 연장이 삶의 아름다움이므로 머물지 않고는 창조적 사고(思考)는 스쳐가는 바람이다.
저자 소개
저자 : 고운기
시(詩)는 정서의 순간이며 사진은 피사체의 순간 포착이라고 한다.
장장이 모여 역사가 철해지듯이, 정서와 피사체를 엮어 생활을 만들어본다.
목 차
출판사 서평
이 세상에서 ‘사랑’만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고운기 시인.
그의 시사집 <낮아지지 않고는 바다에 다다를 수 없기에>는 ‘사랑’을 향한 그의 깊은 헌신이 느껴집니다.
작품의 제목을 넣지 않은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 ‘사색’과 ‘음미’라는 쉼표를 던져줍니다.
그저 읽고 지나쳐버리는 글귀가 아닌, 아직 우리 가슴에는 따뜻함과 사랑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사집 <낮아지지 않고는 바다에 다다를 수 없기에>.
시인이 직접 찍은 흑백 사진은 시(詩)의 마중물 역을 마다치 않습니다.
이 계절, 고운기 시인과 함께 넓고 깊은 시상(詩想)을 만나보세요.
책 속 내용
#
꽃잎이
져버렸다고
가던 길을
돌아가지 않으며
별빛이
반짝인다고
하늘 위만
보며 걷지 않으리
꽃잎이
흐트러짐은
열매를 맺으려는 것이고
별빛이
사위어감은
새벽을 맞이하는 것이니
사랑은
잊혀가도
잔정(情)은
남아있어야 하겠지
#
새들은
비워야 하는 이유를 안다
채우면
멀리 날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들꽃은
낮아야 하는 이유를 안다
웃자라면
바람에 목이 꺾일 줄을
알기 때문에
#
봄꽃이
꽃자리를 떠나 내려서는 건
뿌리를 찾아가는 길이지
지는 꽃에
눈물이 울컥하면
이미
마음에 내리사랑이 자리한 거야
낮아야 어울 수 있고
비워야 품을 수 있기에
치사랑 없이
어찌
내리사랑만 바라겠는가
#
그리움이
애달프면 바다로 가리니
파도가 밤을 지새우며
쉼 없이 밀려오고 가는 것을
기다림이
서러우면 섬으로 가리니
물떼새 떠난 빈 둥지에
왕거미가 제집을 짓는 것을
나무들도 사랑을 하면
가지를 비비고
뿌리를 뻗어 하나가 되려는데
그리움 없이 싹이 돋고
기다림 없이 열매가 맺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