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놓아 버리고 싶은 당신에게
천둥번개 치는 날에도 해가 쨍쨍한 날에도 여전히 울고 있는 당신에게
아무 말 못 하고 약만 삼키는 당신에게
오늘도 겨우 잠들 당신에게
가만히, 가만히 당신을 생각하며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저자 : 김한솔
항상 익사하기 직전 끌어올려진
아직은 스물넷
행복한 글은 쓸 재주가 없다
목 차
chapter1 너와나
못된 사람
내가 읽던 시집은 파란색
내가 쓰던 공책은 붉은색
이것 봐 네 앞에선 모든 것이 새로워지잖아
어디로 가버렸을까 내 고백은
꽃샘추위
너의 새벽을 지키는 일
넉넉한 구름과 빈곤한 마음
소용돌이
네 마음에 공백이 있었다면
멀미
나의 사계절은
열매는 피를 흘리고 있겠지
눈보다 아름답던
매일이 서러웠지
무정한 사람아
가시
누가 정답을 알려줄 수 있을까
행복해 너는
아카시아
심장이 쿵
그리고 나는 길을 잃었어요
꽃구름
이 밤이 지나도록
지독한 열병, 고약한 열병
chapter2 가족에 대하여
인디언레드
1998년 10월 15일 오전 11시 14분
딸아, 내 예쁜 아가야
할머니, 왜 나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나요
스무 살
점점 모래성에 금이 가고
파도가 덮치기 전에
나에게 엄마는
엄마에게 나는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밤을 기억해
이방인
오빠, 우린 서로를 한순간도 미워한 적이 없었어
chapter3 큰 소나무
181026
공황
내가 대신 후회할게 엄마
유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맥줏집 앞의 호수에서
바다 한가운데서
피멍이 들었나봐
노을
지겹도록 그런 생각을 했어
아직도 나는
울음도 터뜨리지 못해서
그 독의 맛이 궁금해
쉼표
가만히 들여다보았지 그 동공에 있는 내 얼굴이
무슨 표정이었는지
외로움
미아
눈을 감고 싶어
마지막 부탁이었는데
미안하다고 하고 싶지는 않아
사실 나는 너무 살고 싶어
거짓말
은인
끝, 안녕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나는 스틸녹스를 먹었다 몸은 고통을 느낄 수가 없어서 바늘로
여러 번 나를 찔러 보았고 칼을 베개 밑에 두고 숫자를 세었다
그러다 방문을 덜컥 열고 엄마에게 잘 있으라고 했고
베란다에 가서 섰다 뛰어내려도 아프지 않다고 누군가
나에게 속삭였고 나는 한쪽 발을 베란다 밖으로
그리고 엄마와 나는 함께 뒤로 자빠졌다 엄마는 내 따귀를
때렸고 나는 아픈 뺨을 가지고 스물하나가 되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데 그러니 언제나 어디서나 얼마만큼이나
널 사랑한다 하지 않았니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시를
썼고 내 이야기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 ‘181026’ 중에서
나 여기를 떠나면
그런 날이 오면
약속 하나만 해
오래오래 날 기억하겠다고
- ‘유서’ 중에서
내일은 죽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시를 읽었다
시인은 나의 상처가 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 글은 전부 죽은 말들이다
엄마는 나를 낳기 전 호랑이 꿈을 꿨다
엄마는 그 호랑이를 밀쳐냈어야 했다
- ‘내가 대신 후회할게 엄마’ 중에서
아무도 나의 하루가 어땠느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13일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너에게 상처받았다가,
다른 이에게 치유 받았다가,
밤 열 시에는 조금 슬펐다
먹구름이 끈덕지게
나에게 달라붙었다
- ‘외로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