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미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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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미안족 최영철 시집 문학연대 시선 1 | 양장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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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300769
쪽수 : 84쪽
최영철  |  문연  |  2021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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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최영철 시인의 ‘한 생을 마냥 주저하다 끝내 하지 못한 몇 마디’의 말들 :아흔아홉 개의 정류소를 지나, 봄밤에 쓰는 사전장례의향서 지난 반세기에 이르는 시와의 동행을 최영철 시인은 “고마운 형벌”(「용서는 없다」) 또는 “부끄러운 고행”(「파리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말한다. 외롭고 스산한 길이었으나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어서 좋았다. 동전 몇 푼 딸랑거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길을 자꾸만 갔다. 그에게 시의 길은, 이리로 가야 한다거나 이쯤에서는 속력을 내고 저 모퉁이에서는 숨을 죽이며 사방을 잘 살펴야 한다는 식의 지침 따위가 없어 더 좋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시인에게 “이순(耳順) 어느 맑은 날 / 처음 수줍음 그대로 돌아와 있”(「나리꽃 필 때」)는 것은 나리꽃만이 아니다. 시인의 눈과 귀는 순해질 대로 순해져 모든 사람과 자연의 다정한 식솔이 되었다. 봄엔 새싹의 말을, 여름엔 매미 울음소리를, 가을엔 귀뚜라미 노래를, 겨울엔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과의 이러한 교감은 인간중심적 관념을 일방적으로 이입한 의인화라기보다는 자세와 눈높이를 한껏 낮추고 자연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함에서 온다. 시인으로서의 최영철은 삶이 ‘종잡을 수 없는 낯선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었지만 누가 와서 눈물을 닦아주거나 등을 토닥여 주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한다. 더러 ‘이리로 가면 아무리 가봐야 길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고 귀띔해주는 이가 있었으나 그런 핀잔이 시인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들고 온데간데없어서 좋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연조차 수수한 서민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빛나지 않음과 높지 않음이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깊은 시의 맛을 낸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지치고 허기진 존재들이 둘러앉아 더운 밥을 나누는 “조촐한 밥상”(「봉천동 밥집」) 같다. 험한 세상 살아내느라 그동안 애썼다고 서로 등을 다독이며 오순도순 얘기를 건넨다. “외롭고 가난한 것들의 넉넉한 말동무”(「시인의 말」)처럼. (나희덕 시인)
저자 소개
저자 :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 1984년 무크 《지평》 《현실시각》에 시를 발표,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 『찔러본다』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외, 산문집 『시로부터』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출간. 백석문학상ㆍ최계락문학상ㆍ이형기문학상 등 수상.
목 차
제1부 아흔아홉 밤의 만행 감미롭고도 고마운 형벌 봄봄 ˚ 13 꽃이 꽃에게 ˚ 14 새의 노래 ˚ 15 회초리 파도 ˚ 16 오늘은 버릴 것이 없었습니다 ˚ 17 그 시절 술맛이 제일 좋았네 ˚ 18 1956년 ˚ 19 너나너나너나너 ˚ 20 멸종 미안족 ˚ 22 용서는 없다 ˚ 24 반송에 가면 가능한 일 ˚ 25 묵언 ˚ 26 코 ˚ 27 시중가에 대한 견해 ˚ 28 11월 ˚ 29 밀물 또 썰물 ˚ 30 만추 ˚ 31 길 ˚ 32 제2부 아무도 버림받은 적 없는 광야에 남아 쓴다 나리꽃 필 때 ˚ 35 비 ˚ 36 가을 달음산 ˚ 37 너무 큰 답안지 ˚ 38 안녕 안녕 ˚ 40 새똥 날다 ˚ 42 태풍이 왔다 ˚ 43 눈물의 이력 ˚ 44 흐린 후 맑음 ˚ 46 강 끝에서 ˚ 47 민들레 홀씨 되어 ˚ 48 뱃살의 이유 ˚ 49 독거 ˚ 50 6시에서 7시 사이 ˚ 51 편지 ˚ 52 상현달이 하현달에게 ˚ 54 제3부 그대 공덕으로 내 어두운 귀 뚫린다면 어느 그대 부음까지 알아듣고 바다 노래자랑 ˚ 57 귀뚜라미 노래 ˚ 58 강아지풀 ˚ 60 말복 ˚ 61 낙성대 단풍길에서 ˚ 62 파리들 ˚ 64 일광 ˚ 65 봉천동 밥집 ˚ 66 어느 부부의 쌍방과실 ˚ 67 가을의 퇴고 ˚ 68 슬픔을 녹이는 법 ˚ 69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 70 김광석을 듣는 밤 ˚ 72 종착역 근처 ˚ 73 시는 어디서 오는가 ˚ 74 아흔아홉 개의 정류소를 지나 ˚ 76 배호 생각 ˚ 77 봄밤에 쓰는 사전장례의향서 ˚ 78 [시인의 말] 허허벌판에 길 잃은 ˚ 80
출판사 서평
멸종 미안족 [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념들을 주무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지냈다 나의 시는 그 갈팡질팡의 상념들을 밑거름으로 숙성되었다 벼랑 끝 시간을 견디게 해준 시에 큰 빚을 졌다 고맙다, 시여 언제나 그랬듯 외롭고 가난한 것들의 넉넉한 말동무가 되어라 최영철 - [시인의 말] 허허벌판에 길 잃은 외롭고 스산한 길이었으나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어서 좋았다. 동전 몇 푼 딸랑거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길을 자꾸만 갔다. 시의 길은, 이리로 가야 한다거나 이쯤에서는 속력을 내고 저 모퉁이에서는 숨을 죽이며 사방을 잘 살펴야 한다는 식의 지침 따위가 없어 좋았다. 종잡을 수 없는 낯선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었지만 누가 와서 눈물을 닦아주거나 등을 토닥여 주지 않아 좋았다. 이리로 가면 아무리 가봐야 길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고 귀띔해주는 이가 더러 있었으나 그런 핀잔이 나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들고 온데간데없어서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교정이 되지 않는 약시였다. 맨 앞자리에 앉아도 선생님의 판서를 받아적지 못했다. 때문에 수업 중에 엉뚱한 생각을 하며 놀았다. 수업은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필기를 하지 않는다고 호되게 매를 맞은 기억이 여러 번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념들을 주무르며 혼자만의 시간을 지냈다. 견디는 방편으로 썼다. 수북한 파지가 남았지만 파지와 상념이 공존하던 시공간이 나의 요새였다. 비밀 요새는 다른 이가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지만 차차 내가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이 되었다.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갔다. 시가 말동무를 해주지 않았다면, 수시로 이것 보라며 은근히 또는 다급하게 찔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의 시는 그 갈팡질팡을 밑거름으로 숙성되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정작 필요한 것들을 못 보고 지나쳤을 것이나 대신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고 지나쳐버린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장래 희망 같은 것, 애써서 힘껏 하고 싶은 게 잘 떠오르지 않던 차에, 시로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어 좋았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냐고 따지는 이가 없어 좋았다. 가끔, 더러 의도하지 않았던 내 무의식의 의중을 읽어주는 눈 밝은 이가 있어 좋았다. 가난과 번민만으로도 한참 뜨거울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무엇인가에 미쳐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의식을 안겨주어 좋았다. 시가 되지 않는 어설픈 글을 학생 잡지 독자 문예에 투고하던 시절부터 잡는다면 나의 시 쓰기는 이제 반백 년에 이른다. 심약하고 두서없고 미래에 대한 이렇다 할 비전도 없이 나는 세상이라는 허허벌판에 길 잃은 미아로 살았다. 막막하고 막연한, 생각보다 길고 험한 시간이었다. 열다섯 무렵, 남 보기엔 아무 이유 없는 가출이었다. 며칠 주린 배를 안고 계속 걸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견고한 석고붕대에 사지가 묶여 있었다. 질주하던 군용 지프에 치인 것이었다.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어렴풋이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다. 그 벼랑 끝 시간을 견디게 해준 시에 큰 빚을 졌다. 미안하다, 시여. 네가 말해주고 간 걸 제대로 받아적지 못하고 내 시름에 겨워 내 흥에 들떠 너를 더 힘껏 바투 쥐지 못했다. 고맙다, 시여. 언제나 그랬듯 외롭고 가난한 것들의 넉넉한 말동무가 되어라. 따가운 햇살 아래 구슬땀 흘리는 것들의 산들바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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