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게 울리는 그리움의 노래
김종호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신발』이 <푸른시인선 23>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먼저 떠난 이들을 향한 회한과 그리움이 시편마다 녹아 있다. 신을 향한 경건한 기도이며, 특히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에게 바치는 애틋하고 먹먹한 그리움의 노래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종호
1939년에 제주도 애월에서 태어나 애월에서 살고 있으며, 2007년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뻐꾸기 울고 있다』 『설산에 올라』 『순례자』 『소실점』 『날개』가 있다.
목 차
? 시인의 말
제1부 무적이 운다
지팡이 / 새소리 9 / 고통에 대하여 / 무적 / 이대로 / 나를 부르는 소리 / 선택 / 바람의 길 / 바위 2 / 가을 4 / 새벽 숲을 굴려 가는 바퀴 / 어떤 눈빛
제2부 내 눈도 반짝이나요
촛불 1 / 오노라 / 소망 / 족쇄 / 사랑한다는 것은 / 가을에 2 / 분수 / 반짝이는 것들 / 잠시 / 나의 슬픔은 / 그 겨울에 / 통풍(痛風)
제3부 신발이 없다
낡아가는 사랑 / 고내오름 소쩍새 / 정말 미안하다 / 사소한 사랑 / 뻐꾸기 울고 있다 2 / 잃어버린 신발 / 아내의 방귀 / 아내의 창 / 텅 빈 허공 / 아내는 그녀가 되었다 / 아흔아홉골 까마귀
제4부 꽃등 하나 걸어둡니다
연꽃 1 / 연꽃 2 / 떠나는 자 / 기억 속의 미루나무 / 아침 처음 뜨는 햇살로 / 눈물길 2 / 너울 / 독수리 그리고 / 숲에서 3 / 고향이 그립다
제5부 작은 다리가 있었지
노을 빚기 / 다리 / 균형 잡기 / 그리하여 / 바다 건너기 / 저만치 / 한없이 궁해질 때 / 방귀타령 / 저녁 한때 / 끝없는 연주 / 부서져 빛나는 윤슬 / 풍란
제6부 그 자리에 굳건하다
붉은 꽃 / 북극성 / 내 사랑 나의 강산 / 선(線) / 어느 탈북자의 죽음 / 안개 속의 북소리 / 거룩한 분노 / 누가 돌을 던지나 / 사월의 광장에 / 가을 햇살 / 하늘을 닦다 / 무성한 입
작품 해설 : 별빛 좇아 무한고독을 건너는 새의 하늘빛 파란 노래 ― 홍기돈
출판사 서평
김종호는 여섯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신발』에서 수직적 소통을 갈망하고 있다. 수직적 소통을 갈망한다는 것은 천상계와 지상계의 괴리를 그만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겠다. 천상계의 별이 나침반인 양 제시된다든가, 구름 너머에서 빛을 발하는 면모로 부각되는 까닭은 이로써 빚어졌다. 가령 「북극성」은 “433광년이나 먼 길을 걸어와서/길 잃은 자들의 길”로 자리 잡았으며, 「선택」이 요구되는 매 순간 “내밀한 묵시로 길을” 제시하듯이 별들은 “집으로 가는 하늘에 천만 송이 장미꽃”으로 피어 있다. 의지할 「지팡이」도 없이 시인이 “들개처럼 두리번거리며 들판을 떠돌 때에도” 여전히 “별은 구름 뒤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인격을 차지할 때 그 별은 “혼돈의 먹구름 뒤에서/별빛 빛나시는 이”로 호명되기도 한다.(「이대로」)(중략)
지상계에 유배된 존재는 어떻게 천상계의 가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시집 『잃어버린 신발』은 그 방안을 찾아나간 고투의 흔적이다. 김종호가 근거하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은 「선(線)」의 “하늘과 땅은 엄연하고/에덴의 약속은 복원”되어야 한다는 구절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하나 하늘의 질서를 무시하는 지상계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탐욕은/지상에 선의 계율을 창제”하기에 이르렀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천상계로부터 지상계가 괴리되었다는 인식은 이와 같은 세계관에서 말미암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시편들이라고 하여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 또한 유토피아 상실이라는 의식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는 나무”(「기억 속의 미루나무」), “건너가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다리/어느 날 얼싸안고 엉엉 울고 싶은 다리”(「다리」) 등과 같은 표현이 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잃어버린 신발』 읽기는 우선 지상계에 유배된 시인이 천상계와의 교통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는가를 살펴보는 작업이 되어야 하겠다. 이어서 시 창작이 이러한 작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정리하고, 끝으로 표제작 「잃어버린 신발」을 중심으로 하여 과거 회상의 시편들을 분석해볼 것이다.
― 홍기돈(문학평론가, 가톨릭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