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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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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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4698702
쪽수 : 136쪽
변윤제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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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순진하고 귀여운 표정 아래 숨겨진,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크고 단단한 힘 변윤제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205번으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를 펴낸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음매 없이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과 “발랄한 상상력” “말들의 좌충우돌이 빚어내는 시적 활기”(시인 김언희)가 괄목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여 동안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이 발표한 시 38편을 엮는다.
저자 소개
저자 : 변윤제 1990년 성남에서 출생. 시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쓴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쓰기를, 2022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소설쓰기를 시작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They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 음악의 편리와 료칸의 별/ 양자역학적인, 인어/ 귀신고래의 마을/ 체류자들/ 것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한 달/ 인도식 키친―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히노끼 욕조의 피날레 2부 알파카 공동체 아웃 복서―알파카 양의 답장/ 주식회사 알파카 건설/ 알파카 부인의 안데스―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알파카는 대필 작가/ 비숑식 체조 교실/ 못된 알파카 친구들에게/ 우리의 명랑한 얼룩무늬/ 알파카의 세계/ 알파카 공동체 3부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 영원과 녹즙/ 기분의 중력과 부력/ 자화상/ 평범한 일 1/ 토마토가(家)의 홈 파티/ 평범한 일 2/ 약 봉투를 씹는 식탁/ 평범한 일 3/ 중간/ 평범한 일 4 4부 Make Your Death 탈모 예방법/ 한때 우리집 고양이와/ 스팸 선언문/ 수박 만드는 사람/ Make Your Death/ 양자역학적인, 겹장/ 그 자체로 완전한 맛소금/ 망고가 아닌 모든 이유/ 민트초코가 유행이라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 해설 | 예속된 언어를 구출하기 최선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총 4부로 이루어진 이번 시집 중 1부의 부제는 ‘They’이다. 「음악의 편리와 료칸의 별」에서 “너와 있을 땐 불행의 편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너를 통해 “한 명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의 발소리”를 듣는 귀를 지닌 자이다. ‘나’가 아니라 ‘너’를, ‘자아’가 아니라 ‘타자’를, “위로하는 나”가 아니라 “누구를 보살피느라 위로 자신을 돌보지 못한” “위로”(「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한 달」) 그 자체를 헤아리는 시인의 시선은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주변 상황과 바깥세상을 향해 있다. “시가 사람의 일, 삶의 일임을, 자기 몰두를 넘어 현실과 타자에 깊숙이 연루되는 일임을”(김언희) 보여준다는 심사평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인도에서 온 케밥 판매원 “아디타”(「체류자들」), “끔찍함이라는 단어를 번역 못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하는 “번역가 친구”(「것들」), 민박집을 운영하는 “친절한 노부부”(「인도식 키친―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등은 모두 ‘타자(They)’이지만, 시인은 그들이 살아내는 고된 하루하루를 살피면서 이들의 “매일이 선물이 아니”(「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라 할지라도 “우린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적당히 우스워지며 실패를 사로잡는 법”(같은 시)을 터득한 시인은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의지를 다잡으면서 읽는 이에게도 삶을 살아낼 힘을 전해준다. 이 동물은 햇살을 담기 위해 길러집니다. 그 속엔 거울이 있고, 고원이 있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다시 바라보면. 안개 속입니다. 안데스 고원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알파카. 흉곽에 구름을 충전하고 싶습니다. 손금이 달라질 때마다. (……) 몽실한 머리를 보세요. 귀여움이고, 그러니 잔인함이고. 블랙홀을 예수라 믿으며 자신을 파고든 사람들처럼. 소용돌이칩니다. 사라지지 마세요. 모두 다 우연이니까. 알파카의 털 속으로 파도가 치고. 복슬복슬 물살을 들이마시면. 이 거짓말은 전부 겪은 일입니다. 눈 뜨면 변기 위에서의 주절주절. 커피숍에서 안데스 고원으로. 새로워지라니 참 진부한 얘기였군요. 다시 눈 뜨면 으악으악. _「알파카의 세계」 부분 한편, 2부 ‘알파카 공동체’는 ‘아웃 복서 알파카 양’ ‘주식회사 알파카 건설의 직원’ ‘대필 작가 알파카’ 등 다양한 ‘알파카’가 등장하는 연작시이다. “몽실한 머리”를 지닌 알파카는 언뜻 귀여워 보이지만, 시인은 알파카에게서 “잔인함”(「알파카의 세계」)을 발견한다. 알파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오해가 산사태를” 만드는 위태롭고 부조리한 “안데스의 꼭대기”(「못된 알파카 친구들에게」)이고, “연민은 나를 싫어”(「우리의 명랑한 얼룩무늬」)하는 비정한 세상이며, “보이는 것만 믿고 있”는 “모두가 사이비 종교”(「알파카 공동체」)인 무대인 것이다. 특유의 명랑한 어조로 진행되는 알파카 연작시에서 독특한 비애감과 날 선 비판의식으로 인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시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파카’는 어떤 의미일까? 문학평론가 최선교는 해설에서 ‘알파카’를 “의미가 발생하기 직전의 무의미한 기표 상태”라고 해석한다. ‘알파카’는 구체적인 외양을 지녔음에도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마치 의미가 담기지 않은 듯한 텅 빈 기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알파카’는 역설적으로 모든 의미가 될 수 있다. 슬픔이나 절망은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찾는다. 언어는 시인의 방식이며 변윤제는 바로 그 방식을 사유함으로써 존재를 가두는 모든 종류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2부의 부제인 ‘알파카 공동체’가 한 마리의 알파카(단수)로 완성될 수 없듯이, ‘알파카’라는 기표가 단 하나의 의미로 예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려는 독해가 요청된다. 읽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의미가 개입할 때 비로소 시가 아름다워지듯이, ‘공동체’라는 말이 암시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연대가 완성되는 방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변윤제는 ‘알파카’라는 텅 빈 장소를 제공하며 반드시 한 명분 이상의 몫이 개입될 때만 비로소 완성되는 시적인 정치성, 정치적인 시성(詩性)을 그려내는 것이다. _최선교(문학평론가), 해설에서 3부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내밀한 자기고백적인 시들로 채워져 있다. “대학 병원에 혼자” 있으면서 “아픈 사람보다 평범한 것”(「평범한 일 1」)에 눈길을 주는 시적 화자는 “일기 속 상처는 특권이지만,/ 역시 평범한 일”이라고, “절망 이후에 기어코 다정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평범한 일”(「평범한 일 2」)이라고 여기면서 스스로의 고통을 과장하지 않는다. “신보단 나를 잘 그리는”(「자화상」) 화자는 “위력이 넘치는 세상”(「평범한 일 3」)에서도 “삶이 아름답다는 오래된 믿음을 소중히” 여기면서 “제외된 삶의 이파리를 바라”(「평범한 일 4」)본다. 이와 같은 시편들에서 고립을 자처하지 않고 주위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자기긍정성을 발견해내려는 이의 고요한 안간힘이 아름답게 넘실거린다. 볼 수 없다는 건 어두운 까닭이 아니라 마음이 마음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버리는 그런, 평범한 날 사람에 실망했으므로 나는 더욱 사랑스러울 것이지 _「평범한 일 3」 부분 “무거운 문제들을 자연스러운 어투로 다루는 솜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상상력, 한 톨의 억지 없이 순식간에 세계를 넓게 확장해 현실을 ‘새로이’ 보게 하는”(시인 박연준) 변윤제의 개성은 4부 ‘Make Your Death’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진다. “빠져버리자 머리머리/ 머저리들아”라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미움”에 신랄한 유머로 맞서는 「탈모 예방법」, “쑥 하고 들어가는 칼끝”처럼 번뜩이는 감각을 드러내는 「수박 만드는 사람」,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존재론적인 질문을 특유의 경쾌한 어조로 건네는 「한때 우리집 고양이와」, 민트초코 유행을 따라 라면에 치약을 넣고 끓이다가 “자꾸 그렇게 곁눈질하지 말아요/ 세상에 대한 안목이 생겨버릴 것 같잖아요?”라며 “참신하다는 말”이 도리어 “모욕”이 된 세태를 풍자하는 듯한 「민트초코가 유행이라서」 등이 실려 있다. 가만히 멈춰라.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시작된 동호회. (……) 나는 한 번도 너 같은 종류의 가만히는 원한 적 없어. 나 혼자만으로 충분한 가만히 동호회. 가만히 부르는 순간 가만히 있던 그림자가 떨어져나가고. 제 털을 가만히 기르던 먼지떨이가 부서져버리고. 벽에 가만히 스며들고 있던 제 등이 제 척추에서 떨어져나가서. 사방이 저로 가득한. 동호회라기보다는 가만히 의회에 가까워집니다. 가만히로 구성된 제국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가만히 다가오는 비명에 대해. (……) 그대여. 가만히 멈추라고요? 가만히야. 나는 나의 가만히를 끌어안습니다. 가만히의 기다란 코가 내 목을 살며시 조릅니다. 아, 가만히. 그리하여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가만히 동호회. _「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 부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는 시인의 데뷔작으로, “시 아니고서는 다른 말로 표현할 길 없어 쏟아부은 에너지”(시인 박연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가만히’란 “묵은 것,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구린 것, 탐욕 때문에 가려져 있던 것, 유행하는 것, 자본주의의 등잔 밑에 있는 것, 폭언과 침묵 사이를 오가는 것”(시인 오은) 등을 의미하는 말로 읽히지만, 더 나아가 한국에서 2014년을 지낸 이들에게 동일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선교는 해설에서 ‘가만히’라는 말이 “가만히야”라는 사랑스러운 호명으로 인해 하나의 주어가 되는 순간 의미의 감옥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인다고 짚어낸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이 발화된 2014년의 그날로 시를 해석하려는 의도조차 시는 거부하고 있다고, “삶이 언어를 초과하는 것처럼, 언어 역시 삶의 맥락에 귀속되지 않는다. 변윤제는 이 말장난 같은 삶과 언어의 관계를 통하여 삶이 말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말이 삶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변윤제는 타자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사회 부조리를 서슬 퍼런 시선으로 감지하는 믿음직한 신인이다. 우리 개인을 향한 속 깊은 위안과 이 사회를 향한 재치 있는 일갈을 번갈아 건넬 줄 아는 그의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는 묵은해를 보내고 맞이할 새해를 그려보게 되는 이 시기, 우리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힘을 건네는 시집이 되어줄 것이다. 변윤제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고, 출간 소회도 여쭙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저는 시와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변윤제입니다. 시인이자 스토리텔러가 제가 생각하는 저의 문학적 정체성이에요. 산책, 만화, 동물, 시와 소설, 전시와 공연, 힙합과 트로트 등 평소 다양한 관심사에 머무르는데, 이런 여러 모습이 다양한 작업물에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출간을 앞둔 지금은 자신감과 걱정 사이의 복잡한 줄다리기 중입니다. 저는 16살부터 시를 썼어요. 감히 밝히건대 긴 시간 동안 노력한 모든 걸 여기 담았습니다. 이 시집이 독자분들에게 가닿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Q2. 시집의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위트 있게 다가오는 한편, 그 이면에 굳센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해요. 어떻게 정하게 되었고,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나요? 저에게 2010년대 중후반은 기나긴 절망과 회의의 날들이었어요. 문학계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여러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세상은 세월호와 촛불 혁명 등 많은 일이 있었죠. 절망의 날들이지만 한편으론 조금씩 변화가 도착한다는 믿음도 품었습니다. 하지만 10년대 후반과 20년대 초반에 걸쳐 모든 노력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 같았죠. 우리라는 말도 폭력처럼 느껴졌고요. 연대는 궁극적으로 불가능하고, 연대가 가진 근본적인 위험이 있다는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가까스로, 우리가 서로 연대는 못하더라도 유대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기실 이런 유대의 뭉텅이가 연대가 된다는 생각도 했지요. 한데, 이런 유대는 결심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와 공감하겠다는 결심, 회의하고 절망하되, 적어도 같이 회의하고 절망하겠다는 결심이요. 하여, 시집의 제목이 사랑으로 점차 정해졌습니다. 물론 저는 대체로 외면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부끄럽지만…… 어쨌든 시집으로나마 그런 마음을 담고자 했어요. 요즈음엔 이런 유대가 더욱더 필요한 시기란 생각도 듭니다. Q3.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가만히 동호회」는 무척 힘 있는 작품이에요. 이 시를 쓸 때 어떤 심정이셨을지 궁금해요. 또 시간이 지나 작가님의 마음에 파문을 남긴 다른 시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만히’를 쓸 땐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저는 어떤 명령이나 요구를 들을 때 그 이유를 반드시 들어야 해요. 납득하지 않으면 못 하는 스타일이죠. 당시 세상 곳곳에 부당한 명령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저에게 ‘가만히’를 쓰게 했어요. 누군가 나에게 ‘가만히’를 지시한다면 나는 차라리 가만히 몸부림치겠다, 가만히에게 가만히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려주겠다, 이런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 마음에 파문을 남긴 다른 시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그중에 먼저 「평범한 일 4」를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이 시에서 “삶이 아름답다는 오래된 믿음을 소중히 여기면/ 귀신의 삶이 외로워지고”라는 구절을 오래 곱씹곤 했어요. 보편적인 믿음, 아름다움은 소중한 것이죠. 하지만 그 보편을 조명할 때 제외된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생각을 담고자 노력한 작품입니다. 또다른 시로는 「음악의 편리와 료칸의 별」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보시는 분에게만 알려드리는 이스터에그인데 이 시는 「인도식 키친―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모든 물은 아래로 흐르는데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와 서로 대결하는 느낌으로 쓴 연작입니다. 「인도식 키친」을 통해 떠나는 사람이 받는 위로에 관해 썼다면, 이 시에서는 다시 결심하는 사람의 의지를 담아내고자 했지요. 비교하면서 읽으셔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4. 2부의 '알파카' 연작시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한 호흡으로 읽으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느낌도 들고요. 귀여움 속에 깃든 잔인함이랄까, 작가님이 숨겨놓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연작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까요? 알파카 연작을 통해선 ‘새로움’이라는 개념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새로움을 문학의 지상 명제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사실 새롭다는 개념만큼 구태의연한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낯설게 하기, 뒤샹의 샘 같은 것이 다 100년 전의 발명품이잖아요. 게다가 그 어떤 개념보다 히트한 유행품이고요. 그렇다면 차라리 낡게 쓰는 것, 대놓고 촌스럽게 하는 게 진정한 새로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요.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새로워지라는 온갖 압제들이에요. 새로워지라는 낡은 지령을 내리는 주제에 마치 대단한 모더니스트처럼 으스대는 구닥다리들이요. 또한, 이 연작을 통해선 그렇다면 ‘진정함’이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새로움은 모두 당대의 산물이며, 비교를 통해 가능하죠. 나아가 인간 존재도 기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장에 불과하다고 하죠.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도 원자와 원자의 결합일 뿐이며 그 사이는 아득히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실존이란 무엇인가까지 생각이 뻗었습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실존은 서로가 서로를 믿는 일 정도뿐이다, 이런 결론이요. 이런 다양한 생각이 알파카 연작에 담겼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저도 점점 모르겠네요. 하하하. Q5.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첫 시집을 찾아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하고, 감사하고,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소한 단어와 구두점까지 끝까지 놓지 않고 고민한 시집입니다. 부 구성과 시 배치, 각각 시편의 조응에도 무척 공을 들였어요. 다시는 이렇게 내진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 제 시가 여러분의 쉼표가 된다면 무척 행복할 거예요. 부디 기쁘게 읽어주시길 소망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시인의 말 이제 세상에 없는 그 병원을 생각하면 수많은 나무가 떠오른다. 손바닥 같은 노란 잎을 매달고 선 나무. 서로의 살냄새를 나누어 쓰는 나무. 햇볕을 마구 때리고 있던 나무. 아름드리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나무, 나무, 나무. 이태원에서, 신림동에서, 서현역에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어딘가의 골목에서.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이 때로 괴로웠고, 그것이 때로 죄스러웠고, 때때로 어린 시절 헤매던 서현역을 곱씹곤 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의 오르락내리락. 내가 알던 가장 화려한 곳. 사람들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쏟아졌다. 사람들이 쏟아졌기에. 누군가의 죽음은 공동이 함께 살아내고 마는 삶의 끊임없는 장소가 되는군요. 누구는 그것을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고, 누구는 그것을 4·19민주묘지라 부르고, 누구는 그것을 한숨이라 부르고, 누구는 그것을 어떤 이름으로든 부르고, 말조차 하지 못하는 말이 그렇게 탄생하고…… 죽음은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군요.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이 끊임없음 앞에서. 나는 기어코 사랑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3년 11월 변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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