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을 통해 독자를 만나 온 김은영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자, 역사 속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더해 풀어낸 작품이다. 어릴 때 병으로 시력을 잃은 열다섯 살 장만과 그런 형을 살뜰히 보살피면서도 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동생 덕수, 그리고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며 형제를 보살피는 아버지. 장만이네 세 식구는 먹고살기 힘든 고향을 떠나 조금이나마 형편이 나은 한양에 새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한양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다. 특히 늘 밝고 활기 넘치는 동생이 안쓰러운 장만은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게 늘 못마땅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짚신 엮는 것이 전부일 뿐, 밖으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갈 수도,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형의 마음을 잘 아는 덕수가 우연히 알게 된 관청 일자리에 장만을 데리고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불이 나고, 그 불로 인해 오히려 형이 곤경에 처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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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김은영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궁금한 건 많았다. 책이 그런 나를 미지의 세계에 데려다 놓았고, 다양한 삶을 보여 주었다. 책이 좋아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방송국 구성작가와 논술 선생님을 거쳐 이제는 책을 쓰는 사람을 꿈꾸고 있다. 누군가에게도 책이 제일 가까운 친구며,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은 책으로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인권 존중의 씨앗》(공저)과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주권 이야기》가 있다.
목 차
불길
암흑으로 변한 세상
하늘을 여는 소리
귀인
남산골
고된 길
한주
사연
무너진 꿈
돌아온 집
재회
마음을 담은 기도
명통시
첫 독경연
악연
독경사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지금껏 들어 본 소리와 분명히 달라.’
무당이 굿을 하기 전에 외는 주문이나 스님의 불경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장만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그런 소리와는 또 분명 무언가가 달랐다.
_33쪽
기우제를 다녀온 후 독경 소리가 장만의 귓가에 맴돌았다. 분명 오며 가며 들었던 독경은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대체 독경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드는 것일까?’
장만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기우제에서 들었던 소리를 떠올렸다. 그럴 때면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독경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_37쪽
“세상을 어디 눈으로만 보느냐? 그렇지 않아. 장악원에는 악기를 다루는 맹인이 있고, 관상감에도 명과학을 하는 맹인이 있다. 다 가진 재주가 다를 뿐이지. 너도 노력하면 독경사가 될 수 있어.”
장만의 심장이 정신없이 뛰었다.
_53쪽
독경이 끝나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장만의 얼굴이 붉어지고 목덜미에서 열이 올랐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과 발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허허, 독경사가 어린데, 안택경이 들어 줄 만하구먼.”
“그러게. 안택경이 잘 마무리됐으니 이 집에 좋은 기운이 돌겠구먼.”
_125쪽
정말 운명의 장난 같았다. 그리고 악연이었다. 춘택과 장만, 그리고 허소경까지. 장만은 이제 명통시를 떠날 이유가 명확해졌다는 걸 충분히 느꼈다.
_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