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도 밥벌이도 도통 얼렁뚱땅할 수야 없는 세상에서 오늘도 허술한 나인 채로 허슬(hustle)하게!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내 딴엔 한다고 했는데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나만 이래?’ 숨 쉴 틈 없이 바쁜데 나아지는 것 하나 없을 때,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아직도 1인분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을 때. 한 번이라도 이런 고민을 한 적 있었다면, 그런 당신을 위한 책이 여기 있다. 오직 당신만 그런 건 아니라고 찡긋 윙크를 건네는 책, 바로 『허술하면 좀 어때』다. 『허술하면 좀 어때』는 오리지널 굿즈 숍 ‘띠로리소프트’를 운영하는 띠로리 작가의 첫 에세이다. 띠로리 작가의 인형들은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족족 품절 사태를 빚으며 대중의 사랑을 담뿍 받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미술관에서 주최한 크고 작은 전시부터 ‘레드벨벳’, ‘ITZY’, ‘SOLE’ 등 뮤지션들과의 협업까지 자신만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어엿한 브랜드의 대표이자 창작자로 누구보다 당차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저자는 의외의 인생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는 왜 이렇게 어설픈가?” 이 책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속절없이 튀어나오고야 마는 ‘어설픔’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하고, 끝내 그런 ‘빈틈’을 긍정해보기로 한 저자의 분투 기록이다. 1장 〈그래도 제법 번듯하지 않나요?〉에는 띠로리소프트의 탄생과 브랜드 운영기를 담았다. ‘진지한 가치 제일주의’에 질려 ‘코미디 조각가’로 살기로 한 미대 재학 시절과 띠로리소프트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단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고 계획적이지 않은 편인데도 제법으로(!) 인형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비법, 일에 매몰되지 않고 일하는 방법 등을 읽다 보면 좌충우돌하면서 자기만의 철학을 견지하는 저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이어, 좌절 속에서도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며 한 줌 기대를 품었던 어느 날의 내 모습이 그 위에 겹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딱 하나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라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가타부타 따지기 전에 일단 하고 싶었던 일이니 시작하면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저 재미있게 해보다가 그 재미가 점점 더 커진다면 가장 재미있는 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계속 그걸 하면 된다. _31쪽, ‘그래도 제법 번듯하지 않나요?’ 중에서 3장 〈망했어도 티만 안 나면 오케이〉에서는 보다 동심원을 넓혀, 천천히 숨쉬기 운동을 하듯 힘을 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음과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한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누군가와 처음 친해질 때는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로또나 한번 사볼까?’ 하는 심정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이 도움 된다. “되면 너무나 좋고, 안 돼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그러다 보면, “누가 나를 떠나가든 다가오든, 아주 쉽지는 않지만 크게 어렵지도” 않게 된다는 것. 나는 여전히 소심하고,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힘을 푸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숨쉬기 운동을 하듯이.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숨쉬기 운동도 어렵다. 간단해 보여도 폐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천천히 한 모금씩 내뱉는 동작을 처음에는 조절하기 어렵다. 속이 답답하고 마음이 급해 한껏 숨을 뱉어버리기 일쑤니까. 호흡법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니, 나는 무엇이든 시작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_178쪽, ‘시작은 힘 풀기부터’ 중에서 언뜻 허술해 보이지만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는 그의 인형처럼,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유쾌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완벽함을 추구해 전전긍긍하기보다는 “허술한 나인 채로 최선을” 다해보자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남들 보기엔 허술할지라도 알고 보면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당신. 그러나 덮어놓고 ‘허술해도 괜찮다’는 뻔한 자기 위안의 말들에는 눈살을 찌푸릴 당신에게 ‘허술하다 어쩔래!’ 세상에날리는 매콤한 잽과 같은 이 책을 권한다.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만들어주는 작고 이상한 귀여움들 어딘가 엉성한데, 자꾸 보고 싶은 띠로리소프트 인형의 고유한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한 입 거리 쥐방울’, ‘뽀실뽀실 눈사람’ 등 독창적인 작명 아이디어를 띠로리는 어떻게 얻는 걸까? 띠로리의 세계를 슬쩍 들여다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창작자의 영감의 원천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품어봄직한 질문들이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궁금증들은 단 하나의 궁금증으로 모아진다. 띠로리가 생각하는 귀여움은 무엇이고, 그가 차곡차곡 수집해온 귀여움은 대체 어떤 것들일까. 2장 〈딱 하루치 귀여움〉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온갖 종류의 귀여움으로 빼곡하다. 저자는 알감자나 문어빵 같은 ‘한 입 거리 음식’을 보며 귀여우면 귀여울수록 ‘삼켜버리고 싶다’ ‘깨물어주고 싶다’고 표현하고야 마는 이상한 마음에 대해 고찰하고(‘한 입 거리 음식 예찬’), 간판이나 지자체 마스코트의 생뚱맞은 귀여움을 발견하는 일이 오늘 하루를 뜻밖의 여행으로 만들어준다고 믿으며(‘어딜 가나 마스코트’), 우연히 마주친 중년들의 엉뚱하고 격조 있는 언어생활에 감탄하면서 자신도 관록 있는 유머를 구사하는 ‘깜찍한 아주머니’가 되기를 바란다(‘중년 단어 수집가’). 선뜻 납득되는 귀여움부터 ‘아니, 이런 것도?’ 싶은 귀여움까지 저자의 ‘귀여움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그의 시선을 좇다 보면, ‘띠로리 월드’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뒤따른다. 살짝 각도를 틀어 주변을 자주 두리번거릴수록 귀여움의 반경은 한층 넓어진다. 귀여움의 반경이 넓어질수록 웃을 일이 더 많아지고, 그 하루는 더욱 선명하게 기억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훌쩍 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늘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산다. 매일 가는 회사, 매일 타는 버스, 매일 돌아오는 집…. 그럴 때는, 삶 자체가 하나의 통로 같다. 어디에 갔다가 돌아올 뿐인, 아무런 단상도 남지 않는 통로. 우리가 갑자기 애먼 화산 지대에 떨어져 폭발하는 분진을 피해 멀리 달아난다거나 하는 스펙터클한 일은 오늘 하루 일어나긴 어렵다. 당장 하루를 바꿀 수 없다면 길가의 간판에 그려진 마스코트들을 눈여겨보며 따라가보자. ‘아니, 이런 게 있었어?’ 싶게 괴상하고 귀여운 그림이 많을 테다. 한 열 개만 세어 보면 이미 그날은 뜻밖의 여행이 되어 있을 것이다.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믿어보시라. _123쪽, ‘어딜 가나 마스코트’ 중에서 스페셜 페이지 〈천하제일 허술함 대잔치〉 수록 『허술하면 좀 어때』는 띠로리소프트의 귀여운 매력을 곳곳에 담아냈다. 저자가 직접 그린 본문 일러스트로 읽는 맛을 더했고, 본문 말미에 화보 페이지인 〈천하제일 허술함 대잔치〉를 수록했다. 한바탕 즐거운 잔치를 벌이듯, 띠로리소프트의 인형들이 일곱 가지 테마에 맞춰 등장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귀여워서 ‘주먹 울음’을 하게 될, 이 책의 와우 포인트(Wow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