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uo31tnge5j9lle4oaf2dn3u6

조선 영화의 길

본문 바로가기

회원메뉴

쇼핑몰 검색

통합검색

조선 영화의 길

정가
11,000 원
판매가
9,900 원    10 %↓
적립금
550 P
배송비
3,000 원 ( 20,000 원 이상 무료배송 )
배송일정
48시간 배송 예정 배송일정안내
ISBN
9791187949169
쪽수 : 176쪽
나운규  |  가갸날  |  2018년 04월 20일
소득공제 가능도서 (자세히보기)
주문수량
 
책 소개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1권. 한국영화의 전설 나운규 감독의 글 전부를 묶은, 나운규 이름으로 펴내는 첫 저서이다. 이 책은 나운규가 직접 쓴 글 모두를 한 권으로 묶어낸다는 취지 아래 기획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영화감독, 배우뿐 아니라 이론가 나운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영화 못지않게 맛깔스러움에 놀랄 것이다. 나운규가 언제나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화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그 역시 숱하게 좌절하고 방황하였다. 그럴 때마다 한쪽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평론가들의 비판이 거세게 몰아쳤다. 1930년대 초의 논쟁은 뜨거웠고, 나운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나운규도 붓을 들어야 했다. 이 책의 3부에 실린 두 편의 글은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글이다. 2부는 '아리랑'을 주제로 묶었다. 우리 영화사에서 보석 같은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는 '아리랑'의 전모를 알 수 없다. 불가피하게 나운규 원작 시나리오를 토대로 쓰인 문일의 영화소설을 수록하고, 나운규가 회상한 '아리랑' 촬영의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1부는 영화에 대한 풋풋한 열정을 보여주는 수필류의 가벼운 글이다. 나운규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만날 수 있다. 4부는 잡지 매체와의 대담이 중심이면서 나운규 작품세계의 얼개를 보여준다.
저자 소개
나운규 1902년 두만강 강변의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남. 회령 3·1만세운동을 주도하고 독립군 비밀조직에 가담해 2년간 옥살이를 하였으며, 감옥에서 춘사라는 호를 얻음. 1924년 23세 때 영화계의 문을 노크해 1925년 〈운영전〉을 통해 배우로 데뷔. 1926년 극본, 연출, 주연을 도맡은 영화 〈아리랑〉으로 일약 한국 영화의 중심인물이 되었으며, 그 후 십 년간의 나운규 시대, 우리 무성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음. 보잘것없는 장비로 일껏 찍어놓으면 뭉텅이 가위질을 당하는 게 일과였던 식민지 영화인의 비애와 채울 수 없는 예술혼에 대한 고뇌로 마지막 영화 〈오몽녀〉를 찍을 때는 객혈과 졸도에 이를 만큼 육신이 망가져 끝내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남.
목 차
1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 감독으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 신변산화身邊散話 운규의 이상理想의 길은 지금부터 영화 시감時感 부활한 신일선, 그리고 극계와 영화계의 이 일 저 일 ‘개화당’의 영화화 ‘개화당’의 제작자로서 2부 아리랑 영화소설 〈아리랑〉 〈아리랑〉을 만들 때-조선 영화감독 고심담 〈아리랑〉과 사회와 나 3부 한평생 영화에 몸을 던져 조선 영화인의 투지와 경제 현실을 망각한 영화 평자들에게 답함 〈철인도〉 평을 읽고-제작자로서 일언 4부 내 작품은 이러합니다 채플린과 그 예술을 보고자 당대 인기스타 나운규 씨의 대답은 이러합니다 명우 나운규 씨, 〈아리랑〉 등 자작 전부를 말함 나의 러시아 방랑기
출판사 서평
한국영화의 전설 나운규 감독의 글 전부를 묶은, 나운규 이름으로 펴내는 첫 저서! 초창기 우리 영화계의 아이돌, 나운규 나운규는 한국 영화사상 가장 빛나는 별이다. 데뷔 초에 언론은 그를 오늘의 ‘아이돌’에 해당하는 ‘화형’(花形)이라고 묘사하였으며, 같은 시대를 함께 살며 경쟁하고 질시하던 사람들도 그가 ‘조선 영화계에 제일인자로서 활약하였던 만큼 명성(明星)같이 빛나는 존재’(《매일신보》 1937.10.23)임을 인정하였다. 나운규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영화가 무엇인 줄도 모르던 스물세 살 두만강변 변방 시골 청년이 영화계에 몸을 들인 지 1년 만에 주연으로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다시 한 해 뒤에는 극본, 연출, 주연을 도맡은 영화 〈아리랑〉으로 한국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아리랑〉 이후 10년은 나운규의 시대였고, 더불어 우리 무성영화의 황금기였다. 〈아리랑〉이 선풍을 일으킬 때 《동아일보》(1926.10.14)에는 ‘한평생 영화계에 몸을 던지겠다’는 나운규의 결심이 실렸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질풍노도의 삶을 영화에 바쳤다. 10년이 조금 더 되는 기간 동안 그의 손을 거쳐간 영화가 30여 편에 이르니 그가 얼마나 영화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다. 심한 객혈에 졸도까지 해가면서 그는 마지막 영화 〈오몽녀〉를 찍고,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홀연 세상을 떴다. 보잘것없는 장비로 일껏 찍어놓으면 뭉텅이 가위질을 당하는 게 일과였던 식민지 영화인의 비애와 채울 수 없는 예술혼에 대한 고뇌, 그리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지독한 가난이 원인이었다. 뜨거운 논쟁이 나운규에게 붓을 들게 하다 나운규가 언제나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화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그 역시 숱하게 좌절하고 방황하였다. 그럴 때마다 한쪽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평론가들의 비판이 거세게 몰아쳤다. 1930년대 초의 논쟁은 뜨거웠고, 나운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나운규도 붓을 들어야 했다. 이 책의 3부에 실린 두 편의 글은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글이다. 2부는 〈아리랑〉을 주제로 묶었다. 우리 영화사에서 보석 같은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는 〈아리랑〉의 전모를 알 수 없다. 불가피하게 나운규 원작 시나리오를 토대로 쓰인 문일의 영화소설을 수록하고, 나운규가 회상한 〈아리랑〉 촬영의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1부는 영화에 대한 풋풋한 열정을 보여주는 수필류의 가벼운 글이다. 나운규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만날 수 있다. 4부는 잡지 매체와의 대담이 중심이면서 나운규 작품세계의 얼개를 보여준다. 이 책은 나운규가 직접 쓴 글 모두를 한 권으로 묶어낸다는 취지 아래 기획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나운규가 저자 이름으로 되어 있는 책을 우리는 서점에서 단 한 권도 만날 수 없다. 전기와 평전이 몇 권(주로 어린이 대상), 자료집이 두어 권 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몇몇 연구자를 제외한 대다수 우리의 나운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영화감독, 배우뿐 아니라 이론가 나운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영화 못지않게 맛깔스러움에 놀랄 것이다.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의 첫 책 이 책은 가갸날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의 첫 책이다. ‘일제강점기 새로읽기’는 일제강점기가 폭압적인 식민지배로 점철된 우리 역사에서 매우 특수한 시기이지만, 그에 대한 응전 속에서 우리의 얼을 지키고 민족문화를 배양해온 다층적인 성과들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운규의 글을 통해 우리는 초창기 영화인들이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온 몸을 불살랐는지 알 수 있으며, 일견 세계와 경쟁하는 오늘의 우리 영화산업의 뿌리에 대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나운규와 초창기 우리 영화사에 대한 이해가 한결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머리말] 책을 펴내며 나운규는 돌연변이다. 영화가 무엇인 줄도 모르던 스물세 살 두만강변 변방 시골 청이 영화계에 몸을 들인 지 1년 만에 주연으로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다시 한 해 뒤에는 극본, 연출, 주연을 도맡은 영화 〈아리랑〉으로 한국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더러는 우연이라 할지 모른다. 또 더러는 민족정서를 건드린 영화의 주제 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리랑〉 이후는 나운규의 시대였고, 더불어 우리 무성영화의 황금기였다. 따라서 〈아리랑〉 이후의 나운규와 영화계가 〈아리랑〉에 빚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리랑〉에 몇 달 앞서 개봉된 이규설 감독의 영화 〈농중조〉를 세련되게 각색한 사람이 나운규였다니, 나운규가 뛰어난 재능과 감각의 소유자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리랑〉이 갓 상영을 시작했을 때 《동아일보》에는 ‘한평생 영화계에 몸을 던지겠다’는 나운규의 결심이 실렸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질풍노도의 삶을 영화에 바쳤다. ‘혈맥을 찌르는 주사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마지막 영화 〈오몽녀〉를 찍고, 그는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나운규는 빼앗긴 나라의 지식인이었다. 만드는 영화마다 가위질당하는 게 일과였다. 영화계를 지배하는 자본은 일본 자본이었다. 장비는 형편없었다. 1930년대 초부터 토키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나, 기술 부족으로 현실의 벽을 절감해야 했다. 한쪽에서는 이런 현실을 무시한 평론가들의 비판이 거세게 몰아쳤다. 1930년대 초의 논쟁은 뜨거웠고, 나운규는 그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나운규도 붓을 들어야 했다. 이 책의 3부에 실린 두 편의 글은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글이다. 2부는 〈아리랑〉을 주제로 묶었다. 우리 영화사에서 보석 같은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는 〈아리랑〉의 전모를 알 수 없다. 불가피하게 나운규 원작 시나리오를 토대로 쓰인 문일의 영화소설을 수록하였다. 1부는 수필류의 가벼운 글이다. 영화인 나운규의 생각을 가감없이 만날 수 있다. 4부는 잡지 매체와의 대담이 중심이다. 이 책은 나운규가 직접 쓴 글 모두를 한 권으로 묶어낸다는 취지 아래 기획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나운규가 저자 이름으로 되어 있는 책을 우리는 서점에서 단 한 권도 만날 수 없다. 전기와 평전이 몇 권(주로 어린이 대상), 자료집이 두어 권 있을 뿐이다. 나운규의 저서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쓴 글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영화감독, 배우뿐 아니라 이론가 나운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영화 못지않게 맛깔스러움에 놀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나운규와 초창기 우리 영화사에 대한 이해가 한결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2018년 4월 [본문 일부] 감독으로서 만들고 싶은 영화 나는 아직 한 번도 내 작품에 감독이라고 발표해 본 일이 없다. 그 원인은 자신 없는 일이기 때문이요, 남이 작품을 믿어주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이런 요술妖術로 오래 세상을 속이지는 못하는 법이니, 자연 아는 사람은 알게 될 것이다. 조선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도 제일 엉터리가 이 감독이다. 영화 제작 각 부문 중에 제일 중대한 책임자인데, 만사가 다 갖추어져 있지 못하니까, 불비不備한 중에서 끔찍끔찍한 전쟁을 하려니 엉터리 아니고는 될 수 없었다. 그러니 오늘까지 조선 영화감독은 엉터리 짓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제일 잘하는 감독이었다. 우스운 말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극히 적은 자금으로 제작하는 작품에 없을 수 없는 일이요, 만일 수입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제작하는 작품이 있었다면 그것은 초창기 시험시대에나 할 일이요, 사업은 아니다. 그러니 이 적은 자금을 토대로 하는 사업에서는 당분간 이 엉터리 감독이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서는 세트 내에서 하는 작품 촬영도 20컷에서 30컷 내외가 보통 1일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서는 300여 컷까지 한 예가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런 엉터리 일을 묵과해 달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사정이 그랬으니 나는 감독이노라 하고 이름 내세울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답안을 해야 될 터인데, 문제는 감독 혼자 대답할 문제가 아니요, 영화 제작자 전체가 일시에 대답할 문제이나, 나 개인에게 물으면 나는 지금부터는 ‘한다’ ‘할 수 있다’라고 얼른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은 앞으로 이 사업을 사업답게 영속해 나갈 자신을 얻기 때문이다. 2,3천 원 소자본주를 구하러 다니는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아니하고 우리들의 힘으로 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실행하는 중이다. 구속도 감시도 주문도 없이 우리들 일을 우리가 해나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출연 아니하고, 감독 안한대야 말릴 사람이 없다. 그러니 좀 더 엉터리 아닌 감독 노릇을 할 수 있다. 더글러스Douglas Fairbanks 흉내를 내주어야 돈을 벌 터이니 꼭 그렇게만 만들어주오 하는 전주錢主가 따라 다니지 않으니,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스턴버그Josef von Sternberg의 작품이 새 돈을 끄는 줄은 모르고 더글러스의 작품이 돈 벌던 옛이야기만 한다. 조선은 10년 전 조선이 아니요, 우리는 10년 전 옛사람이 아니다. 단 네 사람이 움직인 〈라루〉가 7,8년 후 오늘까지 우리의 가슴을 쓰리게 만드니, 조선 영화계에 명우名優 네 사람이 없으랴. 돈으로 꾸며놓는 화려한 작품은 만들기 어려워도, 단 두 사람이 출연하고 오막살이 세트 하나라도, 실력만 있으면 사람의 가슴을 찔러줄 작품은 만들 수 있다. 이런 작품의 감독이 되고 싶다. 출연 말고 감독만 10년을 두고 생각해도 가슴에 꽉 차는 이런 각본을 누가 써줬으면, 각본은 말고라도 이야기만이라도 해주었으면, 한 작품으로 끝이 된대도 이런 작품이 하고 싶다. 영화 시감時感 금년 1년은 병과 싸웠다. 싸우는 동안에 가끔 치료에 대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때가 있다. 이런 때마다 영화를 제작할 욕심이 백 배나 더해진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무었을 남겨놓는가.’ 10년 싸워서 남긴 것이라고는 한데 모아놓고 불 질러 버리고 싶은 작품 몇 개가 굴러다닐 뿐이다. 문인들이 전집을 발행시키는 데 비하면 얼마나 슬픈 일이냐. 그러나 붓과 종이만으로 되는 문인들의 작품과 돈과 기계로 그리는 우리들의 일은 형편이 다르다. 이것이 우리들이 가진 최대 고통이다. 공통으로 맛보는, 쓰라린 사정이 다 용솟음치는 제작욕을, 예술가로서 이 표현욕을 만족시킬 수 없어서, 가슴을 치며 거리로 방황하는 동무들을 나는 수없이 안다. 그들을 위하여서라도 조선 영화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가서 완전한 시장을 얻고 싶었다. 상품으로서 이 조선 내 시장만으로는 조선 영화의 장래도 현재도 없다. 이런 의미로 원작을 좋은 것을 구하려고 퍽 애를 많이 써 보았다. 외지에 보내는 조선 영화를 만드는데, 아무렇게 해도 조선 사람의 손으로 된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구해 보았다. 주로 단편 몇 개를 읽었으나, 내 머리가 뒤졌음인지는 모르나 최근 것보다는 오래된 작품 중에 더 좋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은 영화화할 수 없는 사정이 너무도 많다. 지금 우리가 손대지 못할 딴 생명이 있는 것 같다. 10여 년 전 아직 철없는 학도였을 때에 어느 무명작가 지방 청년의 단편 하나를 읽은 일이 있다. 10년 후 지금 와서 그 작품이 머리에 남는 기억이라고는 〈오몽녀〉라는 제명과 확실치 못한 이야기의 줄거리뿐이었다. 작가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어디 발표되었던 것조차 모르겠다. 이 작품을 영화해 보려고 원작을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가, 누가 이태원 씨 작품에 그것이 있던 것 같다고 하기에 이씨를 찾아갔더니 그의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 무명작가가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생각할 때에 반갑기도 하였으나, 그가 병중임을 슬퍼 아니할 수가 없었다. 병으로 약해진 내 몸을 두 번 쉬어 넘어간 성북동이谷 속에서, 병으로 누워 있는 그이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다. 10년 전 〈오몽녀〉를 쓰며 생활하던 그가, 그때에 〈오몽녀〉를 읽던 기운차던 내가. 병인病人의 심중은 병인이라야 안다.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결심이, 혈맥을 매일 찌르는 주사의 힘으로 억지로 땅을 밟는 내가, 여윈 에 말소리까지 힘없는 그를 마주보고 앉았다. 나는 내가 병인이란 말을 차마 못했다. 그가 내어주는 스크랩 책 속에서 〈오몽녀〉를 다시 보았고, 그 속에 〈오몽녀〉와 같이 붙은 신문 조각지들이 10여 년 전 그이 육체를 그려놓는 것 같다. 이 땅의 10년 풍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미리 생각했던 검열 문제로 고친 몇 군데를 말했고, 쓸쓸한 초당草堂에 그를 남겨놓고 돌아왔다. 부디 건강이 회복되소서.
고객 리뷰
평점 리뷰제목 작성자 작성일 내용보기

아직 작성된 리뷰가 없습니다.

반품/교환
· 회사명 : 북앤북스문고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3308 B1  
· 대표자 : 김대철   · 사업자 등록번호 : 661-10-0238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3-제주노형-0169   ·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최재혁  

고객센터

(평일 09:30~17:30)
(점심 12:00~13:00)
· 전화 : 064)725-7279 (발신자 부담)
    064)757-7279 (발신자 부담)
· 팩스 : 064)759-7279
· E-Mail : bookpani@naver.com
Copyright © 2019 북앤북스문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