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23주 연속 종합 1위★
★아마존 2018 올해의 책★
★반스앤노블 2018 올해의 책★
★2019 가장 많이 팔린 책★
★전 세계 39개국 판권 계약★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도서 선정★
★영화화 확정★
평생을 야생과 벗 삼은 생태학자가 길어낸
외로움을 넘어서는 순연한 이야기의 힘
타인을 믿고 진정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 성과를 정리한 논픽션 세 편으로 이미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다. 이 특이한 이력은 습지의 생태 묘사에서 힘을 발휘한다. 미국 남부 습지의 비현실적인 풍광, 나뭇가지마다 유령처럼 걸린 스패니시 모스와 무른 흙, 드넓은 늪과 못에 떠다니는 물풀들. 습지는 호소와 늪을 지나 개펄과 바다로 이어지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고 섞이는 광대한 생태계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에 배척당하며, 익숙지 않기에 거부당한다. 단단한 땅에 발붙이고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습지는 재빨리 메워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들어야 할, 미완의 지대다. 그렇기에 디딜 데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인간들만이 습지로 떠내려와 각자의 생을 일구며 살아남았다.
이렇듯 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에 여섯 살짜리 여자애 하나가 홀로 남겨진다.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는 집을 떠나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마을 사람들은 피하기만 할 뿐 작은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혼자인 카야가 느끼는 쓰라린 외로움의 정서는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굉장한 호소력을 갖는다. 습지의 판잣집에서 혼자 살아남으려 분투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의 우리는 각자 빌딩 숲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하루하루 외롭다. 사회의 테두리 안에 있는 현대인에게도 타인을 믿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기란 이토록 어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카야는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버림받고 또 사랑을 주었다 배반당하며 대자연의 동물처럼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비로소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깨우친다.
가슴 저미는 러브스토리, 자연을 향한 경이로운 찬가,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땀을 쥐게 하는 법정 스릴러
속도를 늦추고 이야기를 음미하라!
어느 가을 아침, 마을의 인기 스타 체이스 앤드루스가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의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 주민들의 의심은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은 여자아이, 카야 클라크에게 향한다. 사람들은 카야를 문명의 수혜를 받지 못한 야만인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달랐다. 오랫동안 자연을 벗 삼아 삶의 교훈을 스스로 깨친 카야는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성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생을 유지하던 카야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오고, 마을 청년 둘이 그 독특한 매력에 끌려 다가온다. 으스스한 야생성과 마술적인 매혹을 한 몸에 지닌 카야, 거부할 수 없는 남성적 매력을 지닌 체이스, 습지를 이해하는 완벽한 짝 테이트. 그저 순리대로 흘러갈 것 같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급류를 만나고, 상상도 못 할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체이스 앤드루스 살인사건과 카야의 성장담을 한 줄기로 엮어낸 이야기에 카야와 테이트의 로맨스와 야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을 심어두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아울러 카야의 체포와 구금, 숨 가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은 독자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 습지에 대한 탁월한 묘사,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흡입력은 두 말할 것 없이 이 책 최고의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묘사에 기품을 더하는 시적인 문체가 일품인데, 절로 밑줄 긋고 싶어지는 문장들이 책장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아울러 여성의 독립, 계급과 인종,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진화적으로 바라본 인간의 본성, 과학과 시 등 예리하게 던지는 시의적절한 화두들은 이 이야기의 매력이 단순히 재미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해 보인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 가령 죽어 마땅한 배신자에 대한 심판, 살아남기 위해 수컷을 희시키는 암컷, 부모-자식 간의 책임,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 등을 곱씹게 만들며, ‘윤리’와 ‘본능’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읽는 이에게 재미를 넘어 인간 존재를 ‘성찰’할 여지마저도 남겨둔다.
책 속에서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본문 49쪽에서
그렇게 누워서 엄마는 말했다. “다들 엄마 말 잘 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 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면서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 거야.”
-본문 122쪽에서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본문 179쪽에서
카야에게도 여자 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서약도 필요 없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 다니면 거기가 이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본문 188쪽에서
그 후로 책을 아주 많이 읽었어.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의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 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일 거야. 생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까마득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본문 295쪽에서
혼자 지낸 건 그녀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본문 44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