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 - 옮김 | 콤마
사람과 사람이 나선형으로 마주하는 곳 미래식당!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식당
도쿄 진보초(神保町), 고서점과 출판사들이 즐비한 오피스거리에 50분 일하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무료식권을 내고 밥을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 먹고 싶은 요리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료나 술을 가게에 가져가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미래식당’이다.
미래식당은 사장인 고바야시 세카이 한 사람이 꾸려간다. 하지만 혼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손님들이 가게 일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한끼알바’라는 시스템이 있다. 한끼알바는 50분 동안 가게에서 일하면 한 끼를 무료로 주는 시스템이다. 언뜻 보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 같지만 저자가 이 시스템은 만든 건 다른 이유에서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손님과 가게의 관계는 돈을 지불하면 음식을 대접하는 거래 관계다. 하지만 이런 경우 돈이 없는 손님은 가게와의 관계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 돈이 아닌 시간을 받는 형태를 생각해 냈고 그것이 한끼알바라는 시스템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무료식권’이라는 시스템도 있다. 한끼알바를 통해 얻은 한 끼 무료의 먹을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식당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혹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 없는 사람도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미래식당의 이런 특징만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거지?’ ‘이익을 낼 수는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미래식당은 점심시간마다 전쟁이 벌어지는 거리에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매달 흑자를 내고 있다. 12개의 카운터 좌석만 있는 이 아담한 식당이, 고객에게 이렇게 퍼주는데, 어떻게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운영될 수 있었을까?
미래식당의 시스템은 결코 자원봉사 정신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시스템에 미래식당의 손해는 전혀 없다. 한끼알바는 돈 대신 노동력을 지불받는 것이고, 무료식권은 손님이 한끼알바로 받은 한 끼의 권리를 다른 손님에게 양도한 것이다. 식당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다른 손님의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식당은 이를 가능케 하는 허브로서의 ‘가치’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이유이자, 동시에 저자의 경영 감각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IBM, 쿡패드 출신의 엔지니어가 만든
음식점의 상식을 뒤집는 식당
저자 고바야시 세카이가 식당을 열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독특한 식성을 ‘보통’과 다르다고 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학교 다닐 때 점심과 저녁으로 시리얼만 먹기도 하고, 회사 다니면서는 점심으로 요구르트만 먹기도 한 저자의 ‘보통’ 식사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는다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이런 세상의 이목에 상처받은 그녀는 그 사람의 ‘보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고, 결국 그 꿈은 “당신의 보통에 맞춰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지닌 미래식당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6년 동안 IBM과 쿡패드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래서 가게 운영의 곳곳에서 엔지니어 특유의 체계적인 사고방식과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에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손님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만족할 만한 가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엔지니어적 관점에서 고민한 것이다. 물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까지 고려해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내려 애썼다.
또한 ‘비법’이나 ‘대를 잇는 전통 방식’을 중시하는 요식업계에 ‘오픈소스’와 ‘공유’라는 생소한 개념을 도입해 미래식당을 손님이나 한끼알바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음식 조리법뿐만 아니라 식당 운영 노하우, 심지어 매출과 원가율까지 아낌없이 공개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창업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요식업계의 상식에 맞지 않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으로 갖춘 식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밥’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곳
“한끼알바는 손님과 인연을 끊지 않기 위해 만든 거예요. 이제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거나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을 때, 미래식당을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사회에서 내팽개쳐진 것처럼 느껴질 때, 미래식당이 마지막 안전망이고 싶어요. 한끼알바는 그런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든 ‘미래식당에 가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으로 올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책의 저자 고바야시 세카이는 손님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다움을 세상의 상식으로 옭아매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곳. 먹고 싶은 반찬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