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잔키우스 저,장대선 지음 | 고백과문답
‘영적 결혼’(the spiritual marriage)이라는 말을 가지고서 검색을 해보면, 먼저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보들은 온갖 이단 단체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남녀 간의 육신적인 결혼에 대한 풍유(allegory)의 내용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곳이 로마 가톨릭교회임을 볼 수 있는데, 정작 종교개혁자들 가운데서는 뛰어난 신학사상을 지닌 인물이었던 제롬 잔키우스(1516-1590)의 이 책 외에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 잔키우스의 이 책은 단순히 하나님 앞에서 결혼을 맺는 남녀 간의 사이에 관련한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인 신자들과 예수 그리스도 사이의 연합(united), 그리고 그러한 연합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의 관계, 또한 전 그리스도(whole Christ)로서의 연합에 근거하는 성찬의 떡과 포도주에 대한 그리스도의 실제에 관한 이해와 같은, 신학적으로 중요하면서도 구원과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원리들을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짧은 책 안에서 잔키우스는 그리스도인 가정에서의 부부간의 관계, 이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리스도와 신자들 교회의 신랑과 신부로서의 관계, 또한 이러한 기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기독론과 구원론, 심지어 종말론에 이르는 참으로 간략한 전 교리(whole dogma)의 맥락을 살펴볼 수가 있다.
이 책에서 잔키우스는 수많은 성경 본문들과 옛 교부들의 견해(특히 S. Cyril)를 분별하여 소개하면서 해당 주제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신학사상과 신학적 방법론에 대한 더욱 깊이 있고 객관적인 연구가 따라야만 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론과 성찬론에 있어서의 ‘화체설’과 ‘공재설’에 대해 배격하는 잔키우스의 독특한 종교개혁적 입장, 그리고 피터 마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 1499-1562)에게 사사를 받은 신학의 독특성이 어떤 식으로 이 책에 남아 있는지, 혹은 그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칼뱅(Jean Calvin, 1509-1564)의 신학이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이 시대에까지 끼칠 수 있는 그의 영향력을 발굴하는 일이 긴요할 것이다.
이 책은 원래 라틴어판으로 출판된 것인데, 감사하게도 1592년에 캠브리지(Cambridge) 대학에서 존 레게트(John Legate, 1562-1620/21)에 의해 영문으로 번역되어 인쇄된 자료를 입수할 수 있어서, 그 영문 번역본을 한글로 또 한 번 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