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은 지음 | - 옮김 | 따비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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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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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P
인도 역사와 문화를 여행하는 미식가들을 위한 안내서
한 번 끓여 사흘은 족히 먹는 ‘카레’가 ‘커리’랑 다르다는 건 알겠다. 커리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일본에서 카레 가루가 됐다는 사실도 알겠고, 당연히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는 사실도 알겠다. 그런데 대체 커리라는 건 뭘까? 우리는 ‘카레’에 대해서라면 구구절절 할 말이 많지만, ‘커리’에 대해서라면 단 한 가지 사실밖에 알지 못하는 듯하다. 인도 음식이라는 것. 물론 이것만 알아도 커리를 맛있게 먹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음식이란 자고로 먹기 위함이 아니던가!
이 책이 처음 시작된 순간도 그랬다. 직업은 건축가에, 요가와 명상을 배우기 위해 인도로 향했다가 아예 현지 설계회사에 취직해 3년을 살다온 지은이가 건축도 아니요, 여행기도 아니요, ‘인도 음식’에 대한 책을 쓴 것은 결국 매혹 때문이었다. 인도 음식이 맛있어도 너무 맛있었다! 타지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머릿속에는 김치찌개나 떡볶이, 막창 같은 것들이 둥실둥실 떠다닌다는데, 그는 정반대로 인도 요리에 빠져들었다. 식당에서 먹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요리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알아듣지 못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마냥 쳐다보다가 향신료 이름들을 힌디어로 먼저 알게 됐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부엌 찬장이 온갖 향신료로 가득 찼다. 휴일이면 몇 시간에 걸쳐 장을 보고, 또다시 몇 시간 동안 찜통 같은 주방에 틀어박혀 음식을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결국 이렇게 됐다. 지은이 홍지은은 3년간의 인도 생활을 끝낸 뒤 2년간 자료를 수집하며 글을 썼고, 사진작가 조선희는 함께 인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요리책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간단한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기야 하지만 이 책이 목표하는 바는 ‘이렇게 저렇게 조리해서 이러저러한 음식을 만들어서 맛있게 드십시오’가 아니다. 인도 음식의 육하원칙에 가깝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