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 지음 | 살림
철학자 이주향이 <삼국유사>가 어떻게 '나'를 만든 이 땅의 기억인지를 찾아, 사유하는 시각으로 풀어 쓴 책이다. 철학자 이주향은 신화에 관심이 많다. 신화에는 인간의 원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신화 여정 제1탄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을 펴낸 지 2년 만에, 이번에는 한국 신화의 효시 격인 <삼국유사>에 대한 에세이를 써냈다.
<삼국유사>에 대한 책은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 있다. 원전 그대로 펴낸 것, 원전을 축약한 것, 해설서, 청소년판, 어린이판 등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주향처럼 독특한 시각으로 써낸 책은 드물다.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등에 자기 이야기를 지고 나온다고 믿는 그는, 이야기 속에서 나를 보고 우리를 본다. 그녀가 본 에밀레 종에는 고통을 대면할 줄 아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만파식적 이야기에는 살아 있는 소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근원이 들어 있다. 조신의 꿈 이야기를 통해서는 삶은 꿈이 아닐까, 묻고 있다.
이주향에게 비친 <삼국유사>는, 이 땅의 기억이다. 그는 말한다. 일연 스님이 모아놓은 이야기 이야기를 음미하다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 속에도 있어 우리 삶을 비추는 맑은 거울이 된다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소화하는 일이야말로, 이 땅을 이해하는 일이며, 나를, 나아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