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스트 스바르터 지음 | 로그프레스
데 스틸, 새로운 세계를 꿈꾼 자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7년 잡지 <데 스틸>이 창간됐다. 네덜란드어로 ‘스타일’이라는 뜻을 가진 ‘데 스틸’은 곧 추상주의와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미술운동으로 확대된다. 잡지 <데 스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910년대 후반은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근대화가 이뤄지던 시기다. 반면 네덜란드 화가 테오 판 두스뷔르흐와 피에트 몬드리안, 바르트 판 데르 레크 등은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미술이 유독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들은 회화, 즉 예술의 미래가 추상주의에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곧 직선과 직사각형의 면으로 세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고, 빨강과 파랑, 노랑, 흰색, 회색, 검정색의 명확하고 단순한 색들로 세상을 상상했다. 데 스틸은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문을 연 조형학교이자 모더니즘의 상징과도 같은 바우하우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데 스틸: 스튜디오 방문기』의 작가 요스트 스바르터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데 스틸과 바우하우스에 대해 깊이 있게 배웠고, 헤릿 릿펠트를 비롯한 데 스틸의 작가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예술에 영향을 미친 예술가”를 묻는 한 인터뷰에서 첫 순위로 “데 스틸과 바우하우스 운동에 함께했던 예술가”를 꼽았다. 요스트 스바르터는 특히 데 스틸 운동에 함께한 작가들의 경계 없는, 폭넓은 행보를 지지했다. 데 스틸의 주요 작가들이 “하나의 예술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헤릿 릿펠트를 예로 들어 “목수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이후 인테리어와 건축 등으로 관심 분야를 점점 확장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데 스틸을 상징하는 색의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과 무채색, 직선과 면 등은 다소 경직된 인상을 남기지만 데 스틸의 활동 영역은 사실 자유로웠다. 데 스틸에 몸담았거나 이 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회화를 비롯해 건축이나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광고, 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를 오가며 활동했으며, 각각의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