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금 지음 | 국립중앙박물관(지앤에이커뮤니케이션)
어느 푸르른 날, 가야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가야에서 보낸 하루〉는 선뜻 도전해 보기 어려운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여행을 꿈꾸긴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 그것도 역사 교과서에서 스치듯 지나친 가야로의 여행이라니. 생소함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생각될 때쯤, 누구에게나 낯설어 보이는 이 베일에 싸인 나라, 가야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여행을 향한 고삐를 당기게 되는 자극점이 된다.
〈가야에서 보낸 하루〉는 단 하루 동안 가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가야의 보통 사람들을 만나는 ‘골목 여행자’ 패키지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하는 여행서이자 역사서이다. 우리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1,6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한 땀 한 땀 판갑옷 만들기가 한창인 대장장이 마을의 공방에서, 어느 갯마을에 자리잡은 반지하 움집 촌장님 댁에서, 명품 토기가 줄지어 있는 토기 공방에서, 색색 가지 단단한 옥구슬을 잘 다듬어 내는 찬란한 옥 공예 공방에서, 한창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봉황대 국제 항구에서, 아라가야의 어느 난전에서, 왕의 물을 긷던 어정 앞에서, 2.4킬로미터에 이르는 봉긋한 무덤 수만 기가 이어지는 대가야 왕릉 앞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대가야 기마 무사단의 근엄한 행렬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엄격한 스승 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공방 수습생들, 막다른 골목에 모여 구슬치기 하는 아이들, 옥구슬 목걸이와 귀고리, 온갖 장신구로 색깔 맞춤을 하고 청동 거울에 비춰 보며 만족해 하는 패셔니스타, 건장한 젊은이와 사랑에 빠진 촌장 댁 따님, 자식의 혼사와 진로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이 여행에서 우리가 만날 사람들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 여행을 결코 잊히지 않는 특별한 여행이 되게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