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고 지음 | 와이겔리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대에 한반도를 찾아온 이방인들,
우리의 정치, 역사, 문화, 일상을 냉철한 분석과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담아낸
그들의 뜨거운 기록들을 한 세기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모아 돌아본다.
세계화, 세계 속의 한국, 한류를 말하고 있는지도 오래되었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논하고 노벨문학상도 갈망하고 있지만, 세계문학이라는 큰 바다에서 한국은 작은 섬이고 무엇보다 그 섬이 어떤 섬인지를 세계인들은 많이 모르고 있는 듯하다. 또한 한국문화의 위상은 높아졌다지만, 세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한국문화를 과연 얼마나 담아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세계의 작가들이 출간한 책들 속에서 우리 문화의 흔적을 찾아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 흔적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한국을 사랑한 외국작가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국을 속속들이 알고 글로 썼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우리가 이런 사실을 잊고 있었던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1970년대 독일 유학 시절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유학 당시 고서점에서 노르베르트 베버의 1915년 판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두툼한 책을 발견하고 어찌 이른 시기에 한국에 관한 책이 독일에서 호화판으로 나왔는가 하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이후에도 프라이부르크대학 도서관, 하버드대 와이드너 도서관, 럿거스대학교 도서관 등에서 한국 관련 저서들을 발굴하였으며, 이 책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에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10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구한말의 조선은 전통과 개혁의 갈림길에 서서 외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우리에게는 이방인이었지만 여러 방식으로 한국을 사랑했다. 병인양요,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명성황후 시해사건, 을사늑약, 한일병합조약, 한국전쟁 등의 파란만장한 사건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우리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건네고 있다.
구한말에 고문으로 활약했던 묄렌도르프는 갑신정변 이후의 외교비화를 소개하면서, “당시 조선이 개화파와 수구파를 따지지 않고 개혁에 성공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오스트리아의 여행가인 헤세-바르텍은 “강화도조약 이후에 제물포에 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그 개혁의 주체는 조선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서 안타깝다”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서양병원인 제중원에서 여의사로 일했던 릴리어스 언더우드는 명성황후가 처참하게 시해될 때의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이 책은 당시 한국의 정치 및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문화와 일상생활도 소개하고 있다. 1883년 미국으로 파견된 보빙사의 통역인이었던 퍼시벌 로웰은 서양인들에게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각인시켜준 책을 썼는데, 매혹적인 조선 여인과 아름다운 건축 양식, 복식 등을 소개했다. 한국 민담을 수집하기 위해 조선을 방문한 러시아 작가 미하일롭스키는 조선 말기의 생활상을 소개했고, 한국을 연구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스승으로 통하는 모리스 쿠랑은 한글과 문학, 문화 등을 소개하면서, 당시 세책가(오늘날의 도서대여점)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이 책은 한국 근대를 담아낸 외국작가 35명을 소개하고 있는데, 2권에서도 시대순으로 35명을 더 다룰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을 찾아내 3권도 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