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지음 | 창비
5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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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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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0P
"<순이 삼촌> 현기영 필생의 역작"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일은 오래도록 금기였다. 사건의 이름조차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비밀에 부쳐졌다. 2017년 제2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한국전쟁의 기원>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피해자의 수는 공식 피해자인 1만4천여명을 훨씬 웃도는 6만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건 피해자들은 '좌익'이라는 연좌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1978년 <순이 삼촌>을 발표한 현기영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후, 작품은 금서로 지정되었고 작가는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30년 전의 일로 환청을 겪던 '순이 삼촌'의 이야기 이후 다시 사십년이 훌쩍 흘렀다.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라는 외침과 함께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이 필생의 대작을 완성했다. 유홍준, 이창동, 도종환, 정지아, 강요배, 박태균, 최태성이 추천하며 작가에게 힘을 보탰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던 시절의 전설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대로 제주 바다를 일군 순흥 안씨의 후손 안창세는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후손들에게 열흘 동안 그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말한다. 조선 시대엔 유배지로 멸시당하며 섬을 봉쇄당하고, 일제 시대엔 태평양 전쟁 기지로 수탈당하던 땅. 많은 제주인들이 이 땅을 떠나 오사카 등으로 떠나도록 밀어냈던 땅. "너희들 눈에는 내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난 허깨비여. 이미 죽은 사람이란 말이여."(19쪽)라고 말하는, 살아 있는 자 안창세의 목소리로 그날의 참혹함을 정확하게 마주한다. 애월, 세화, 성산포 같은 아름다운 지명과 함께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기억해야 할 사람들. 이 참혹한 사건을 두고 현기영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이 확신을 위해, 우리는 소설을 읽는다.
어떠한 비극,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2023년 초여름, 현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