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영,서수진,서유미,서장원,성해나 지음 | ?濱
부푼 마음을 터뜨려 드립니다.
단호하고 뾰족한 목소리를 가진 T 유형 특집으로 돌아온
우주 최초 MBTI 소설집 2권!
“은수야, 불안할 때는 쫓기듯 뭘 결정하지 마. 널 부추기는 목소리들에 일일이 반응
하지 마. 헛수고를 예약하지 마.”
―10쪽, 〈곽수산나와 경우의 수〉
한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MBTI 유형을 택해 인물의 면면을 그리는 MBTI 테마소설집 2권. 『저는 MBTI 잘 몰라서...』는 5명의 소설가가 각각 ESTJ, ENTJ, ISTJ, ISTP, ESTP 유형의 인물을 묘사한다. 다채로운 유형을 한 권에 담아내 소개했던 1권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에 이어 일견 비슷한 듯 무표정한 5명의 저마다 다른 사랑의 작동 방식을 조명해 본다.
“혹시 너 T야?”
언제부턴가 나는 나서서 MBTI를 밝히지 않았다. 누군가 MBTI를 물으면 잘 모른다거나 검사 결과를 잊어버렸다고 눙치곤 했다. 나는 ISTP의 대외적 단점들, 그러니까 고집이 세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모든 일에 시큰둥하다는 면면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런 단점을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103쪽, 〈잇팁은 죽지 않는다〉
쏟아지는 MBTI 관련 밈들에서 묘사하는 T 유형은 분명 다감한 사람은 아니다. 이들은 오랜 친구의 반복되는 연애와 이별을 질려하고 그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든지(〈좋아하는 사이〉), 감정 기복이 심해 자주 일상의 과업들을 미루는 딸을 이해하지 못한다든지(〈다른 미래〉), 회사 모임에 ‘불참할 자유’를 주장해 사수를 곤란하게 만든다거나(〈잇팁은 죽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날카로워진 친구의 폐부를 기어이 찌른다(〈메탈〉). 좀처럼 기대했던 반응과 공감을 선뜻 건네지 않는 이들에게 누군가 ‘혹시 T’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은 “입바른 소리를 얄밉게 해서 정이 떨어진다”(〈곽수산나와 경우의 수〉)는 함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