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해러웨이 지음 | 최유미 옮김 | 마농지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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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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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P
상처 입은 지구에 대한 사랑과 분노로 쓰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팬데믹의 시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수많은 트러블과 함께, 수많은 반려종과 함께
공-산共-産의 실뜨기로 새로운 관계를 발명하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 친척kin을 만들자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의 한 사람인 도나 해러웨이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선언의 사상가’로 불리는 해러웨이는 세계적인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 과학학자, 문화비평가이다. 남성/여성, 인간/동물, 유기체/기계 같은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는 다학제 연구와 종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적 시각으로 사유의 지평을 넓혀왔다. 인간-기계의 혼종적 존재인 사이보그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재형상화한 《사이보그 선언》(1985)은 현대의 고전이 되었으며, 《반려종 선언》(2003)은 생물학적 종을 횡단하며 공진화하는 ‘반려종’ 개념을 통해 새로운 생명정치의 상을 제시했다.
가부장제와 이성애주의, 자본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온 해러웨이는 2016년 저작인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는 이러한 사유를 더 밀어붙여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친척kin’은 인간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확장하는 개념이다. 이 도발적 제안은, 우리가 직면한 절박한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해러웨이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망가지고 상처 입은 지구와, 그리고 지구의 모든 인간/비인간 거주자들과 맺는 관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관계의 창의적 변화를 위해 우리는 “트러블과 함께”하며 “복수종multispecies 생물들과 동맹”하고 “친척”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을 넘어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반려종, 수많은 친척들과 공-산共-産, 공-생共-生하는 삶의 양식을 회복해야 한다.
해러웨이는 철학과 문학, 생물학, 인류학, 생태학 등을 넘나드는 융합적 사유, 비유와 상징과 스토리텔링을 오가는 자유분방한 글쓰기,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길어 올린 공-산의 사례들을 엮어 새로운 관계와 삶의 가능성을 담대하게 펼쳐 보인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팬데믹의 시대, 정체성으로 경계를 짓고 배제와 혐오의 목소리가 폭발하는 여기, 해러웨이 사유의 촉수가 우리를 “찌르고” “야단법석을 떨”게 하기를, 다른 세계로 향하는 “이동 통로”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 이 책은 도나 해러웨이의 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cene, Duke University Press, 2016의 1, 2, 3, 4, 8장을 옮긴 것이다. 5, 6, 7장(원서 104~133쪽)은 저작권 계약상의 문제로 이 번역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